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븐일레븐 KT강남점에 ‘와인스튜디오’ 오픈···“늘려나갈 것”
30평 공간에 300종 이상 와인 갖춰···5000원부터 70만원 프리미엄까지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와인 종류 많다. 앞으로 여기서 구매하면 되겠다!”
29일 오전 기자가 방문한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세븐일레븐 KT강남점. 이곳은 기존 편의점과 달리 복층으로 이뤄졌다. 세븐일레븐이 KT강남점의 다목적 휴게 공간이었던 2층을 와인스튜디오로 리뉴얼하면서다. 편의점에 방문했던 소비자들은 2층에 올라가 와인을 둘러보기도 했다.
과거 편의점에서 와인은 구색을 갖추기 위한 상품에 불과했다. 그러나 코로나19가 2년 가까이 지속되면서 와인은 유통업계 전반의 핵심 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세븐일레븐 와인스튜디오에는 홈술 문화와 맞물려 급부상한 와인의 인기를 한 눈에 체감할 수 있었다.
기존 편의점과 달리 와인스튜디오는 들어서기 전부터 안내판이 붙어있었다. 마치 편의점이 아닌 와인 전문숍에 방문하는 기분이 들게 했다. 세븐일레븐은 최근 와인 시장 규모가 급성장 중인 점을 고려해 2층을 와인스튜디오로 리뉴얼했다. 앞서 서울 잠실 제타플렉스(롯데마트 잠실점)이 지난 23일 대형마트 최초로 1층의 70%를 와인으로 채운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최근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올해 1~11월 국내 와인 수입액(레드·화이트)은 4억1311만달러(4902억원)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76% 증가한 규모다. 특히 와인 시장은 2년 넘게 지속된 코로나19 사태와 홈술(집에서 술을 즐기는 사람들) 문화가 더해지면서 빠르게 성장했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만 해도 맥주가 수입주류 시장의 부동의 1위였지만, 지난해부터 와인이 1위를 차지했다. 세븐일레븐도 올해 1월1일~12월27일 와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04% 신장했다.
일반적인 편의점과 세븐일레븐 와인스튜디오의 가장 두드러진 차이점은 다양한 종류의 와인을 고르고 구매할 수 있단 점이다. 와인스튜디오는 약 30평 공간에 300종이 넘는 와인을 갖췄다. 섹션도 총 8개로 나눠졌다. 대륙별(신·구대륙), 품종별, 화이트 와인 코너를 기본으로 세븐일레븐 이달의 MD추천 와인존도 만나볼 수 있다.
가격은 5000~70만원대로 폭 넓게 구성됐다. 와인 한 잔이 담긴 와인팩, 하우스 와인부터 프리미엄 와인까지 두루 갖춰 다양한 와인 마니아들의 기호를 충족시켰다. 와인 외에도 샴페인 20여종, 위스키, 전통주 등도 스페셜 코너로 구성했다. 와인과 함께 곁들이기 좋은 푸드 페어링 상품(치즈·살라미 등)도 판매한다.
특히 세븐일레븐은 와알못(와인을 잘 모르는 사람)들도 쉽게 와인을 접할 수 있도록 신경썼다. 세븐일레븐은 매장 곳곳에 와인 관련 정보를 기록해 와인 입문자들도 손쉽게 와인에 대한 지식을 쌓고 접할 수 있도록 했다. 와인도 ‘레드 와인’, ‘화이트 와인’ 등 종류별로 나눈 것은 물론, 덜 단맛부터 단 맛, 묵직함과 가벼움 등 맛별로도 구분했다. 대신 편의점 특성상 직원이 와인 고르기를 돕거나 추천해주지는 않는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과거 편의점에서 저가 라인의 와인이 잘 팔렸다면 요새는 중저가, 프리미엄 와인 종류도 많아지고 수요도 커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날 일부 소비자는 편의점에 들렀다가 2층을 둘러보기도 했다. 한 소비자는 “보통 편의점 와인 종류가 한정적이라 급하게 구매하기 좋았는데 여기는 종류도 많고 사케나 고급 주류도 있어 백화점에 방문한 기분”이라고 했다.
세븐일레븐은 원하는 주류를 원하는 시간에 받아볼 수 있도록 예약주문도 받는다. 세븐일레븐 어플리케이션 세븐앱을 통해 원하는 와인을 예약 주문하고 수령 희망 점포를 선택하면 된다. 주문 완료 후 점포에 상품이 도착하면 고객에게 상품 교환권 메시지가 문자로 발송되고, 점포를 방문해 결제 후 상품을 수령하면 된다. 다만 당일 주문할 수 있는 제품은 한정적이고, 통상 3일정도 기간을 두고 예약주문해야 한다. 또 주류 특성상 배달은 불가능하다.
세븐일레븐은 이번 KT강남점 와인스튜디오의 운영효율 및 판매추이에 따라 순차적으로 점포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충분한 유휴공간이 확보되는 점포를 선정해 전체 면적의 30~50%를 와인스튜디오로 전환할 방침이다. 현재 세븐일레븐은 전국 약 200여개 카페형 편의점을 와인스튜디오로 전환, 와인스튜디오와 함께 전국 4200여개인 와인 특화 매대 운영점 확대를 고려하고 있다.
고상봉 세븐일레븐 음료주류팀장은 “와인스튜디오는 와인에 대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한마디로 잘 차려놓은 와인 테이블 같은 곳”이라며 “와인이 일상 주류문화로 정착하면서 내년에도 큰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와인스튜디오는 이런 트렌드 변화에 맞춰 편의점이 소비자 중심형 플랫폼으로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는 상징이라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