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국내 수입차 시장서 PHEV 판매량 EV에 역전
PHEV 볼륨급 신차 미출시와 비싼 가격 탓 분석···전기차 출시 확대도 영향
“전기차 보급 빨라지며 PHEV 투자 감소할 예정”
[시사저널e=유주엽 기자] 최근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판매량이 주춤한 모양새다. 아직 전기차(EV) 충전 인프라가 충분히 구축되지 않은 상황에서 PHEV는 현실적인 친환경차로 꼽히고 있지만 전기차 시대를 맞아 점차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7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플러그인하이브리드 판매량은 1040대로 집계됐다. 플러그인하이브리드는 올해 상반기 호실적을 이어가며 9월에 2204대로 최다판매량을 기록했지만 10~12월 각각 1850대, 820대, 1040대를 기록하며 점차 감소하는 추세다. 특히 12월엔 플러그인하이브리드 판매량이 전기차 판매량 1177대보다도 낮아지며 역전현상이 발생했다.
플러그인하이브리드의 이러한 판매부진엔 볼륨급 모델에서의 신차 미출시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플러그인하이브리드 부문에서 강세를 보이던 BMW는 지난해 플러그인하이브리드 신형 모델 출시와 관련해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BMW는 지난해 1~11월 기준 ▲530e(4312대) ▲X5 4.5e(1473대) ▲X3 3.0e(1383대) 순으로 판매고를 올렸는데, 각각의 모델은 2020년 10월, 2020년 8월, 2020년 3월에 신형이 출시됐다.
메르세데스-벤츠 역시 지난해 플러그인하이브리드 주요 판매모델의 신형 출시가 없었다. 지난해 1~11월 기준 ▲E 300e 4MATIC(2575대) ▲GLC 300e 4MATIC(1851대) ▲GLC 300e 4MATIC 쿠페(1798대) 순으로 높은 판매량을 보였던 PHEV 모델들의 신형 출시일은 각각 2020년 3월, 2020년 10월, 2020년 11월이다.
이와 더불어 지난해 연말부터 수입차 시장 내 전기차 출시가 잇따른 것도 플러그인하이브리드 판매량 감소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BMW는 11월 iX3와 iX를 출시하며 시장에 존재감을 드러냈다. iX3와 iX는 출시 직후 초도물량이 완판 되며 인기를 끌고 있다.
전기차 판매가 가속화하며 하이브리드(HEV)와 전기차 사이에서 별다른 이점이 없는 플러그인하이브리드의 판매량은 점차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플러그인하이브리드의 경우 전기 배터리를 충전하기 위해선 전기차와 마찬가지로 전기차 충전소를 이용해야 해 불편함이 따르지만, 가격은 일반 HEV에 비해 고가에 형성돼 있다.
실제로 기아 니로의 경우만 보더라도 하이브리드 모델의 판매출시가는 2598만원부터 시작하지만, 플러그인하이브리드 모델은 4158만원으로 판매가가 형성돼 있다.
기아는 올해초 출시 예정인 신형 모델과 관련해 하이브리드와 전기차 모델만 출시할 예정이다. 기아의 이러한 판매정책은 전기차 판매가 가속화하며 플러그인하이브리드 판매가 감소할 것을 감안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BMW 및 벤츠는 PHEV 판매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BMW 관계자는 “2023년까지 순수 전기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을 포함해 최소 25개의 전동화 모델을 출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체적으로 전기차 출시에 방향을 두지만 플러그인하이브리드에 대한 투자도 이어가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두 연료모델에 대한 투자 비중에 대해서는 밝혀지지 않았다.
벤츠 관계자 역시 "최근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 및 순수 전기차와 같은 친환경 차량에 대한 고객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은 전기주행과 내연기관 주행 두 가지 장점을 모두 갖고 있으며 향후에도 판매를 이어나갈 예정"이라고 전했다.
반면, 전문가들은 수입차 브랜드 역시 PHEV 생산을 줄여나갈 것으로 예상한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부 교수는 “친환경차 시장에서 주도권은 전기차 완전히 넘어왔다”며 “전기차 생산 및 보급속도가 빨라질수록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에 대한 투자도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