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로노이, 2조원대 기술수출 쾌거에도 유니콘 특례 무산
기술평가 통과한 지아이이노베이션은 내년 예심 도전
거래소 “기술특례 심사에 기업들 몰려···면밀히 검토할 것”

[시사저널e=염현아 기자] 바이오 기술특례상장 심사가 최근 엄격해지면서 국내 바이오벤처들의 상장 승인 소식이 좀처럼 나오지 않고 있다. 기존 제도보다 요건이 완화된 유니콘 특례상장 제도를 신설한 지 8개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1호 기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23일 한국거래소는 올해 마지막으로 열린 상장심사위원회 결과 승인 기업 4개사를 발표했다. 바이오벤처로는 노을과 바이오에프디엔씨가 이름을 올렸다. 이날 승인 받지 못한 기업들은 내년 심사위의 의결을 바라보게 됐다. 유니콘 특례 1호 기업으로 연내 상장 기대를 받은 보로노이도 내년 상장을 준비하게 됐다.

한국거래소는 지난 4월 유니콘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들의 코스닥 상장을 유도하기 위해 시장평가 우수기업 특례상장 제도(유니콘 특례)를 신설했다. 이에 따라 시가총액 5000억원 이상의 우량 기술기업들은 기존보다 완화된 기준을 적용받게 됐다. 기존 기술특례상장은 복수의 기관에서 각각 A, BBB 등급 이상을 받아야 상장예비심사 청구가 가능했지만, 이들 기업은 1개 기관에서 기술평가 A 등급 이상만 받아도 된다.

기존 기술특례상장과 유니콘 특례상장 요건 비교
기존 기술특례상장과 유니콘 특례상장의 요건 비교 표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다만 24일 거래소에 따르면 유니콘 특례로 예심 승인을 받은 기업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기술평가 절차는 간소화됐어도 사업성, 성장성 등을 면밀히 심사해야 하는 데다, 현재 예심을 청구한 기업들이 많이 몰려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 관계자는 “매출이 적은 기술기업들은 투자자 보호를 위해 기술성, 사업성을 뜯어봐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며 ”심사역들도 부실 심사를 우려해 기업들에 기술 관련 자료를 보완 요청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선 유니콘 특례에 도전한 바이오벤처 중 보로노이와 지아이이노베이션을 가장 주목하고 있다. 기술수출은 물론 글로벌 기업들과 활발한 협력 행보를 보인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기술성은 물론 사업성 역량까지 가늠할 수 있는 기술이전 실적은 상장예비심사에서도 중점적으로 보는 분야이기도 하다.

보로노이·지아이이노베이션의 성과 내용 표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바이오업계 안팎에선 보로노이가 유니콘 특례 1호 기업으로 코스닥 시장에 입성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미 수차례 글로벌 기술이전에 성공하면서 이미 사업성이 입증됐다는 평가다.

정밀 표적치료제 신약개발 전문 기업 보로노이는 지난해 10월부터 지난달까지 미국 바이오기업들에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유방암 및 고형암 치료제 등 총 4건의 기술이전했다. 규모도 총 18억 달러에 달한다. 

지난 6월 기술평가에서 A등급을 받은 보로노이는 8월말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했지만, 연내 상장 승인은 어려워졌다. 업계 관계자는 "보로노이보다 일주일가량 전에 기술특례 예심을 청구한 노을이 이번 심사위에서 승인을 받았으니 내년 초엔 보로노이의 순서가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아이이노베이션도 기술이전 건수는 보로노이보다 적지만, 그 규모는 상당하다. 지난 2019년 중국 심시어에 면역항암제 GI-101에 이어 지난해 7월 유한양행에 알레르기 치료제 후보물질을 기술이전했다.

면역항암제 등 혁신신약개발 전문 지아이이노베이션은 기술이전 외에도 글로벌 기업들과의 활발한 협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달 머크와 바이오 신약 제조개발을 위한 업무협약(MOU)에 이어 21일에는 아스트라제네카(AZ)와 신약 개발을 위한 임상 협력을 체결했다. 지아이이노베이션의 GI-101과 AZ의 면역항암제 임핀지를 병용하는 방식으로 임상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지난달 초 유니콘 특례를 위한 기술평가를 통과한 지아이이노베이션은 아직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하지 않은 상황이다. 지아이이노베이션 관계자는 “기술성 평가나 사업 실적이 아무리 좋아도 청구 시기도 중요하게 보고 있다”며 ”무조건 빨리 청구하기보다 최대한 면밀히 준비해서 내년 상반기에는 청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 관계자는 "일반 기업의 특례상장은 영업통상 2개월(45영업일)이 소요되지만, 기술특례의 경우엔 다르다"며 "유니콘 특례라고 해서 상장예비심사 절차까지 간소화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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