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후보 선대위 디지털대전환위원장 맡은 박영선, 스타트업 CEO들 만나
업계 “규제혁신·제도화 통해 스타트업 혁신 사업 중단 막아야”
직역-플랫폼 간 갈등에 컨트롤 타워 신설 요청도···“담당 부처들이 적극 중재 나서야”
[시사저널e=염현아 기자] “붉은깃발법으로 미국에 자동차 산업 패권을 내준 100년 전 영국처럼 우리도 다른 선진국들에 글로벌 시장 선도 기회를 뺏겨선 안 되죠. 혁신 속도 늦추는 규제와 갈등 해결에 집중할 겁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선대위에서 디지털대전한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첫 공식 일정으로 스타트업과의 간담회를 택했다. 중기부 장관에 이어 차기 정부에서도 벤처·스타트업 성장을 지원하겠다는 포부다. 디지털대전환위원회 발대식은 내달 5일 진행될 예정이다.
29일 서울 강남구 소재 드림플러스에서 디지털대전환을 위한 스타트업 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박 위원장은 오영환 부위원장과 함께 디지털대전환을 이끄는 국내 스타트업 대표들을 만나 정책 제언을 청취했다.
박 위원장은 “중기부 장관 시절 불합리한 규제 타파를 위해 노력했지만, 아직 부족함을 많이 느낀다”며 “정치가 스타트업들의 혁신을 촉진하지는 못해도, 최소한 그 속도는 늦추지 않도록 오늘 제언을 위원회 정책에 반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간담회에는 규제들로 사업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스타트업 대표들이 참석해 개선을 요청했다.
농어촌지역에 빈집을 재생하고 숙박업을 운영하는 다자요의 남성준 대표는 지난해 정보통신기술(ICT) 규제 샌드박스에 선정됐다. 4년 동안 실증특례로 사업 운영이 가능하다. 다만 남 대표는 “규제 샌드박스가 4년짜리 시한부 제도여서 6개월마다 재심의를 거쳐야 하는데, 기준이 하나둘씩 늘고 있어 4년 후에도 사업을 연장할 수 있을지 걱정된다”고 토로했다.
원격의료 플랫폼 닥터나우를 운영하는 장지호 대표도 “코로나19 이후 닥터나우의 비대면 진료가 300만건이 넘었지만, 닥터나우는 한시적으로 허용된 시한부 스타트업”이라며 “OECD 32개국이 이미 시행 중인 만큼 원격의료 시장이 과거로 회귀해선 안 된다”고 털어놨다.
다만 박 위원장은 규제 완화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단계적 해결에 무게를 뒀다. 규제 샌드박스에 대해선 검토하겠다는 의견을 냈다.
기존 전문직 단체들과 갈등을 빚고 있는 플랫폼 스타트업들도 정부의 중재를 건의했다.
미용 의료정보 플랫폼 강남언니를 운영하는 힐링페이퍼는 대한의사협회 등 의사 단체들과 갈등을 겪고 있다. 황조은 힐링페이퍼의 이사는 “대한의사협회에서 강남언니를 불법의료정보를 양산한다는 과도한 우려를 갖고 있다”며 “강남언니는 오히려 병원의 허위·과장광고를 걸러내는 역할을 하는 플랫폼”이라고 반박했다.
역시 변호사 단체와 법률플랫폼 로톡을 둘러싼 공방을 이어오고 있는 로앤컴퍼니의 정재성 부대표는 “로톡뿐 아니라 현재 많은 스타트업들이 기존 사업자들과 갈등 관계에 있는데, 이를 중재해줄 컨트롤타워가 부재한 상황”이라며 “컨트롤타워을 통해 각 담당 부처들이 갈등 해결에 적극 나서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앞서 지난 9월 법무부가 변호사 단체와 로톡의 갈등을 중재하기 위해 리걸테크TF를 출범했지만, 이후 진전된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민주당 초선의원들이 스타트업 정책 지원을 위해 구성한 유니콘팜도 적극적인 중재 움직임은 없었다.
이에 대해 박 위원장은 “직역과 플랫폼의 융합은 쉽지 않은 문제”라며 “디지털대전환위원회의 키워드가 ‘융합’·‘시스템 개혁’·‘규제 혁신’인 만큼 융합을 통해 시스템 개혁에 나설 것”이라고 답했다.
박 위원장은 지난 서울시장 선거 후 미국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수석고문 자격으로 연수를 다녀왔다. 디지털대전환위원장으로서의 첫 공식 일정으로 스타트업 CEO들을 만난 박 위원장은 “미국에서도 K-스타트업의 굉장한 혁신 속도에 주목했다”며 “젊은 선진국으로 나아가기 위해 벤처·스타트업 생태계 지원에 힘쓸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