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D램 업황 반등 전망에 목표가 상향 움직임
‘슈퍼사이클’→‘D램 업황 악화’→‘회복’ 올해만 수차례 전망 바뀌어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국내 대표 반도체 종목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두고 올해 증권가 전망이 시기 별로 큰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올해 초 반도체 업종 ‘슈퍼사이클’을 예고하며 목표가를 높여 잡았던 증권사들은 지난 여름 D램 가격 하락 우려에 목표가를 낮추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다 최근 다시 내년 업황 회복 기대감을 들어 목표가를 높이고 있는 추세다.
이는 그만큼 반도체 업종의 사이클이 짧아진 것에 따른 결과라는 분석이다. 다만 일각에선 편차가 큰 전망 변화 탓에 투자자들의 혼란도 커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 ‘D램 업황 우려’→‘바닥 찍었다’···삼전·하이닉스 목표가 높이는 증권사들
21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바라보는 국내외 증권사들의 시각이 달라지고 있다. 내년 반도체 업황의 회복 가능성을 들며 목표가를 높이는 사례들이 연이어 나오고 있는 것이다. 반도체 업황 침체 우려 보고서를 쏟아내던 지난 여름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
실제 대신증권은 지난 20일 보고서를 통해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로 종전 보다 20% 높인 12만원을 제시했다. 이는 지난 18일 종가인 7만8000원 대비 50% 넘게 상승 여력이 있다고 본 것이다. 앞선 지난 6일에는 홍콩계 증권사 CLSA가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기존 8만4000원에서 10만5000원으로 상향 조정하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8월 D램 가격 하락 이슈와 맞물리면서 목표가 하향 조정 보고서들이 쏟아졌었다. 이는 지난 10월 말까지 이어졌는데, 같은 달 20일 SK증권은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10만8000원에서 9만원으로 16% 넘게 낮췄다. 당시 SK증권은 내년 IT 디바이스 수요 전망의 하향세, 메모리 반도체 가격하락 시작 등의 이슈로 단기 모멘텀이 부재하다는 것을 근거로 들었다.
SK하이닉스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지난달 말 목표가를 기존 13만원에서 14만6000원으로 10% 넘게 올린 유안타증권을 시작으로 키움증권, DB금융투자, 대신증권 등이 각각 16%, 14%, 18% 가량 목표가를 높였다. D램 매출 비중이 높은 SK하이닉스 역시 지난 8월 D램 가격 하락 우려 파고가 덮치며 줄줄이 목표가 하향 보고서가 나온 종목이었다.
이처럼 지난 여름과 사뭇 다른 분위기의 보고서들이 나오는 배경에는 업황회복 가능성과 관련이 깊다. KB증권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 등 북미 4대 데이터센터 업체들이 메모리 반도체 주문을 축소할 것이란 예상과 달리 최근 주문량을 늘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대신증권은 “올 4분기 메모리반도체 가격 하락 폭은 제한적일 전망”이라며 “D램 반도체 가격은 내년 3분기부터 다시 상승 사이클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밝혔다.
◇ 한 해 동안 수차례 전망 바뀌어···투자자 혼란
반도체 업종에 대한 전망이 시시각각 변하면서 투자자 혼란도 가중되는 모습이다. 지난해 말만 하더라도 대다수 국내외 전문가들은 올해 반도체 ‘슈퍼사이클’(대호황)을 맞을 것으로 예상했었다. 당시 증권사 목표가도 줄줄이 상향 조정됐었다. 그러나 이는 반년 만에 D램 가격 다운사이클 전망이 나오며 막을 내렸고 최근에는 다시금 업황 회복사이클 의견이 나오고 있다.
슈퍼사이클을 기대하고 반도체 대표주를 매수했던 투자자들이나 D램 다운사이클 우려에 매도에 나섰던 투자자 입장에서는 당황스러울 수 있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삼성전자만 놓고 보면 개인 투자자들은 슈퍼사이클 전망이 나왔던 올 들어 지난 7월까지 7조원 넘게 사들인 반면 D램 다운사이클 우려가 확산되기 시작했던 지난 9월부터 이달 21일까지는 2717억원어치를 순매도한 상태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이는 그만큼 반도체의 업황 사이클이 짧아진 데 따른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도 “업황이 빠르게 변하기 때문에 증권사들은 부풀리기식 전망을 지양할 필요가 있고 투자자들은 증권사가 제시한 목표가가 당장의 주가 상승이 아닌 시기(6개월 혹은 12개월 목표) 별로 제시된다는 점을 감안해 투자에 나설 필요가 있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