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오는 10일 대형마트, 백화점 등 방역패스 확대
[시사저널e=이하은 기자]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도입된 방역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제)를 둘러싼 법정공방에서 법원이 앞으로 내릴 판단에 대해 관심이 쏠린다. 재판부가 집행정지를 인용하면 본안 소송 판결이 나올 때까지 방역패스는 중단된다. 법정 공방의 핵심 쟁점은 효과성 여부다.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한원교 부장판사)는 지난 7일 방역패스 관련 집행정지 신청 사건의 심문을 열었다. 조두형 영남대 의대 교수를 비롯해 의료계 인사·종교인·일반시민 등 1023명이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청, 서울시 등을 상대로 낸 소송이다.
재판부는 “당국은 전 국민이 백신을 다 맞아도 대유행이 번지면 의료체계는 붕괴할 수 있다고 했다”며 “그런데 방역패스로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이 무엇인가”라고 물었다.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면서까지 얻는 공익적 측면을 확인하고자 한 것이다.
또 “방역패스의 목적이 미접종자 보호냐, 아니면 미접종자의 전파 가능성을 차단하는 것이냐”며 “(방역패스의) 공익이 ‘미접종자의 보호’라면 당사자가 (백신 접종의) 부작용보다 코로나19에 감염되는 위험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가 있는 것이 아닌가”라고 의문을 표했다.
방역당국은 방역패스는 의료체계가 붕괴하지 않도록 막아주는 기능을 한다는 입장이다. 건복지부 소송수행자 자격으로 법정에 출석한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미접종자는 국내 인구 중 성인의 6%밖에 안 되지만 중환자및 사망의 53%를 차지하고 있다”며 “미접종자 감염을 감소시켜 의료체계 부담을 줄여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방역조치 중) ‘사회적 거리두기’는 모든 구성원의 기본권을 제한하지만 방역패스의 경우 미접종자의 감염을 차단하려는 시도이고, 더 효율적”이라며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싱가포르 등도 도입했고 우리도 분명한 효과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소송을 제기한 조 교수 측은 방역패스로 예방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며 미접종자도 보호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미접종자를 보호하려면 접종자 사이에 미접종자가 섞여 집단면역을 이뤄야 하는데, 미접종자를 분리시키면 그들끼리 자택이나 사무실에서 모일 수밖에 없어 감염에 더 노출된다”고 설명했다.
또 “방역패스는 사실상 강제 수준의 생활 제약”이라며 “누군가에게는 헌법 가치체계 내 가장 높은 수준인 생명권의 위협을 받고, 대부분 사람에게 신체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침해받는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법원의 결정은 이르면 다음 주에 나올 전망이다. 앞서 지난 4일 법원은 학원·독서실·스터디카페에 대해서는 방역패스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해, 현재 미접종자도 이들 시설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게 됐다.
방역패스를 두고 법정공방이 이어지는 가운데 정부는 예정대로 오는 10일부터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에도 방역패스를 확대·적용한다는 방침이다. 적용 대상인 대규모 점포는 면적이 3000㎡ 이상인 쇼핑몰, 대형마트, 백화점 등 2003곳이다. 다만, 정부는 현장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오는 10일~16일을 계도기간으로 두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