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실적 부진으로 지주 배당 재원 마련에 기여 '0'
KB·신한지주, 총액 1조원 넘는 역대급 배당 준비
올해는 실적 반전 이뤄···지주로 배당금 올려보낼까

KB손해보험, 신한금융투자 서울 본사 전경 / 사진=각 사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KB·신한금융지주가 역대 최대 규모의 배당을 준비하는 가운데 주요 계열사인 KB손해보험, 신한금융투자가 올해는 지주로 배당을 보낼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금융지주는 계열사로부터 배당을 받아 투자자들에게 제공할 배당 재원을 마련하는데, KB손보와 신한금투는 그간 실적 악화로 지주로 자금을 보내지 못했다. 두 계열사는 올해는 실적 ‘반전’을 이룬 만큼 지주의 배당재원 마련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금융은 올해 예상 배당총액이 각각 1조1680억원, 1조1402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관측된다. 두 금융지주의 한해 전체 당기순익 예상치에 지난 2019년 배당성향 수준인 26%를 적용한 수치다. 두 금융지주 모두 올해 4조원이 넘는 실적을 거둘 것이 확실시 되면서 배당 총액도 최대 기록을 작성할 가능성이 커졌다. 

업계에선 두 금융지주가 배당에 쓸 재원 마련에 관심이 몰린다. 금융지주는 따로 사업을 영위하고 있지 않기에 이익을 내기 어렵다. 외부 주주들에게 제공할 배당 재원은 은행, 증권, 카드, 보험 등 계열사로부터 받은 배당으로부터 마련한다.

최근 금융지주는 비은행 계열사들로부터도 배당을 제법 큰 규모로 받아 재원을 마련하는 추세다. 금융지주는 보통 최대 계열사인 은행의 자금을 받아 배당을 했다. 하지만 비은행 계열사들이 그룹 내에서 비중이 커지면서 증권·카드·보험으로부터 자금을 받는 규모도 늘었다. 

이에 지주로 배당을 얼마나 하느냐가 그룹 내 ‘효자 계열사’를 판단하는 기준이 된 분위기다. 금융지주는 각 계열사의 경영 상태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배당금을 책정하기 때문이다. 지주로 자금을 보낼 정도라면 사업이 잘 진행되고 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반면 당기순익이 감소하거나 자본비율이 낮아 내부 유보가 더 필요한 계열사의 경우 보통 배당을 받지 않는다.  

자료=각 사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KB손보와 신한금투는 그룹 핵심계열사이지만 최근 실적이 좋지 못해 배당을 거의 하지 못했다. KB손보는 지난 지난해까지 3년 연속 KB금융으로 배당금을 보내지 않았다. 지난 2017년 KB금융의 완전자회사로 편입된 이후 줄곧 실적 감소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신한금투도 2019년에 이어 작년에도 보통주에 대한 배당을 하지 않았다. 신한금투는 2019년 유상증자를 통해 지주로부터 6600억원의 자금을 받는 등 고속 성장을 위한 준비를 했다. 하지만 지난해 사모펀드 사태로 실적이 반토막 나자 배당을 하지 못했다. 우선주에 대한 배당으로 74억원 가량을 올려보냈을 뿐이다. 

하지만 올해는 두 계열사가 실적 반전을 이루고 있어 배당 가능성이 높아졌다. KB손보는 3분기 누적 순익은 2692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44.3% 급증했다. 원수보험료가 증가하고 손해율은 낮아지면서 보험영업손실 규모가 감소했고, 투자영업이익도 약 10% 증가한 결과다. 김기환 KB손보 대표가 올해부터 지휘봉을 잡으면서 체질 개선을 이룬 결과란 평가다. 

신한금투도 같은 기간 약 두 배 늘어난 3675억원의 순익을 올렸다. 이영창 신한금투 대표가 작년 취임한 후 사모펀드 사태 정리에 노력을 쏟은 결과란 분석이 나온다. 투자금융(IB), 브로커리지수수료, 자기매매 등 주요 사업들이 두자리수 성장률을 보인 점도 실적 증대의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하지만 변수도 남아있다. KB손보는 오는 2023년 도입될 새 회계기준(IFRS17) 도입에 대응해야 한다. IFRS17 아래선 보험 부채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자본건전성 개선을 위해 내부 유보가 더 필요하다는 판단으로 배당을 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신한금투는 아직 해결되지 않은 사모펀드 불완전판매 이슈가 문제다. 1조원 규모의 환매 중단 사태를 빚은 ‘젠투(Gen2)’ 펀드 등이 남았다. 

KB손보 관계자는 "지주로 배당을 하는 여부는 올해 실적에 대한 결산이 이뤄져야 가능하다"며 "내년 2월에 결산이 종료되는 만큼 그 때 가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한금투 관계자도 "배당은 이사회의 결정 사항으로 현재로선 어떤 내용도 정해진 바가 없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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