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뱅, 새해에도 중저신용자 대출 '올인'
시중은행도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 움직임
세심한 리스크 관리 중요···CSS 고도화 집중

사진=카카오뱅크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카카오뱅크가 새해에도 중·저신용자 대출에 ‘올인’하기로 하면서 은행권 중저신용자 대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는 시중은행도 가계대출 총량 관리에 대비하기 위해 중·저신용자 대출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에 '우량차주'를 누가 더 확보하느냐에 따라 중저신용자 대출 전쟁의 성패가 좌우될 것으로 예상된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카카오뱅크는 올해도 고신용자 대상 신용대출과 마이너스 대출의 신규 판매 중단 조치를 이어가기로 했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신규 판매 중단 기간은 미정이며 재개 여부는 금융시장의 여건을 고려해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카카오뱅크는 작년 10월부터 중저신용자 대출에 전념하고 있다. 신용평가 점수(KCB) 820점 이하의 중·저신용자들에게만 신용대출을 제공하고 있다. 당초 올해부터는 대출을 정상화될 예정이었으나 당분간 중저신용자 대출을 늘리는데 집중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  

이번 결정은 카카오뱅크가 당국의 제재를 피하기 위한 움직임이란 관측이 나온다.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당국이 권고한 중·저신용자 대출 목표치 달성에 사실상 실패했다. 전체 신용대출 가운데 중저신용자 대출을 20.8%를 달성해야 했지만 작년 9월 말 기준 14%대에 머물렀다. 

올해도 카카오뱅크가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하면 당국의 제재가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당국은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 목표를 채우지 못하면 신사업 인·허가에 불이익을 줄 것이라 엄포를 놓은 바 있다. 문제는 올해 목표치가 25%로 작년보다 더 올라간다는 점이다. 카카오뱅크가 연초부터 중저신용자 대출에 집중하는 이유다. 

이에 은행권의 중·저신용자 대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나머지 인터넷은행도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 목표를 채워야 한다. 케이뱅크, 토스뱅크의 올해 목표치는 각각 25%, 42%다. 케이뱅크도 작년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했기 때문에 올해 더 분발해야 하는 상황이다. 

시중은행도 중저신용자 대출 전쟁에 가세할 전망이다.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총량 규제를 내년에도 이어가기로 한 가운데 중·저신용자 대출은 총량에 포함시키지 않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기업금융만으로 대출 성장에 한계가 있는 시중은행은 그간 관심이 크지 않았던 중저신용자 대출로 눈을 돌릴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근 차기 국민은행장 후보자도 내정된 다음날 “가계대출 성장 제한은 우량 고객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7등급 이하 저우량 고객에게는 그 한도가 열려 있다”며 중·저신용자 대출을 강조한 바 있다.  

실제로 시중은행은 당국이 가계대출 규제를 가한 후 중신용자들에 대한 대출을 조금씩 늘렸다. 시중은행은 신용평가 점수 800~850점대 차주들에게 5~6%대 금리의 신용대출을 제공하고 있다. 이 금리대의 일반신용대출 비중은 올해 1월 5%(단순산술평균)에 머물렀지만 올해 10월에 9%까지 상승했다. 

중저신용자 대출에 은행이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우량차주 확보 쟁탈전도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중저신용자 대출을 늘리면 부실 채권이 증가할 가능성도 그만큼 커진다. 부실을 피하기 위해선 상대적으로 상환 능력이 높은 차주를 선별하는 것이 핵심이다.

은행들이 최근 신용평가모델(CSS) 고도화에 집중하는 이유다. 은행들은 사회초년생, 주부, 온·오프라인 소상공인 등 이른바 신 파일러(thin filer·금융 거래 정보가 거의 없는 사람)들 가운데 상환 능력이 높은 차주들을 파악하는데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통신·전기비 납부 이력, 온라인 구매 및 포인트 적립, 소셜미디어(SNS) 사용 내역 등 비금융 데이터를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볼 때 시중은행이 중저신용자 대출을 대폭 늘리기는 쉽지 않다”라며 “하지만 당국이 이 대출을 강조한 만큼 중저신용자들 가운데 우량차주들을 선별해내 대출을 제공하는데 이전보다는 더 관심을 기울일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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