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시트 경험 살려 세 번째 스타트업 창업
자동투자 플랫폼 헤이비트·이루다투자 운영
[시사저널e=염현아 기자] “자산이 많든 적든 투자와 관리는 필요합니다. 피로한 자산관리, 업라이즈 로보 어드바이저에 맡겨주세요.”
디지털 금융이 급성장하면서 전 세계 디지털 자산 시장 수요가 크게 늘어났다. 국내에서도 2019년 100만명에 그쳤던 가상화폐 투자자가 최근 700만명에 육박했다. 그러나 고위험·고수익을 추구하는 투자자들이 대거 몰리면서 투기 과열 현상도 심각해졌다.
가격 급등락으로 요동치는 시장에서 불안과 공포를 경험한 투자자들이 최근 안전지대로 몰리면서 주목받는 스타트업이 있다. 위험은 제한하면서 수익은 늘리는 자동투자 서비스 ‘헤이비트’를 개발한 업라이즈다. 인간이 아닌 인공지능(AI) 로봇이 고객 각자에 맞는 투자 상품을 찾아 얼마나, 어떻게 투자할 것인지 모두 대신 결정해 투자를 관리해준다.
헤이비트는 출시 3년반 만에 누적 이용자 2만6600명, 누적 거래량 20조원을 돌파했다. 고객들의 누적 순수익은 약 235억에 달한다. 이러한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은 업라이즈는 지난 6월 중소벤처기업부 아기유니콘에 선정됐다.
지난 22일 성남 분당구 사옥에서 만난 이충엽 대표는 “‘아기’유니콘에서 ‘중딩’유니콘으로 성장한 스타트업”이라고 업라이즈를 소개했다.
이 대표는 연쇄창업가로도 불린다. 앞서 두 번의 창업과 엑시트를 경험한 이 대표는 또다시 세 번째 창업을 택했다. 콘텐츠 제작 스타트업에 이어 IT 스타트업까지 연달아 엑시트에 성공했다. 회수한 자금으로 직접 가상화폐 투자를 경험한 이 대표는 투자를 지속하는 데 어려움을 절감했다.
변동성이 큰 시장이 만큼 정확한 정보도, 심리적 여유도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이 대표는 자동투자 서비스 개발을 결심, 연구 끝에 2018년 8월 세 번째 스타트업 업라이즈를 창업했다. ‘고통 없이 여유로운 투자’를 목표로 자동투자 서비스 헤이비트를 출시했다.
“자산의 규모와 관계없이 투자를 하느냐 안 하느냐는 장기적으로 엄청난 차이가 나기 마련이에요. 의사결정을 잘못하거나 관리를 안 할 경우 장기적으로 손해를 보게 되죠. 근데 이걸 하려면, 공부도 필요하고, 정신적 소모가 되니 피하게 되거든요. 그 누구도 자산관리의 기회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서비스를 제공하고 싶었습니다.”
헤이비트 서비스의 핵심 기술은 인간을 대신해 자산을 관리해주는 ‘로보어드바이저’다. 로봇과 투자전문가(advisor)의 합성어인 로보어드바이저는 수학통계적 기법으로 설계된 퀀트 알고리즘을 통해 고객마다 맞춤형 투자 상품을 제공하고, 동시에 여러 고객을 관리한다.
업라이즈는 기존 자산관리 플랫폼과 지향점이 다르다. 고객들에 다양한 금융 상품을 소개해 많은 선택권을 주는 백화점 성격이라면, 업라이즈는 고객에 맞는 맞춤복을 제공한다. 결국 업라이즈에 대한 고객들의 강한 신뢰가 전제돼야 가능하다.
이에 이 대표는 로보어드바이저가 아직 생소한 고객들이 안전성을 의심하는 고객들을 설득하는 데 주력했다. 기존 플랫폼들과는 달리 D2C(소비자 직접 판매) 방식을 택한 그는 고객들과 직접 소통을 통해 신뢰 얻기 위해 노력 중이다.
헤이비트 출시 후 2년간 무료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고객들에게 투자 이력과 성과 포트폴리오도 공개했다. 지난해 11월 새로운 투자 전략인 ‘포어프론트(FF)’를 선보이면서 유료 서비스로 전환했다.
이 대표는 출시 1년반 동안 손실 폭이 최대 11.25%를 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직접투자에 비해서도 월등히 낮은 수치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지난 9월 국내 특정금융정보법에 따라 현재 FF 서비스는 국내에서 중단된 상태다. 헤이비트 글로벌 시장에서만 제공되고 있다.
여느 스타트업처럼 업라이즈도 국내 다양한 규제에 부딪혀 왔다. 다만 이 대표는 규제에 대항하지 않고, 가능한 것부터 해나가는 쪽을 택했다.
“물론 마이데이터가 허용되면 헤이비트 고객들의 금융정보로 더 고도화된 맞춤형 자산관리 서비스가 가능하겠죠. 근데 좀 치사하긴 하지만, 규제랑 씨름하는 데 시간을 보낼 순 없었어요. 엄청난 에너지를 요하는 일이거든요. 특히 매우 협소하게 잡혀있는 핀테크 규제는 전제조건이 너무 많아서 그걸 다 맞추는 건 불가능해요. 저희는 당장 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했어요.”
이 대표는 핀테크 스타트업 창업을 준비하는 후배들에게도 규제를 푸는 데 매달리기보다 먼저 가능한 것부터 시자개서 점점 풀어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규제 풀려고 1~2년을 쏟다가 기획한 아이템을 놓치는 경우를 많이 봤어요. 스타트업 특성상 시기는 굉장히 중요하거든요. 규제는 당장 해결 못 해요. 과감하게 포기할 건 포기해야 합니다.”
이 대표는 업라이즈의 또다른 플랫폼 ‘이루다투자’도 영역 확장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7월 출시된 이루다투자는 디지털 자산을 관리하는 헤이비트와 달리 주식·채권 등 전통자산을 대상으로 한다. 디지털 자산과 전통 제도권 금융을 결합해 기존 자산 운용의 한계를 극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성장 속도도 헤이비트 못지않다. 누적 가입자 수가 2만1000명에 달하고, 계약금액도 1200억원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업라이즈는 이루다투자를 통해 내년 1월 펀드 출시도 준비하고 있다. 가칭 ‘하이웰로에버그린EMP투자신탁 펀드’로 하이자산운용이 운용을 담당하고, 이루다투자가 전략 자문으로 참여한다.
지난 7월 싱가포르 법인을 설립한 업라이즈는 동남아 국가와 일본을 중심으로 해외 진출에도 속도를 낼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