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국회서 원격의료 법제화 논의를 위한 토론회 열려
OECD 32개국 원격의료 도입···업계 “한국도 속도내야”
의약계 반발 여전···“의사들 피해 없도록 비용 문제 해결돼야”

[시사저널e=염현아 기자] 최근 병상 부족 사태로 재택 치료가 대폭 확대된 가운 의료계 안팎에서 비대면 진료 합법화에 대한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20년간 논의만 반복했던 원격의료 전면 도입이 물꼬를 틀지 귀추가 주목된다.  

21일 국회에서는 비대면 진료의 제도화를 위한 논의가 벌어졌다. 이날 ‘코로나19 이후의 뉴노멀, 비대면 진료의 미래’라는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는 엠디스퀘어, 닥터나우 등 원격의료 플랫폼 스타트업 업계와 의료계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21일 오전 국회에서 ‘코로나19 이후의 뉴노멀, 비대면 진료의 미래’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서 백남종 분당서울대병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 사진=염현아 기자 

◇ OECD 32개국 원격의료 도입···ICT 강국인 한국은 여전히 ‘제자리걸음’ 

지난해 12월 감염병 예방법 개정으로 비대면 진료는 위기 경보가 ‘심각’일 경우에만 한시적으로 허용된다. 당분간 코로나19 확산세가 지속될 전망이지만, 이후 경보가 완화되면 비대면 진료는 위법행위로 전락하게 된다.

비대면 진료는 점점 일상으로 파고들고 있다. 팬데믹 이후 비대면 진료 누적 이용 건수는 이달 초 기준 누적 328만건, 환자 수는 약 220만명에 달했다. 엠디톡과 닥터나우 등 국내 원격의료 플랫폼 스타트업들도 지난 1년간 급성장했다.

2021년도 국내 비대면 진료 현황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2021년도 국내 비대면 진료 현황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장지호 닥터나우 대표는 “원격의료는 대면진료를 대체하는 게 아니라 보완하려는 것”이라며 “원격의료는 이제 거스를 수 없는 일상이 됐지만, 아직도 20년째 제도화 논의만 반복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해외 주요국들은 한국보다 앞서 원격진료를 제도권 안으로 들여놨다.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국 중 32개국이 원격진료를 도입했다. 이 중 미국·프랑스·중국·일본은 코로나19 발생 후 진료 대상을 대폭 확대했다. 1990년 원격의료를 가장 먼저 도입한 미국은 현재 관련 시장이 1조원 규모까지 성장했다.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세계 원격의료 시장은 2019년 55조5000억원에서 오는 2026년 206조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오수환 엠디스퀘어 대표는 “원격의료 시장은 매년 20%씩 성장하고 있다”며 “ICT강국인 한국이 OECD 국가 중에서도 뒤쳐져 있어 아쉽다”고 말했다.

세계 원격의료 시장 규모 / 자료=대신증권 리서치 센터

◇ 의약계 반발 여전···의협 "법제화 논의 강한 유감"

문제는 원격의료 전면 도입에 대한 의약계 반발이다. 지난 6일 대한의사협회는 ‘원격의료 및 비대면 플랫폼 논의를 즉각 중단하라’는 내용의 입장문을 통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대한약사회도 닥터나우의 비대면 의약품 배송 서비스에 대해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의협 관계자는 “국가 재난 상황으로 한시 허용한 원격의료의 법제화 논의에 강한 유감”이라며 “코로나19 이후 안전성 우려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시범운영과 구체적인 논의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이세라 서울시의사회 부회장은 원격의료 도입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기존 의료계가 손해 보지 않도록 비용 문제 등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부회장은 “현재 비대면진료 비용은 건강보험료로 충당하고 있는데, 의사들의 수익은 줄 수밖에 없다”며 “건강보험법 정비와 의사 1인당 하루 원격의료 환자 수 제한 등 조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치권에 따르면 원격의료 제도화를 위한 두 개의 법안이 국회에 계류돼 있다. 의사와 환자 간 비대면 상담 등 간접 의료 행위를 허용하는 강병원 의원 안과, 의료 취약계층에 한정해 원격의료를 허용하는 최혜영 의원 안이다. 

토론회에 참석한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의료계와 원격의료 스타트업 업계 양측 입장을 모두 고려한 법안”이라며 “원격의료는 하나하나씩 차근차근 영역을 넓혀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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