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엔솔·SK이노·삼성SDI, 폐배터리 시장 대비 투자 확대
내년부터 폐배터리 회수거점센터·재활용센터 본격 가동
정부-민간, 폐배터리 회수부터 재제조까지 ‘밸류체인’ 구축
[시사저널e=서지민 기자] 전기차 시장이 커지면서 폐배터리 시장도 주목 받고 있다. 국내 배터리3사도 선제적으로 투자하고 있고, 정부 역시 관련 지원 대책을 내놓는 모습이다.
지난 30일 환경부는 ‘탄소중립을 위한 K-순환경제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친환경 자원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면서 산업계의 전반적인 자원 재활용 대책을 수립한 것이다. 이중 전기차 배터리 역시 주요 순환자원으로 꼽히며 폐배터리 시장에 대한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는 성능이 70% 이하로 떨어지면 더 이상 사용이 어려워진다. 대신 에너지저장장치(ESS)로 재사용하거나 완전 분해해 희소금속을 뽑아내는 등 재활용을 할 수 있다. 특히 재활용을 할 경우, 배터리에 포함된 비싼 광물인 코발트·리튬·니켈 등 국내에서 나지 않는 천연자원을 회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폐배터리 시장은 꾸준히 성장해 2050년에는 600조원 규모로 확대될 전망이다.
국내 폐배터리 산업은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생태계 구축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기업들이 선제적으로 폐배터리 시장에 투자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미국의 북미 최대 배터리 리사이클링 기업 ‘라이-사이클’(Li-cycle)에 지분을 투자했다. 라이-사이클은 배터리 핵심 원재료를 추출하는 전문기업으로 LG에너지솔루션은 2023년까지 10년에 걸쳐 니켈 2만톤을 공급받는다. 또 2025년까지 글로벌 사업장에 모두 자원 선순환 시스템을 구축하겠단 목표다.
LG에너지솔루션 측은 “라이-사이클 투자를 통해 친환경적인 방식으로 배터리 원재료를 공급받을 수 있게 됐다”며 “갈수록 강화되고 있는 미국과 EU의 환경규제에도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재활용(BMR·Battery Metal Recycling) 부서를 따로 신설하면서 본격적으로 폐배터리 시장을 대비하고 있다. 또 올해 국내에 건설이 완료된 BMR 데모 플랜트를 내년 초부터 시범가동해 수산화리튬 추출 기술을 시험할 예정이다. 2025년에는 중국·미국 등 현지에서도 BMR 공장 세울 예정이다. 삼성SDI는 전문 배터리 재활용 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시장을 대비하고 있다. 국내 대표적인 폐배터리 재활용 전문기업인 성일하이텍과 협력하고 있고, 최근에는 피엠그로우에도 투자했다.
◇정부-민간, 폐배터리 산업 ‘밸류체인’ 구축
특히 정부와 민간기업·단체는 함께 폐배터리 회수부터 재활용, 재제조까지 가능한 밸류체인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배터리 재활용은 전기차 배터리 '제조→배터리 회수→금속 재활용→재제조'의 밸류체인 구축이 중요하다. 특히 회수하는 배터리가 많을수록 재활용할 수 있는 금속이 많기 때문에 배터리 확보 규모가 관건이다. 또 회수한 배터리를 평가·진단할 수 있는 시스템 등이 마련돼야 효율적인 산업 성장을 해낼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전국 차원의 대규모 인프라 구축은 필수적이다.
현재 한국전지산업협회는 정부와 함께 나주시에 폐배터리 재활용센터를 건설하고 있다. 동시에 폐배터리 얼라이언스 출범도 준비 중이다. 여기엔 배터리 3사뿐 아니라 현대차그룹 및 전기차 배터리 관련 중소·중견기업까지 총 18여개의 기업이 참여하는 대규모 협의체가 될 전망이다.
한국전지산업협회 관계자는 “현재 폐배터리를 재사용·재활용·재제조하기 위해선 배터리 평가부터 국가기술표준원의 KC인증까지 까다로운 절차들이 많다. 중소기업들은 여건상 이를 자체적으로 하기 어렵다. 센터 차원에서 인프라를 구축하고 지원하겠다는 취지”라며 “민간 시장보다 저렴한 가격에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폐배터리 산업의 초기 시장을 여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소비자로부터 배터리를 회수하는 역할은 정부가 맡는다. 한국환경공단은 올해 수도권·충남권·호남권·영남권에 각각 폐배터리 거점수거센터를 설치하고, 내년 1월부터 본격적으로 운영한다. 2010년대 후반에 보급된 전기차의 폐배터리가 나오기 시작해 정부가 일괄적으로 폐배터리를 회수하고 다시 민간에 매각하는 구조다. 환경부에 따르면 국내 회수된 폐배터리의 수는 올해 초 493개에서 2024년 1만3826개, 2026년 4만2092개까지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폐배터리 연구지원단지도 조성한다. 정부는 차세대 배터리 리사이클링 규제자유특구로 지정된 경북 포항시에 폐배터리 연구지원단지를 세운다. 폐배터리 재활용 관련 기술개발과 사업화, 인재양성 등을 지원한다.
남궁현 환경부 자원재활용과 사무관은 “올해 폐배터리 관련 법과 제도가 많이 개선되면서 거점수거센터 구축 및 민간에서의 매입 등이 가능해졌다”며 “지금까지는 폐배터리 물량이 많지 않아 지원 사업이 활성화되지 않았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앞으로의 폐배터리 발생량을 보면, 이를 활용한 사업을 하려는 민간기업들도 이제부터 준비해야 나중에 본격적으로 사업화할 때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정부가 올해부터 적극적으로 재활용 사업을 지원하는 것”이라며 “내년은 폐배터리 산업의 시작점이라고 볼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