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원·목동 중심으로 규제 완화 공약 준비
‘구조 안전성’ 비중 낮추는 방안 유력
“서울 표심에 변수로 떠올라···민심 잡기 나서”

/ 그래픽=시사저널e DB
 여야 대선후보들이 ‘재건축 안전진단 완화’ 공약에 나섰다. 정부 규제로 뿔난 민심 잡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 그래픽=시사저널e DB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여야 대선후보들이 ‘재건축 안전진단 완화’ 카드를 꺼내들었다. 안전진단 문턱을 높였던 '구조 안전성' 항목의 비중을 낮추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그동안 시장은 물론 여권에서조차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완화 요구가 거셌다. 대선을 앞두고 정부의 재건축 규제로 뿔난 민심 잡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7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서울 목동·송파·노원의 재건축 안전진단 규제를 완화하는 공약을 준비하고 있다. 윤 후보는 그동안 부동산 공급 대책으로 재건축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언급해왔다. 구조 안전성 가중치를 낮추고 주거환경 등에 대한 비중을 높이는 방안이 유력시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역시 비슷한 내용의 안전진단 관련 대책을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다. 오는 8일 서울 노원구를 찾아 재건축·재개발 연합회 소속 아파트 대표들과 미팅을 열고 이 자리에서 안전진단 규제 완화 메시지를 전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정책으로 다듬어 발표하는 과정이 이어질 전망이다.

두 후보가 이 같은 공약을 꺼내든 건 안전진단 강화로 뿔난 민심을 잡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안전진단은 재건축 사업을 하기 위한 첫 관문이다. 정부가 재건축 규제 완화 일환으로 2018년 3월 평가 기준을 강화하면서 통과 문턱이 높아졌다. 강화된 기준을 살펴보면 ‘구조안정성’은 기존 20%에서 50%로 평가 비중을 높였고, ‘주거환경’(주차 대수, 층간 소음)은 40%에서 15%, ‘설비노후도’(놋물, 전기배관)은 30%에서 25%로 낮췄다.

노후화된 주거환경에도 구조안정성 비중이 절반을 차지하고 있어 다수의 단지가 안전진단 단계에서 고배를 마셨다. 안전진단 기준을 강화한 이후 2차 안전진단까지 통과한 단지는 5곳에 불과하다. 지난해 준공 37년 차로 노원구에서 가장 낡은 아파트로 꼽히는 ‘태릉우성’이 2차 안전진단에서 떨어져 시장에 충격을 주기도 했다. 이후 안전진단을 “내년 대선 이후로 미루자”는 단지들이 속출하는 등 정부를 향한 여론은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전문가들 역시 지나친 안전진단 규제가 서울 주택 공급을 막을 수 있다며 우려감을 나타내왔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재건축 추진 단지들이 안전진단을 미루는 것은 시장에 공급 부족 시그널로 비칠 수 있다”며 “정부가 공급 활성화를 강조한 만큼 이를 위해선 서울의 유일한 주택공급 통로인 재건축 절차 지연을 없애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난 여론이 들끓자 여권에서도 변화의 분위기가 감지되기 시작했다. 전혜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재건축 안전진단 결과와 관계없이 지자체장이 자율적으로 정비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요건을 완화하는 법안을 지난달 31일 발의했다. 법안이 통과되면 안전진단 결과와 상관없이 정비계획을 먼저 수립할 수 있어 향후 사업이 진행 단계에서 시간이 단축될 수 있다.

이어 여당 소속 박승권 광명시장은 지난 6일 ‘지역구 국회의원과 시의원들에게 ‘주택 재건축 판정을 위한 안전진단 기준 개정 건의 알림 및 협조 요청’ 공문을 보냈다. 구조 안전성 가중치를 기존 50%에서 30%로 축소해달라는 게 골자다. 지난해 하반기에는 민주당 소속인 송파구·양천구·노원구 등 서울시 구청장들이 국토부를 찾아 안전진단 기준을 완화를 요청했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무리한 재건축 규제에 대한 불만이 커지면서 재건축 문제가 내년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서울 표심을 가를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며 “그동안 안전진단 규제에 불만이 많았던 노원과 목동을 중심으로 표심 잡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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