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력 강화와 경영난 중견제약사 매각 추진 등 두 가지 흐름 분석
최근 삼성의 바이오젠 인수설 등 확산···“내년 초부터 인수합병 이슈 부상“ 전망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올해 제약업계와 바이오업계는 인수합병(M&A)이 활발했다. 이같은 흐름의 원인은 업체별로 경쟁력 강화 차원과 중견 제약사나 중소제약사 경영난에 따른 매각 등 두 가지로 분석된다. 이에 업계의 인수합병 흐름이 내년에도 이어질지 주목된다.   

3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슈가 적은 연말에도 제약사 인수합병설이 화제로 부상하고 있다. 삼성그룹이 미국 제약사 바이오젠을 50조원에 인수하기 위한 협상 절차를 밟고 있다는 풍문이 확산된 것이다. 지난 1978년 미국에서 설립된 바이오젠은 뇌졸중과 알츠하이머병 등 신경계 질환 위주로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 130억4400만 달러(15조 4480억원)를 기록했다. 하지만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전날 ‘사실 무근’이라는 공식 입장을 밝혀 인수설은 일단 가라앉은 상태다. 한 업계 관계자는 “비수기인 연말에도 제약사 인수합병설이 확산되는 것은 그만큼 국내는 물론 전 세계의 공통된 흐름이라는 점을 확인시켜 준 것”이라며 “인수설 배경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우선 제약사나 바이오업체의 인수합병은 인수업체의 업계 내 경쟁력 강화를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신규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선 적지 않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하는데 기존 업체 인수를 선택한다는 논리다. 이와는 결이 다른 인수합병 배경은 중견제약사나 중소제약사가 경영난을 겪다가 매각하는 사례가 손꼽힌다. 지난해 1월부터 국내에 불어닥친 코로나19 여파로 일부 중소제약사는 구조조정 가능성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상황의 탈출구로 매각을 검토하거나 추진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 유형의 인수합병은 상대적으로 더 보안에 신경 쓰고 있어 구체적 확인이 어려운 상황으로 분석된다.  

올해 인수합병이 성사됐거나 이슈가 된 사례를 들여다보면 우선 대원제약은 지난 5월 건강기능식품 업체 극동에치팜을 인수했다. 대원제약이 극동에치팜 지분 83.51%(5만9793주)를 확보하는데 141억원을 투자한 것이다. 대원제약 인수 목표는 사업 영역을 넓히고 기업 가치를 키우는 것이었다.

일동제약은 올 7월 바이오벤처인 아이리드비엠에스 주식 260만주를 130억원에 취득했다. 일동은 아이리드비엠에스의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현금을 투입, 지분 40.0%를 확보했다. 일동제약은 인수 목적과 관련, “R&D 역량 확보를 통한 기업 가치 제고”라고 밝힌 바 있다. 일동제약 연구원들을 중심으로 지난해 사내 벤처로 설립된 아이리드비엠에스는 저분자화합물 분야 신약을 개발하는 바이오벤처다.      

CJ제일제당도 7월 마이크로바이옴 신약개발 업체 천랩을 983억원 규모로 44% 지분을 인수했다. 천랩은 2022년 ‘CJ바이오사언스’로 바꾸고 새출발할 예정이다. GS그룹 컨소시엄은 지난 8월 보툴리눔 톡신 업체인 휴젤과 주식양수도 계약을 1조7000억원에 체결했다. 이 계약은 올해 국내 제약업계와 바이오업계 최대 규모 인수합병 사례다.

이로써 휴젤은 글로벌 메디컬 에스테틱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명문제약 매각 논란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주요 이슈였다. 매각설을 부인하던 명문제약은 지난 달 최대주주 지분 매각과 관련, 엠투엔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지만 수일 만에 매각 우협대상자에서 엠투엔을 해지해 논란을 초래했다. 

제약사 인수합병은 연말에도 이어졌다. 한국콜마홀딩스는 최근 오가노이드 기반 기술을 보유한 바이오 플랫폼 기업 ‘넥스트앤바이오’ 지분 40%를 인수하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오가노이드는 줄기세포로부터 계통 발생 및 분화를 통해 형성된 자가재생 및 자가 조직화가 가능한 3차원 세포 집합체다. 에이치엘비도 최근 962억원에 국내 비임상시험 분야 CRO(임상수탁기관)인 노터스 인수 계약을 체결했다. 노터스는 선진국 수준의 비임상 유효성 시험평가, 독성 시험평가 진행이 가능한 CRO 업체다.  

이같은 인수합병 성사 사례와 별도로 현재도 꾸준하게 제약사 인수합병이 추진되는 것으로 업계에 알려져 있다. 앞서 분석한 중견제약사나 중소제약사가 경영난을 겪다가 매각을 추진하는 사례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인수합병은 비밀리에 추진되기 때문에 해당 제약사 오너가 대리인을 지정해 매각을 추진하게 된다”며 “오너를 안다고 해서 섣불리 업체 매각 의사를 확인할 수 없는 상황에서 대리인을 찾는 것이 급선무”라고 전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인수금액대별로 다양하게 제약사 인수 희망자들이 매물을 기다리는 상태”라며 “제약사 매물과 인수 희망자를 연결시키는 작업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업계에 따르면 중견 제약사인 A사와 B사가 시장에 매물로 나왔다는 설이 급속하게 확산된 바 있다. A사의 경우 지난해도 매각을 추진한다는 소문이 업계에서 나돌아 관심이 집중됐었다. 이어 최근에는 모 대형 제약사가 인수합병을 추진한다는 관측이 돌고 있어 추이가 주목된다. 구체적으로 이 제약사는 타 업체 인수를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제약사는 구체적 입장 표명을 내년으로 미룬 상태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연말 상황을 감안하면 내년 초부터 업계가 인수합병으로 들썩거릴 가능성이 있다”며 “경쟁력을 제고하려는 제약사와 매각을 추진하는 제약사는 업계 예상보다 많을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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