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주식 장기보유하면 자본건전성 개선 내용 추가
삼성생명, 38조원 삼성전자 주식 위험액 감소 전망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금융당국이 보험사의 자본건전성을 측정하는 새 지급여력제도(K-ICS·킥스) 최종안을 발표하자 삼성생명이 가장 큰 이익을 얻을 것이란 평가가 제기된다. 최종안은 국내 주식시장에 상장된 주식을 장기보유하면 자본건전성이 개선된다는 내용을 추가했다. 이에 삼성생명은 약 38조원에 달하는 삼성전자 주식 보유에 대한 부담이 줄었다는 관측이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오는 2023년 도입될 킥스 최종안을 발표했다. 킥스는 부채를 시가로 평가하는 것을 골자로 한 새 회계기준(IFRS17) 도입에 맞춰 현재 지급여력제도(RBC)를 바꾼 것이다.
최종안에서 추가된 핵심 내용 가운데 하나는 ‘장기보유주식’ 관련된 조항이다. 보험사가 투자한 코스피, 코스닥 주식 가운데 장기보유하기로 한 몫이 크면 자본건전성이 개선된다는 내용이다. 킥스는 업계와 전문가들의 의견을 반영해 네 번의 개정을 거쳐 최종안을 확정했다.
최종안이 나오기 직전 안(킥스 4.0)은 보험사가 선진시장에 상장된 주식에 대해선 위험시나리오 35%를 적용했다. 전체 주식 가치 가운데 35%를 위험액으로 분류하겠다는 의미다. 이는 현재 RBC가 적용하는 비율 12%의 약 세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업계에선 보험사가 주식 투자를 할 수 없는 정도로 위험액 적용 비율이 높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최종안은 보험사가 투자한 주식 가운데 장기보유주식으로 분류한 부분은 15%포인트 낮춘 20%를 적용하기로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유럽의 사례를 참고하고 자체 시뮬레이션도 시행한 결과 보험사가 주식을 장기로 보유하면 주식시장 변동성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고 판단했기에 최종안에 장기보유주식 항목을 추가했다”라고 말했다.
최종안이 도입되면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주식 보유로 인한 위험액 증가 부담은 감소할 전망이다.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주식을 작년 9월 말 기준으로 약 38조원을 보유하고 있다. 삼성생명은 삼성 그룹의 지배구조의 핵심이기 때문에 삼성전자 주식을 대규모로 처분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삼성생명은 “최종안이 나온지 얼마 되지 않아 주식 분류 계획이 아직 없다”다는 입장이지만 장기보유주식에 포함할 것이란 예상이 중론이다.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주식으로 얻는 이익은 크다. 매해 삼성전자로부터 받는 대규모 배당금은 삼성생명의 실적에 큰 도움이 된다. 작년에도 삼성전자 주식에 대한 배당금으로 8019억원을 받았다. 덕분에 다른 보험사들처럼 최근 채권 자산을 팔아 실적을 늘리는 무리수를 두지 않아도 됐다. 삼성전자의 주가도 우상향 하고 있는 점도 삼성생명의 주식 평가이익을 늘리는 요인이다.
다만 삼성전자 주식 보유로 인해 위험액이 증가하는 부분은 고민거리였다. 킥스 기존안 대로라면 삼성전자 주식에 대한 위험액은 13조 정도로 현재 RBC 아래서 산출된 위험액보다 크게 늘어난다. 하지만 이번 최종안이 도입되면 위험액은 7조6000억원으로 기존안 대비 대폭 줄어든다. 그 결과 자본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비율도 개선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생명은 국내 보험사 가운데 IFRS17과 킥스 도입에 대해 잘 대응하고 있는 곳으로 손꼽힌다. 보험사의 새 제도 도입에 대한 대응력을 측정하는 부채적정성평가(LAT) 잉여율도 16.37%로 업계 상위권이다. 킥스 최종안으로 삼성전자 주식에 대한 부담마저 줄어든다면 제도 변경이 자본건전성에 미치는 영향은 더욱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들은 새 회계기준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장기채권 비중을 늘리는 것이 시급하기에 최종안 도입 이후에도 당분간 주식 비중이 크게 늘진 않을 것”이라며 “다만 삼성생명의 경우 삼성전자 주식은 계속 보유해야 하기 때문에 최종안 도입에 따라 얻는 이점이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