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담대 금리 0.6%p 인하···최저금리 4.65%로 업계 최저 수준
새해 맞이 가계대출 영업 확대 행보 분석···SBI저축銀 “총량규제와는 관계 없어”

자료=SBI저축은행/그래프=김은실 디자이너
자료=SBI저축은행/그래프=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이기욱 기자]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정상화 흐름에 맞춰 국내 금융사들이 일제히 여·수신 금리를 올리고 있는 가운데 SBI저축은행만이 홀로 정반대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SBI저축은행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계 및 개인사업자들의 이자부담을 줄이기 위해 주택담보대출 상품의 금리를 인하하기로 결정했고 저축은행 업계 최저 수준의 금리로 대출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

이번 대출금리 인하로 SBI저축은행과 은행권, 상호금융권과의 금리 격차는 더욱 줄어들었고 일각에서는 업권을 뛰어넘는 대출 영업 경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라는 전망들도 제기되고 있다. 다만 타 저축은행들의 경우 조달금리 비용 상승에 대한 우려 때문에 쉽게 대출 금리 인하에 동참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전일(6일) SBI저축은행은 현재 온·오프라인을 통해 판매 중인 주담대 금리 상품의 금리를 0.6%포인트 인하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인하로 주담대 상품의 최저금리는 기존 5.25%에서 4.65%로 낮아졌다. 이는 저축은행 업계 최저 수준에 해당하며 은행권과도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경쟁사 OK저축은행의 경우 주담대 상품의 최저금리가 5.98%며 지방은행인 광주은행은 지난해 12월 4.68%의 평균금리를 기록한 바 있다. 시중은행들 역시 지난해 두 차례 기준금리 인상의 영향으로 주담대 평균금리가 3% 중후반대까지 상승한 상태다.

SBI저축은행이 금리상승 국면에서 오히려 대출금리를 낮추는 이례적인 행보를 보이자 안팎에서는 가계대출 증가율 규제가 초기화되는 새해를 맞이해 공격적인 대출 영업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들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SBI저축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6조240억원으로 2020년말(5조1059억원) 대비 17.98% 증가했다. 금융당국의 연간 증가율 권고 기준인 21%에 근접했기 때문에 지난해 4분기에는 대출 영업에 제약이 불가피했다.

특히 올해 초는 지난해 ‘대출 대란’으로 억눌려있던 대출 수요가 폭발하고 있기 때문에 저축은행이 대출 영업을 정상화하기 적합한 시기로 평가받고 있다. NH농협은행의 경우 한국주택금융공사의 정책 대출 상품 ‘적격대출’을 판매한지 이틀만에 1분기 판매량을 모두 소진했으며 우리은행 역시 하루만에 1월 판매한도를 모두 채운 바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SBI저축은행이 은행권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금리로 주담대를 제공할 경우 은행권의 대출 수요를 어느정도 흡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예대율은 3분기 기준 94.30%로 여유로운 상태기 곧장 대출 영업을 정상화하는데는 무리가 없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SBI저축은행은 업계에서 안정적으로 1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이제는 다른 업권과의 경쟁에도 충분히 나설 수 있다”며 “(은행권과) 아직 금리차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1~2%포인트 정도의 차이로만 제공해도 상대적으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SBI저축은행 측은 이번 금리 인하가 가계대출 영업 확대를 위한 조치와는 거리가 멀다는 입장이다. SBI저축은행 관계자는 “저축은행업권의 주담대는 가계, 개인 고객보다는 개인사업자 고객들이 많이 활용한다는 특성이 있다”며 “개인사업자 대출은 어차피 가계대출 총량 규제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새해 총량규제 초기화와 이번 금리 인하와 직접적인 관련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계 및 개인사업자들의 금리 부담을 줄이기 위해 지난해부터 준비해왔던 정책”이라며 “다만 저축은행업계 최저 수준의 낮은 금리로 대출을 제공하기 때문에 고객들의 선택에 따라 대출액이 늘어날 수는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업계 1위 위치에 있는 SBI저축은행의 행보가 저축은행 전체 대출 영업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지만 현실화될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SBI저축은행을 필두로 대형 저축은행들이 주담대 금리를 인하할 경우 은행권과 상호금융권, 저축은행업권간의 대출 영업 경쟁이 치열해질 수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자산 규모에서 차이가 나는 다른 저축은행들은 조달비용 상승 등의 부담을 이겨내고 대출 금리 인하에 나서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업계 1위 SBI저축은행과 OK저축은행과의 자산 차이도 약 2조원정도 나는 상황”이라며 “상위권 저축은행이라고 해도 SBI저축은행과는 규모 차이가 많이 나기 때문에 동일한 정책을 따라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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