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시장 역성장 전망에 새 제품으로 돌파구
한종희 “다양한 스크린, 고객 경험 플랫폼 될 것”

한종희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부문장 부회장이 4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위치한 베네시안 팔라조에서 CES 2022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한종희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부문장 부회장이 4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위치한 베네시안 팔라조에서 CES 2022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시사저널e=이호길 기자] 한종희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부문장 부회장이 새로운 콘셉트의 TV 출시를 통해 시장 외연 확장에 나선다. 대체불가능토큰(NFT) 플랫폼 탑재와 라이프스타일 제품군 강화 등 참신한 아이디어로 정체된 TV 시장을 확대하겠단 전략이다. 이는 한 부회장이 강조한 고객 경험 가치 극대화로 이어져 ‘뉴 삼성’ 구축에 기여할 수 있단 전망이다.

7일(한국시간)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 회사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고 있는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2022’에서 NFT 거래 플랫폼 기능을 적용한 2022년형 마이크로 LED, 네오 QLED, 더 프레임 TV 등을 공개했다. 삼성전자 소프트웨어인 ‘스마트 허브’에 NFT 플랫폼이 탑재돼 스마트 TV로 디지털 예술 작품을 손쉽게 거래할 수 있다.

더 프레임과 더 세리프, 더 세로 등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겨냥한 TV도 강화했다. 이들 제품 화면에는 빛 반사를 방지하는 매트 디스플레이가 적용됐다. 이중에서 더 프레임은 TV를 시청하지 않을 때 예술 작품을 스크린에 띄워 액자처럼 활용할 수 있는 제품이다. 디지털 캔버스 역할을 수행해 미래 라이프스타일을 즐길 수 있다는 게 삼성전자 설명이다.

2022년형 더 프레임 라이프스타일 TV. /사진=삼성전자
2022년형 더 프레임 라이프스타일 TV. /사진=삼성전자

◇신시장 확대 위해 새 콘셉트 TV 개발···변화 주도하는 한종희

삼성전자가 새로운 기능을 도입한 제품을 선보이는 건 TV 시장 위축에 대응하기 위한 행보란 분석이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TV시장 출하량은 2억1570만대로 지난해(2억1660만대) 대비 역성장이 예상된다. 시장이 침체되면서 연간 TV 출하량은 2017년 이후 5년 만에 2억1500만대 수준까지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4K TV는 이미 다 나왔고 이번에 97인치 제품까지 출시되면서 화질이나 대형화 경쟁은 더 이상 진행되기 어렵다. 기능적인 측면에서 신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TV를 안 볼 때 액자처럼 쓸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하는 것”이라며 “CES에서 공개된 제품이 양산화되려면 1~2년 이상 걸리지만, 신시장을 열어놓고 계속 확대해가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변화의 중심에는 한 부회장이 있다는 평가다. 한 부회장은 1988년 삼성전자 입사 이후 영상디스플레이(VD) 사업부 상품개발팀장, 개발실장, 개발팀장 등을 역임한 TV 개발 전문가다. 지난해 부회장 승진 이전 2017년 11월부터 VD사업부장을 맡아 삼성전자 TV 사업의 16년 연속 세계 1위 달성을 견인했다.

박주근 리더스인덱스 대표는 “한 부회장은 TV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라며 “이제 CEO(최고경영자)가 돼서 완제품 사업을 이끌어야 하는 과제를 맡았는데, 차별화된 성과를 보여주기 위해 한 부회장이 제일 자신 있는 건 스마트폰보다는 TV 쪽이다. 그래서 이 분야를 새롭게 치고 나가는 것 같다”고 밝혔다.

한종희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부문장 부회장이 5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한종희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부문장 부회장이 5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고객 경험 강조’ CES 기조연설도 같은 맥락···“숙제는 소프트웨어”

한 부회장이 지난 5일 CES 기조연설에서 강조한 고객 맞춤형 경험과 친환경 가치도 이와 맥이 닿아있다는 관측이다. 기술력이 우수한 TV는 기본이고, 소비자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할 수 있는 제품을 선보여야 고객 만족감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이재용 부회장 체제의 ‘뉴 삼성’ 본격화로도 이어진다.

박 대표는 “지금까지 삼성전자가 디바이스의 기술적 수준을 강조해왔다면 이제는 자사 기기를 통해서 고객의 시간을 확보한 뒤 새로운 경험 가치를 제공하려 한다”며 “그 가치를 통해서 실질적인 경험을 끌어올리고 더 많은 고객을 확보하는 전략으로 나아가고 있다. 선순환을 위해서는 지속 가능한 경영이 필요하고, 여기에는 환경도 중요하다는 걸 바탕에 뒀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는 이번 CES에서 사용자 경험을 강화할 수 있는 TV 전용 액세서리도 대폭 확대했다. 화면을 세로로 즐길 수 있도록 자동 회전이 가능한 월마운트 액세서리와 스탠드, 세로형 인터페이스를 지원한다. 탈착이 가능한 카메라 액세서리 슬림 핏 월마운트를 개발해 TV 카메라 기능도 강화했다.

한 부회장은 전날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삼성 TV는 지난해까지 글로벌 시장에서 16년 연속 1위를 달성하는 놀라운 기록을 세웠으나,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한 준비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프리미엄 시장 다변화를 추진하고, 삼성전자의 다양한 스크린이 고객 경험의 플랫폼이 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TV 시장 확대와 세트사업의 새로운 경험 제공을 위한 한 부회장의 과제는 소프트웨어 개발이란 지적도 나온다. 박 대표는 “애플 같은 경우는 iOS란 독자적인 소프트웨어가 있지만, 삼성은 구글 운영체제를 빌려 쓰고 있다”며 “디바이스만으로는 플랫폼 완성을 할 수 없다. 이 부분을 어떻게 지혜롭게 해결하는가가 삼성과 한 부회장의 큰 숙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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