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제리너스, 소비자들 사이서 ‘커피 맛’ 부정적 평가 지배적
원두 개선하고 특화매장 선봬···일각에선 엔제리너스 매각설도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롯데그룹의 외식사업 계열사 롯데GRS가 엔제리너스 새단장에 힘을 주고 있다. 엔제리너스가 소비자들에게 ‘맛없는 커피’라는 인식이 굳혀지자 특화매장을 선보여 이미지 개선에 나서려는 복안이다. 엔제리너스가 브랜딩 재정비와 함께 경쟁사와 차별점을 주기 위해 애쓰는 가운데 이같은 전략이 실적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6일 카페업계에 따르면 최근 엔제리너스는 특화매장을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엔제리너스가 새롭게 선보인 매장은 △LAB(랩) 1004 △롯데월드몰 B1점 △홍대 L7점이다. 엔제리너스는 특화매장에 원두로스팅, 베이커리, 샐러드 등을 선보이며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이미지를 심는데 주력하고 있다.
기자는 지난 5일, 6일 이틀에 걸쳐 엔제리너스 특화매장 3곳을 방문했다. 엔제리너스 LAB 1004는 로스팅 기계가 도입돼 자신이 마시는 커피 원두를 로스팅하고 직원이 직접 내리는 과정을 체험할 수 있었다. 엔제리너스 롯데월드몰점은 로스팅은 물론 매장 안에서 직접 만든 쿠키, 파운드 등 빵 종류를 다양하게 선보였고, 홍대 L7점은 도심 속 쉼 공간을 콘셉트로 매장을 꾸렸다.
이날 엔제리너스 홍대L7점에 방문한 직장인 이아무개씨(26)는 “직장 동료 따라 엔제리너스에 왔는데 처음에 식당에 온 줄 알았다”며 “엔제리너스하면 검은색 분위기가 먼저 떠올랐는데 밝게 매장이 바뀐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학생 김아무개씨(25)는 “엔제리너스에서는 반미나 샌드위치류만 먹었던 기억이 있는데 커피맛에 대한 편견이 깨진 듯 하다”고 했다.
2000년에 론칭한 엔제리너스는 유통 대기업이 운영하는 커피 브랜드 중 생존기간이 가장 길다. 다만 엔제리너스는 업계의 치열한 경쟁과 함께 소비층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서 존재감이 갈수록 흐려지고 있다. 엔제리너스는 스타벅스와 투썸플레이스, 이디야커피로 이뤄진 커피업계 3강은 물론 저가 커피 브랜드 메가커피에도 매장수, 인지도에서 밀리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엔제리너스의 부진한 실적도 뼈아픈 부분이다. 롯데GRS가 엔제리너스 특화매장을 잇따라 선보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롯데GRS의 지난해 매출은 6831억원, 영업손실 195억원이다. 매출액은 1년전 대비 18.7%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적자전환했다. 롯데GRS 매출의 15%를 차지하는 엔제리너스는 지난해 매출 1025억원, 영업이익 29억원으로 추정된다. 이는 1년전 대비 매출액은 23%, 영업이익은 10%가량 줄어든 규모다.
엔제리너스 점포수는 현재 460여개점으로, 스타벅스(1620개), 이디야커피(3500여개) 등에 비해 적은 편이다. 일각에서는 엔제리너스의 매각설과 함께 1세대 커피전문점 카페베네의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커피업계 관계자는 “엔제리너스가 예전부터 커피 전문점임에도 커피 대신 반미를 내세워 마케팅을 하고 있다”며 “엔제리너스는 소비자들 커피 맛 평가를 개선하기 위해 원두를 바꾸고 있지만 커피 전문점 1세대 브랜드임에도 수년째 성장 정체 중”이라고 말했다.
실제 엔제리너스는 출범 때부터 ‘맛없는 커피’라는 소비자들의 선입견이 생겼다. 당시 엔제리너스는 롯데리아와 같은 원두를 사용했지만 커피값 대비 원두 품질 차이 논란을 빚었기 때문이다. 엔제리너스와 롯데리아가 같은 용량과 원두를 쓰고 있지만 가격은 엔제리너스가 두 배 이상 높다는 이야기가 많았다.
엔제리너스 커피 가격도 다른 경쟁사 대비 높은 편이다. 아메리카노 기준 엔제리너스 가격은 4700원이다. 경쟁사인 스타벅스(4100원), 투썸플레이스(4100원), 이디야커피(3200원) 등에 비하면 높은 편에 속한다.
엔제리너스 관계자는 “요즘 소비자들이 커피보다도 카페에 찾아가는 것을 선호한다는 트렌드에 맞춰 다양한 분위기의 매장을 선보이고 있다”며 “특화매장을 선보이며 브랜드 이미지 강화에 나서고 내년에는 프랜차이즈 가맹점에도 특화매장을 적용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