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사업 은행, 충당금 부담 완화·금리 상승···순익 급증
비은행 계열사도 호실적 이어가···M&A효과도 본격화
가계대출 총량 제한으로 대출자산 성장 전략 '비상'
중소기업·중저신용자 집중···우량차주 확보 전쟁 전망

5대 금융지주 서울 본사 전경 / 사진=각 사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금융지주가 올 한해 코로나 사태를 뚫고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다. 핵심 사업인 은행이 작년의 부진을 털고 당기순익이 급증한 영향이다. 비은행 계열사들도 좋은 성적표를 받으면서 그룹 실적 증가에 기여했다. 다만 가계대출 총량 규제는 금융지주가 해결해야 할 숙제로 남았다. 내년 가계대출 규제에 대한 대비책을 어떻게 마련하느냐에 따라 금융지주의 실적도 갈릴 것으로 전망된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3분기 누적 당기순익은 14조35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0조5341억원)과 비교해 33% 급증했다. 이미 작년 전체 순익(12조5501억원)을 넘어섰다. 리딩금융 전쟁을 벌이고 있는 KB·신한금융은 올해 최초로 당기순익 4조원 클럽에 가입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사모펀드 사태로 실적이 급감한 우리금융도 올해 역대급 성적을 기록하면서 금융지주의 호실적 행진을 이끌었다. 

올해 금융지주가 역대급 실적을 거둘 수 있었던 배경은 핵심 사업인 은행의 실적 급증이다. 시중은행은 올해 대손충당금 부담이 줄어들면서 실적이 크게 늘었다. 지난해엔 은행이 코로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총 1조원에 달하는 ‘코로나 충당금’을 쌓은 결과 영업실적을 늘었지만 당기순익은 감소했다. 올해는 작년에 대규모로 충당금을 적립한 덕분에 충당금 부담에서 벗어나면서 시중은행 모두 두자릿수 실적 증가율을 기록했다. 

금리 인상도 은행의 호실적의 주요 요인이다. 한국은행은 올 상반기부터 기준금리 인상을 시사하더니 지난 8월, 11월 잇달아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인상했다. 그 결과 주택담보대출의 준거금리가 되는 자금조달비용지수(COFIX·코픽스)도 올해 6월부터 상승했다. 1년 이하의 단기물 금리도 오르면서 중소기업 대출 금리도 상승했다. 작년 대출 자산이 크게 늘어난 시중은행은 대출 금리 상승 효과도 누리자 이자이익이 급증했다. 

비은행부문도 실적 증대 행진을 이어갔다. 지난해 증시호황으로 그룹 내 효자계열사로 오른 증권사는 올해도 순익이 증가했다. KB증권은 3분기에 이미 통합법인 출범 최초로 순익 5000억원을 넘어섰고, 하나금융투자도 최대 실적 기록을 작성했다. 증시가 주춤하지만 투자금융(IB), 자기매매 등 사업 다각화 효과가 나왔다는 평가다. 특히 올해는 KB·우리금융이 작년에 각각 인수한 푸르덴셜생명, 우리금융캐피탈(전 아주캐피탈) 실적이 본격적으로 지주에 반영되면서 비은행 성적이 크게 개선됐다. 

자료=각 사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이에 금융지주는 역대급 배당을 위해 준비 중이다. 5대 금융지주 가운데 상장된 기업인 KB·신한·하나·우리는 배당성향을 2019년 수준인 26%로 결정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올해 최대 실적을 거둔 만큼 배당 총액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권에선 금융지주의 올해 배당은 3조9000억원에 이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는 배당을 줄였던 지난해(2조330억원)의 두 배에 가까운 수준이다. 

하지만 잘나가는 금융지주도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총량 관리 강화로 어려움을 겪었다. 당국은 올해 초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를 제출하라고 은행에 요구하더니 하반기엔 목표치를 넘긴 은행을 대상으로 규제에 들어갔다. 그 결과 NH농협은행은 주택담보대출 영업이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다른 시중은행들도 우대금리는 축소하고, 대환대출을 막는 등 가계대출 총량 관리에 일제히 돌입했다.   

당장 금융지주는 은행 대출자산 확보에 비상등이 켜졌다. 그간 금융지주가 별다른 부실 이슈 없이 대출 자산을 늘릴 수 있었던 배경엔 가계대출 증가가 있었다. 주택담보대출과 고신용자를 대상으로 한 신용대출은 상대적으로 위험성이 낮아 수익성·건전성을 동시에 개선할 수 있다. 하지만 내년엔 가계대출로 대출 자산 성장을 이루기는 사실상 어렵다. 당국은 내년 가계대출 증가율을 4~5%선으로 관리하라고 명령을 내렸다.

이에 내년 금융지주는 ‘우량차주’ 확보를 위한 경쟁을 더 치열하게 전개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지주는 내년 가계대출 가운데선 중·저신용자 대출을 늘리고 중소기업 대출을 최대한 확보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두 대출 모두 세심한 리스크 관리가 중요하다. 금융지주는 신용평가 점수(KCB) 820점 이하의 중저신용자 가운데 상환 능력이 상대적으로 나은 차주들을 선별하기 위해 신용평가모델(CSS)를 고도화한다는 계획이다. 중소기업 대출의 경우 상대적으로 기업 경영상태를 투명하게 파악할 수 있는 외감 기업을 확보하는데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은행권 관계자는 “경기가 쉽게 개선되지 않는 상황에서 중소기업 대출 사이즈를 무작정 늘리는 것은 리스크가 크다”라며 “이에 이익을 잘 내고 있는 중소기업을 어느 은행이 더 많이 확보할 것인가가 경쟁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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