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내내 삼성전자 2.7조 사들여···매도나선 개인·연기금과 대조
매년 1월 실적발표 일정에 단기고점 존재···홍라희 블록딜은 변수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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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이승용 기자] 외국인들의 삼성전자 주식 매수세가 멈추지 않고 있다. 12월 들어 삼성전자 순매수 금액은 전달 대비 3배 이상 확대됐다.

외국인들이 삼성전자 주식을 꾸준히 매수하면서 새해 삼성전자 주가 상승에 대한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삼성전자 주가는 1월에 단기적으로 고점을 찍는 경우가 많았다.

다만 고 이건희 회장의 부인인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 관장이 신탁한 1조5600억원 가량의 삼성전자 주식이 블록딜로 매각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은 변수로 꼽힌다.

◇ 中 감산 악재에도···멈추지 않는 外人 순매수

3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외국인들은 삼성전자 주식을 무려 2조7467억원가량 순매수했다. 지난달 8612억원 순매수로 돌아선 이후 삼성전자 매수세가 한층 강해진 것이다.

이달 들어 외국인은 전체 22거래일 가운데 20거래일 동안 삼성전자 주식을 순매수했다. 심지어 삼성전자가 29일 코로나19 확산세로 중국 시안의 낸드플래시 생산공장 가동을 조정하고 있다고 발표하면서 감산설을 인정했음에도 외국인들은 29일과 30일 이틀간 688억원가량을 순매수했다.

개인투자자들이 이달 들어 삼성전자 주식을 무려 3조1372억원가량을 순매도한 것과는 정반대 행보다. 개인투자자들은 올해 초부터 10월까지 무려 삼성전자 주식을 35조원이나 순매수했지만 지난달부터는 순매도로 돌아선 상태다.

개인투자자 입장에서는 삼성전자에 ‘질렸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올해 삼성전자 주가 흐름은 부진했다.

올해 8만1000원으로 시작했던 삼성전자 주가는 새해 주식투자 열풍이 불면서 급등하기 시작했고 1월 11일에는 장중 9만6800원을 찍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국민연금 등 연기금의 매도물량이 쏟아지면서 삼성전자 주가는 꾸준히 우하향하기 시작했다.

올해 연기금이 국내 주식시장에서 매도한 주식은 24조원가량으로 지난해 3조4192억원보다 7배 이상 늘었는데 이 가운데 삼성전자 물량만 10조9481억원에 달한다. 지난여름부터는 외국계 증권사로부터 반도체 업황의 부진 전망이 나오기 시작했고 10월13일에는 주가가 6만8300원으로 최저점을 찍기도 했다.

삼성전자 주가를 다시 끌어올린 원동력은 11월부터 시작된 외국인들의 매수세였다. 연기금의 삼성전자 매도 규모 역시 줄어들기 시작했다. 결국 삼성전자 주가는 반등을 시작했고 7만8300원으로 올해 장을 마쳤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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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해 1월에 단기 고점 있었다

최근 5년 동안의 1월 삼성전자 주가 흐름을 살펴보면 새해 초부터 주가 상승세가 시작되면서 단기적으로 고점을 찍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1월초 주가보다 1월말 주가가 낮았던 2018년과 올해에도 중간에 단기 고점이 존재했다.

매년 초 삼성전자의 주가 상승세는 전년도 실적발표 및 반도체 전망과 관련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삼성전자는 통상 매년 1월 첫째 주에 잠정집계실적을 발표한다. 내년 1월 첫째 주에도 올해 4분기 및 연간 잠정집계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4분기 매출은 역대 최대인 75조2699억원,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67.0% 늘어난 15조702억원으로 추정된다.

노동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코스피 대비 삼성전자 상대수익률이 바닥을 통과하는 것이 뚜렷하다”며 “과거 패턴 고려시 코스피 대비 상대수익률이 최소 10%포인트 이상 높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예년과 달리 홍라희 전 관장이 보유한 주식이 내년초 대거 블록딜로 풀릴 수 있다는 점은 변수로 꼽힌다. 통상 블록딜은 거래단가가 시세보다 싸기에 거래 이후 주가 급락을 일으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여기에 거래성사 이전에는 대규모 물량 출회 우려가 주가에 선반영되는 ‘오버행’ 이슈도 존재한다.

이건희 회장은 삼성전자 주식 2억4927만3200주 등을 유산으로 남겼고 이 주식들은 유족들에게 상속됐다. 상속세 총합은 12조원에 달한다.

홍 전 관장은 상속세 납부 목적으로 지난 10월 5일 삼성전자 주식 1994만1860주(삼성전자 보통주의 0.33%)에 대해 KB국민은행과 처분 신탁 계약을 맺었다. 지분매각기한은 2022년 4월25일까지다. KB국민은행은 최근 블록딜 관련 매각주관사 선정 작업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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