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내년 금고 선정에 지역재투자 결과 반영하는 곳 확대"
지방은행, 연고 지역에선 지역재투자 결과 매해 '최우수''
시중은행에 자금력 밀리는 지방은행···기준 변경 이득볼까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금융당국이 내년 지역재투자 평가 결과를 지역자치단체 금고 선정에 반영하는 사례를 늘리겠다고 밝히면서 지방은행의 ‘금고 지키기’도 더 수월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방은행은 지역재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기 때문에 막강한 자금력을 동원하는 시중은행의 도전에 대응할 여력이 커질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전날 ‘2022 업무계획’을 내고 “지역금융 활성화하고 지방은행 경쟁력 강화를 위해 지자체 금고 선정 심사에 지역재투자 평과 결과를 반영하는 곳이 늘어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방은행이 지자체 금고로 지정되는데 있어 인센티브를 부여하겠단 의미다.
지방은행은 한 시름 놓을 수 있을 전망이다. 지방은행은 뿌리가 되는 지역에서 만큼은 지역재투자에서 높은 점수를 받기 때문이다. 지방은행은 지난해와 올해 모두 각 지역에서 ‘최우수’ 등급을 받았다. 지역재투자 평가는 지역의 예금을 받는 금융사들이 지역 경제 성장에 기여토록하기 위해 마련된 것으로 작년에 도입됐다. 평가항목은 지역 내 자금공급, 중소기업 지원, 서민대출 지원, 점포 수 등으로 구성된다.
최근 국내 은행들은 지자체 금고 확보에 사활을 걸었다. 지자체 금고에 선정되면 조 단위의 대규모 수신액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금 상품으로 수신을 대규모로 확보하려면 높은 금리를 제공해야 하기에 비용 부담이 커진다. 하지만 지자체 금고에 선정되면 1%이하의 낮은 금리로 큰 액수의 수신을 끌어올 수 있다. 이와 함께 공무원과 가족, 산하기관을 잠재 고객으로 확보할 수 있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지자체 금고 선정의 가장 큰 문제점은 평가 기준이 대형 시중은행에 유리하게 돼 있단 점이다. 지자체는 은행의 신용도 및 재무구조 안정성, 대출 및 예금금리, 지역 사회 기여 및 지자체 협력 등 다양한 항목을 평가해 금고 운영 은행을 지정한다. 문제는 지자체가 금고로 선정된 은행으로부터 출연금 명목으로 받는 협력사업비가 실제론 평가를 좌우한다는 점이다. 막강한 자금력을 갖춘 시중은행을 상대로 지방은행이 고전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대형 시중은행은 지자체 금고를 따내기 위해 거액의 출연금을 쏟고 있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신한·하나·우리·농협)은 올해 2780억원의 출연금을 냈다. 2017년부터 5년 동안 출연금이 총 1조447억원에 달했다.
지방은행은 해당 지역의 금고를 지키기 위해 출연금을 늘렸지만 역부족이란 것이 중론이다. DGB대구·BNK부산·BNK경남·광주·전북은행 등 5개 지방은행은 올해 지자체 금고 선정 출연금 311억원을 냈다. 지난 2017년붙 지방은행 출연금 규모는 계속 커지면서 5년 간 총 1337억4000만원을 지불했다. 하지만 시중은행의 8분의 1에 그치는 수준이다.
정부는 출연금 규모에 따라 지방은행들이 피해를 입지 않기 위해 작년 지역재투자 평가결과를 금고 선정에 반영하기로 했다. 하지만 현재 지역재투자 평가결과를 반영하는 곳은 부산시와 제주 교육청 정도다. 이마저도 배점이 낮은 것으로 전해진다. 기분변경의 혜택을 거의 누리지 못한 셈이다.
하지만 금융위가 지방은행 경쟁력 강화를 강조하고 있는 만큼 내년엔 지역재투자 결과를 반영하는 지자체는 더욱 늘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선 지방은행을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 지방은행이 수신을 최대한 확보하면 그만큼 지역 중소기업과 서민대출을 더 많이 늘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지자체와 지방은행이 협력해 지역 경제가 선순환하는 금융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 지방은행 관계자는 “지방은행은 대출부터 사회 공헌까지 연고 지역에 기여하는 부분이 상당하다”라며 “금융당국이 지자체 금고 선정에 있어 은행이 지역에 기여한 부분이 더 반영되도록 하겠단 의지를 보인 만큼 지방은행 입장에선 유리한 점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