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원두값 올라 스타벅스도 가격 인상 고려 중
편의점 컵 커피도 1월1일부터 10%가량 인상하기로
개인 카페 점주들 “더 이상 못버텨···커피값 올려야할 듯”

서울 강남구 한 카페. / 사진=한다원 기자
서울 강남구 한 카페. / 사진=한다원 기자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영업시간도 제한됐는데 최저임금까지 인상되면···.”

2022년을 하루 앞둔 31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한 카페 점주는 우울한 연말을 보내고 있다. 1월1일부터 시행하기로 했던 카페 일회용컵 규제는 일단 유예기간을 갖기로 해 한숨을 돌렸지만, 최저임금과 커피 원두값 인상으로 인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31일 국제커피기구(ICO),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최근 월 평균 커피 가격은 파운드당 228.25포인트였다. 이는 전년 동기(128.47포인트) 대비 100포인트가량 오른 규모다. 세계 최대 커피 산지로 전 세계 물량의 40%를 생산하는 브라질에서 불규칙한 강우, 한파와 연이은 가뭄 피해로 원두 작황이 부진했던 영향이다. 여기에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원두를 많이 생산하는 베트남에서는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도시에 강력한 봉쇄 조치를 내리면서 물류 이동이 막혀 커피 원두값이 치솟았다.

미국 스타벅스는 원두값 인상에 대해 “아라비카 원두는 당사의 수익성에 중대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커피 가격 인상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케빈 존슨 스타벅스 최고경영자(CEO)도 지난달 미국 매체를 통해 “가격 책정에 대해 매우 신중하게 고려 중”이라며 “필요하다면 가격을 확실히 더 올릴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미국 커피 추이. / 자료=인베스팅닷컴, 표=정승아 디자이너
미국 커피 원두 가격 추이. / 자료=인베스팅닷컴, 표=정승아 디자이너

스타벅스커피코리아 관계자는 “현재 커피 가격 인상과 관련해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현재 스타벅스는 아메리카노 기준 2010년 3600원, 2012년 3900원, 2014년 4100원으로 인상한 이후 동결 중이다.

우선 대형 커피 프랜차이즈는 전 세계 산지 커피 농장과 직접 계약하거나 수입한 원두를 보관할 창고가 있어 당장은 원두 가격 인상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고 있다. 다만 커피 전문점을 운영하는 점주들은 “피해를 입는 쪽은 결국 개인 카페 점주들”이라고 입을 모은다. 대형 프랜차이즈와 달리 커피 원두를 직접 구매해야하는 상황에서 원두값이 오르면 커피값도 올릴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결국 내년 코로나19로 인한 영업시간 제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알바생들 인건비, 원두값 인상 등을 고려하면 지금보다도 카페를 운영하기 더 힘들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저가 브랜드와 개인 카페로 이뤄진 중저가 커피 전문점 점주들의 고민은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서울 강남구에서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천아무개씨(33)는 최근 커피 가격을 500원 인상했다. 4000원에 판매하던 아메리카노 가격을 4500원으로 조정한 것이다. 이씨는 “코로나19로 내부 좌석을 띄워놓고 운영해 수용 인원이 적어졌는데 영업시간까지 제한하고 있어 저녁 고객도 잃었다”며 “커피값 500원 인상 후 일부 단골 고객들의 불만도 있었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개인 카페를 운영하는 최아무개씨(45)는 “지난달까지만 해도 원두를 1㎏ 기준 2만원대 납품을 받았는데 최근 가격이 소폭 올랐다”며 “아직 커피값은 올리지 않았으나 매출이 최근 크게 줄어 (커피 가격을 올릴지)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요새는 워낙 홈카페를 즐기는 사람도 많아 원두만 구매하는 고객도 부쩍 늘었다”며 “단골 고객만 의존하고 있는데 무인카페도 많아지고 있어 단골 고객 발길까지 끊길까 걱정된다”고 덧붙였다.

서울 한 개인 카페. / 사진=한다원 기자
서울 한 개인 카페. / 사진=한다원 기자

엎친데 덮친격으로 네슬레코리아는 스타벅스 원두로 만든 캡슐커피 가격을 1월1일자로 약 10% 인상하기로 했다. 즉 같은 원두를 사용하는 매장 커피 가격도 오를 수 있다는 의미다. 이번 가격 조정에 따라 커피 정기 배송 서비스 캡슐투도어와 온라인 전용몰에서 판매하는 스타벅스 캡슐 가격은 7900원에서 8700원으로 인상된다.

연희동에서 작은 카페를 운영하는 배아무개씨(26)는 “케이크를 전문으로 하는 카페여서 커피는 캡슐로 내려 판매하고 있다”며 “캡슐커피 가격이 올라 커피값도 조정해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배씨는 “인건비 부담은 있지만 내년에 알바생을 고용하려고 했었다”며 “최저임금, 캡슐커피 가격 등을 놓고 알바생을 고용할지, 지금처럼 혼자 운영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장수 카페사장연합회장은 “올해 8~9월 우유값 인상과 커피 원두값 인상까지 더해져 내년에는 커피값 인상이 불가피해졌다”며 “대형 프랜차이즈는 일단 버틸 수 있는 여력이 있지만 저가·중저가 커피 전문점은 버티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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