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작년 12월 말 포항제철소 제1고로 종풍식
친환경 시대 준비하며 올해 지주사 전환 추진
“반세기 동안의 철강 근간···앞으론 ‘친환경 미래소재’ 그룹으로”

[시사저널e=서지민 기자] 작년 12월 29일 포스코가 제1고로 종풍(終風)식을 치렀다. 포스코의 상징이기도 했던 포항제철소 제1고로 용광로의 불이 48년 만에 꺼지는 것이다.

김학동 포스코 부회장은 이 자리에서 “1973년 6월 9일 첫 출선 당시, 고 박태준 명예회장님께서 직원들과 함께 1고로 앞에서 만세를 외쳤는데, 오늘 종풍을 맞이하게 됐다니 만감이 교차한다”며 소회를 남겼다.

포항제철소의 제1고로는 지금까지 총 5520만톤의 쇳물을 생산해냈다. 포스코에 따르면 30만톤급 초대형 유조선 1380척을 건조하거나, 중형 자동차 5520만대 생산 또는 인천대교 1623 개를 건설할 수 있는 양이다. 지금까지 한국의 산업을 받쳐 준 셈이다. 

동시에 고로의 쇳물은 탄소배출의 주범이기도 했다. 포스코는 2017년부터 2020년까지 매해 7500만톤 이상의 탄소배출량을 기록했다. 국내 기업 중 단연 1위다.

상징적인 제1고로의 불이 꺼지면서 2022년엔 포스코에도 탄소중립 시대가 시작된 모습이다. 작년 포스코는 2030년까지 780만톤의 탄소감축을,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공언했다. 포스코에게는 올해가 탄소중립 시작의 원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주사 체제 전환 역시 친환경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작년 12월 포스코는 지주사인 포스코홀딩스를 세우고 기존의 포스코 계열사들을 자회사로 두는 지주사 체제 전환 계획을 발표했다. 철강기업 이미지가 너무 강해 친환경 시대를 맞이하며 기업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포스코는 오는 28일 임시주총을 열고 지주사 전환 여부를 결정 짓는다.

몇 년 전부터 포스코는 꾸준히 신사업을 확장해 왔다. 전기차 이차전지 소재를 위한 리튬·니켈 사업부터 수소산업을 준비하고 있다. 탄소중립 철강을 위한 수소환원제철 공법 개발에도 힘쓰고 있다. 이번 지주사 전환을 통해 포스코가 준비 중인 사업들을 소개하고 친환경 이미지를 새기려는 의지가 읽힌다. 이는 반세기 동안의 철강기업 이미지를 스스로 탈피하기 위한 결정이기도 하다. 

다만 포스코가 갈 길은 아직 멀다. 친환경 신사업을 위한 청사진은 제시했지만 앞으로 구체적인 내용은 채워나가야 한다. 막대한 비용도 뒤따르겠지만, 불확실성도 높은 길이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지난 반세기 동안 포스코는 철강을 근간으로 자랑스러운 역사를 만들어 왔다. 이제는 지주사를 중심으로 한 친환경 미래소재 전문 그룹으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하겠다”고 강조했다.

지난 반세기 동안 ‘탄소배출 주범’이었던 포스코가 앞으로 어떻게 ‘친환경’ 기업으로 바뀔지 기대되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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