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 2명과 부사장 모두 40대···업계 “다양한 기준 적용, 유연한 조직구조 기대”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대웅제약이 최근 임원 인사에서 40대 부사장을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 임명하는 등 세대교체를 단행했다. 실제 대웅제약에서 핵심 역할을 수행하는 본부장 8명 중 6명이 40대이고 1명은 30대인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업계 일각은 대웅제약 인사가 나이와 실적에 집착한다는 비판을 제기하며 다양한 기준을 적용,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유연한 인사와 조직구조를 기대했다.
대웅제약은 최근 공동 대표이사를 맡고 있던 윤재춘 사장이 지주회사인 대웅 부회장으로 승진하고, 이창재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하면서 기존 전승호 사장과 함께 대웅제약 각자 대표를 맡는 임원 안사를 발표했다. 이번 인사에서 박성수 나보타사업본부장은 나보타 총괄부사장으로 승진했다. 류재학 CH사업본부장은 신설된 바이오연구본부장으로 이동했다. 대웅제약은 변화와 혁신을 주도할 수 있는 젊고 역량 있는 글로벌 인재를 중용하고 아울러 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해 온 경험을 활용하는데 초점을 맞췄다고 인사 배경을 설명했다.
실제 대웅제약의 최근 수년간 인사 핵심인 ‘40대’는 이번에 두드러졌다. 기존 1975년 10월생인 전승호 사장 외에 이번에 대표로 승진한 이창재 사장은 1977년 6월생이다. 국내 상위권 제약사에 흔치 않은 40대 각자 대표 체제를 갖춘 것이다. 역시 승진한 박성수 나보타 총괄부사장도 1976년생이다.
이창재 사장과 박성수 나보타 총괄부사장은 대웅제약에서 능력과 실력을 갖춘 인물로 인정 받아 승진했다. 이 사장은 동아대 중문학과 졸업 후 지난 2002년 대웅제약 입사 이래 ETC 영업을 시작으로 마케팅 PM과 영업소장을 거쳐 최연소 마케팅 임원으로 승진했다. ETC영업·마케팅본부장과 경영관리본부장 등을 거쳐 2020년 부사장을 달았다. 이 사장 성과는 마케팅과 영업을 총괄하며 차별화된 검증 4단계 전략과 영업 작동원리를 시스템화한 것으로 평가 받는다. 서울대 제약학과를 졸업한 박성수 부사장 역시 지난 2015년 나보타 사업을 총괄하는 본부장을 맡아 나보타의 미국 FDA(식품의약국) 승인을 주도하고 50개국에 진출하는 성과를 달성했다.
본지 취재 결과, 대웅제약은 9개 본부장 체제로 조직돼있다. 현재 공석인 연구본부장을 제외한 8명 본부장 중 40대는 6명이다. 30대도 1명 있다. 최고령 본부장은 1970년생 서창우 인니사업본부장이다. 최연소 본부장은 1983년생 박은경 ETC마케팅본부장이다. 대웅제약 본부장 중 ‘빅3’는 이번에 승진한 나보타사업본부장과 글로벌사업본부장, ETC영업본부장으로 알려졌다. 1977년생인 박현진 글로벌사업본부장은 대웅제약 8개 해외 법인 운영과 회사가 전력을 기울이는 국산신약 ‘펙수프라잔’ 수출 계약에 주력하는 상황이다. 박수진 ETC영업본부장은 올해 3분기 전문의약품 매출을 1967억원 달성하며 전년동기보다 4.1% 증대시켰다. 최근 영입한 장재원 개발본부장 역할도 중요성이 높아졌다. 그동안 진행해왔던 펙수프라잔 허가와 약가 결정이 시급한 현안으로 부상한 것이다.
이번 인사 발표 후 대웅제약 직원들은 이창재 사장 승진과 40대 위주 발탁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는 후문이다. 익명을 요청한 대웅제약 관계자는 “이 사장의 경우 그동안 부사장으로 근무하며 성과가 있었기 때문에 언젠가 승진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많았는데 이번에 발탁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웅제약 관계자는 “대웅제약은 수년전부터 젊은 본부장 체제를 가동해왔다”며 “다른 제약사와 다소 다르다”고 강조했다.
반면 상대적으로 젊은 기준을 반드시 40대로 규정하기 힘들다는 의견도 업계에서 제기된다. 대웅제약 오너 그룹이 세대교체와 40대를 골자로 단행하는 인사가 신선하지만 우려되는 부분도 있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승진자와 본부장 등 대웅제약 40대 임원은 매우 우수한 인물이라는 점에는 공감한다”고 전제하고 “하지만 50세가 넘은 우수 인력이 나이 때문에 회사를 떠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 대웅제약 직원은 “능력을 판단하는 기준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제약사에는 경험이 풍부하고 노련한 직원도 필요하다”며 “과거에는 능력이 있음에도 나이 등을 사유로 회사를 그만둔 사례가 있었다”고 전했다.
대웅제약은 대표와 부사장, 본부장 등 단순한 임원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이같은 구조에 맞춰 현재보다 능동적이고 이동이 자유스러운 인사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 대웅제약 직원은 “현재 본부장 산하에는 팀장이 포진해 있는데 예를 들어 본부장을 그만두고 팀장으로 일할 수 있는 유연한 조직구조가 돼야 한다”며 “임직원 근속기간이 길어야 애사심도 생기고 조직문화에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대표와 부사장, 본부장 등 임원 구조는 소통에 유리한 긍정적 측면이 있다”며 “대웅제약 오너 그룹은 실적을 토대로 인사를 단행해왔는데 향후 더 다양한 기준을 적용한 인사를 기대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