주가 영향 요소는 복합적···신세계 6.8% 하락했지만 이마트는 0.34% 상승 마감
정치권 들썩이지만 소비자 대다수는 정용진 부회장 팬도 안티도 아닌 그냥 소비자

[시사저널e=엄민우 기자] “끝까지 살아남을 테다 #멸공!!!!”

“좌우 없이 사이 좋게 싸우지 말고 우리 다 같이 멸공을 외치자.”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소셜미디어를 통한 잇단 발언이 일파만파 번지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중요한 건 그의 행보가 정치권 이슈로 부각됐다는 사실이다. 정 부회장의 멸공 발언에 여권 주요 인사들은 비판 목소리를 내며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반면, 야권에선 반대로 이에 동참하고 한 발 더 나가 이슈에 편승해 보려는 모습이다. 이렇게 정 부회장은 본인이 의도하지 않았을 수 있으나 대선정국 정치싸움에 소환됐다.

그는 결국 10일 기업인으로서 애환을 전하며 멸공 발언을 그만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일각에선 정치권의 집중포화, 불매운동, 주가하락 등을 고려한 것이라고 해석하기도 했다. 정 부회장 발언이 이마트와 신세계 경영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 해석한 것이다. 과연 그럴까.

우선 주가를 보자. 정 부회장이 멸공발언을 한 이후 신세계 주가가 6.8% 떨어졌다. 이와 관련해선 일단 정치권과 엮였다는 점은 유효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해석이 있다. 선거, 특히 대선의 계절 정치테마 주가는 기어갔다 날아갔다 하는 게 일상이다. 물론 신세계나 이마트는 덩치가 크고 정치 테마주도 아니지만 일부 영향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주가는 심리적 영향이 크니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로 보인다.

그러나 주가에 영향을 주는 요소는 한 두 가지가 아니다. 경영상황 문제 등이 있는 상황에서 여러 가지가 복합적으로 겹쳐 나타난 현상일 뿐이란 분석도 있다. 한 증권사 임원은 “신세계 주가 하락과 관련해 이야기를 나눠봤는데, 결론은 소셜미디어 이슈보단 경영 관련 문제 요인이 컸다는 것”이라며 “6.8% 빠진 것을 가지고 많이들 이야기하지만, 같은 날 LG유플러스는 13%씩 빠지는 등 코스피 자체가 하락장으로 마쳤다”고 전했다. 어차피 주가는 오르거나 내리거나 둘 중 하나고 해석은 자유다. 실제로 신세계 주식이 6.8% 빠진 날 이마트는 오히려 0.34% 상승 마감했다.

정 부회장은 여전히 그가 소셜미디어에 밝힌 이른바 ‘노빠꾸’ 정신을 전혀 버리지 않았다. 멸공 발언을 더 이상 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기업인으로서 피해가 큰 상황에 할 말을 했다는 점을 밝혔고, 관련해 별도로 사과하지 않았다. 그런데 다음날 공교롭게도 북한에서 발사체를 발사했고 그는 이를 공유하며 ‘○○’이라고 썼다. 멸공 발언을 했던 그와, 지금의 그가 전혀 다른 사람이 됐다고 보기에 어려운 상황이다. 정 부회장의 발언이 주가에 절대적 영향을 준다면 신세계, 이마트 등의 주가는 계속해서 빠지거나 하락장을 유지해야 하는데 그렇게 예단하기는 어렵다.

실적 영향과 관련해선 더욱 의문이다. 일각에선 정용진 부회장의 발언이 이마트, 신세계, 스타벅스 등의 실적 하락, 혹은 호재로 이어질 수 있다고 이야기 한다. 실제로 네티즌들 반응을 보면 이마트를 더 애용하겠다, 혹은 불매운동 하겠다 등 각양각색이다.

그가 비록 중국과는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중국 관련 사업에 있어선 수습이 안 되면 부정적 영향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국내 실적도 큰 영향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인터넷 공간은 원래 가장 적극적으로 피력하는 이들의 의견만 부각될 수밖에 없다. 정 부회장 행동을 응원하든 비난하든, 직접 나서는 사람들의 의견이 부각되는 것이다. 그런데 5000만 인구 중 대다수 소비자들은 사실 특별한 입장이 없다. 재미있게 기사를 읽고 관련해 의견을 갖지만 적극적 행동까지 이어질 정도로 사회 문제에 자신의 삶을 깊게 투영시키지 않는다.

사람들에게 마트 선택에 있어 중요한 문제는 어떤 마트가 더 물건이 다양하고 싼지, 주차가 편한지, 과일이나 야채 상태가 좋은지 등이다. 이마트는 여전히 동네마다 있고 살 것이 있는 사람은 신세계를 찾을 것이다. 소비자들에게 중요한 문제는 오히려 스타벅스의 가격 인상과 같은 문제다. 한 지인은 “정용진 부회장이 뭐라 했든 관심없는데 스타벅스 가격 인상이 기분이 나쁘다”고 했다.

실제로 최근 스타벅스에선 가격이 인상되기 전에 ‘사재기’하려는 움직임까지 있다고 한다. 이해관계가 있는 정치권은 들썩일지 몰라도 대한민국 국민 중 절대다수는 정 부회장의 팬도, 안티도 아닌 그냥 ‘소비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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