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량 주춤 속 아파트값 고공행진
기준금리 인상·대출규제·역대급 증여·반값 복비 등
“상·하반기 시장 극적 온도 변화···정책변화가 원인”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20·30대를 필두로 2020년 4분기부터 불붙기 시작한 아파트 매매가 상승 흐름은 연내 경기·인천·대전·제주 등지로 전이되며 3분기까지 강세를 이어갔다. 그러나 8월과 11월 두 차례에 걸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과 금융권을 중심으로 여신이 강화되며 거래 시장의 활력이 점차 떨어졌다.
상·하반기 극적인 온도 변화의 이면에는 집값 안정을 현실화하고 실수요자의 주거비 부담을 낮추기 위한 정책변화가 많았다. 양도세 등 부동산 세금 강화책과 3기 신도시 사전청약, 중개보수 인하 등 다양한 정책 변화가 있었다. 이에 맞서 수요자는 과세 부담을 회피하려 증여로 돌아서거나 주택 규제를 피해 비아파트로 이동하면서 풍선효과를 야기하기도 했다. 올해 부동산 시장의 굵직한 10대 뉴스를 살펴봤다.
◇주춤한 거래량 속 아파트값은 고공행진
올해 10월 기준(신고일 집계 기준)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59만7557건을 기록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 73만8391건보다 19% 감소했다. 하지만 한국부동산원 전국 아파트가격 동향을 살펴보면 매매가격 13.01%, 전세가격 8.91% 상승해, 전년 동기(매매 6.12%∙전세 6.6%)보다 높은 가격 변동률을 기록했다.
약 3512조원(2021년 9월 기준)에 이르는 풍부한 유동자금과 저금리, MZ세대의 매입시장 유입, 3기신도시 개발과 광역교통망(GTX 노선 등) 개선 예정지 주변으로 중저가 매입수요가 유입되며 경기∙인천∙대전광역시 등지의 매매가가 크게 상승했다. 여기에 다주택자 취득세 중과를 피하기 위한 비규제지역의 공시가격 1억원 미만 주택 거래나 전세를 끼고 주택을 구입하는 이른바 갭투자 형태도 간간이 이어졌다.
그러나 하반기 들어 집값이 고점에 가까워졌다는 인식 확산과 함께 금융당국의 대출 규제, 시중은행 대출금리 인상 등이 맞물리면서 주택시장 매수심리가 다소 위축되기 시작했다. 10월 들어 거래량이 크게 줄고 여신규제로 매수 적극성이 떨어졌다. 아울러 매매가격의 상승세 둔화와 거래 소강상태가 뚜렷한 모습이다.
전세시장은 지난해 도입한 주택임대차 갱신권 및 임대료 상한제(연 5%)의 본격 시행으로 갱신계약과 신규계약이 이중가격을 형성하는 문제를 낳았다. 아파트 입주물량이 적거나 정비사업 이주가 발생되는 곳 또는 월세화 현상이 가속화된 곳의 가격 불안이 지속됐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연내 제주(15.83%), 인천(15.14%), 대전(13.18%), 울산(13.01%), 경기(11.09%) 등지가 높은 가격 상승을 기록했다.
◇부동산 세금 강화와 1세대 1주택자 세 부담 완화
올해는 부동산 보유세와 양도소득세의 변화가 상당했다. 우선 1월 1일을 기점으로 종합부동산세의 세율 인상과 고령 공제율 상향, 세 부담 상한 변경이 단행됐다. 올해 주택 분 종합부동산세 고지 인원은 전국 94만7000명, 세액은 5조7000억원으로 전년보다 28만명, 3조9000억원 증가했다.
양도소득세는 1월 1일부터 소득세 최고세율이 기존 42%에서 45%로 올랐다. 과세표준 10억원 초과 구간이 신설되면서 최고세율이 45%로 상향 조정됐고, 2주택 이상 보유 세대의 1세대 1주택 비과세 보유기간 산정 방식이 ‘다른 주택을 모두 팔아 1주택자가 된 날로부터 2년 보유기간을 산정'하는 방식으로 변경됐다. 또 1월 1일 이후 조정대상지역에서 취득한 분양권은 양도세 계산 시 주택 수에 포함되고, 단기 보유 주택 및 다주택자의 조정대상지역 내 주택에 대한 세율을 추가 인상했다.
보유세의 과세표준 역할을 하는 전국 공동주택 공시가격도 전년보다 약 19% 증가했다. 보유와 양도단계 모두 세금이 늘어나며 수요자의 조세불만이 커지자, 1세대 1주택자에 대한 세 부담 경감에 정책이 집중됐다. 3년간 한시로, 공시가격 9억원이하 1세대 1주택자에 대한 주택 재산세 세율을 0.05% 포인트 인하하는 특례를 도입했다.
특히 주택분 종합부동산세 과세표준 산정 시 1세대 1주택자의 추가 공제액을 9억원에서 11억원으로 인상해 세부담을 경감했다. 양도소득세의 경우 이달 8일부터 1세대 1주택 비과세 기준을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상향해 1주택자의 매각 세 부담은 다소 줄어들 전망이다.
◇주택 증여 거래 비중 역대 최대치
올해 9월 기준 주택의 전국 증여건수는 11만7607건이다. 연내 주택거래량 중 8.35%의 비중을 나타내며 2006년 주택 실거래 통계 집계 이후 최대 비중을 기록했다. 조정대상지역 등 규제지역으로 묶여 다주택자의 양도소득세 중과 규제가 무겁지만 향후 자산 가치 상승에 대한 기대가 큰 서울지역은 매각보다 증여가 활발히 이뤄졌다. 주택 증여 거래 비중(12.1%)이 전국 평균(8.35%)을 크게 웃돌았다.
조정대상지역의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는 올해 6월 1일을 기점으로 2주택자는 기본세율+10% 포인트(1년 미만 보유)에서 기본세율+20% 포인트(1년 미만 보유) 또는 70% 중 큰 세액을 적용받게 됐다. 3주택 이상자는 이전보다 중과세율이 10% 포인트 증가한 기본세율+30% 포인트를 적용받는다. 때문에 규제지역은 무거운 양도소득세를 지불하기보다 증여를 선택하며 관련법 개정 전인 올해 상반기 증여 거래가 집중되는 경향을 나타냈다.
◇주택임대차 실거래가 신고의무화
‘부동산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주택임대계약 30일 이내 신고 의무화) 개정으로 주택 임대차(전∙월세) 실거래가 신고 의무화가 본격화했다. 임대차 실거래가 신고 대상은 신고제 시행일인 6월 1일부터 체결되는 신규 및 갱신(금액변동 없는 갱신계약은 제외) 임대차 거래들로 수도권 전역(서울∙경기∙인천)과 광역시, 세종, 제주도, 도(道)의 시(市)지역들이다.
보증금 6000만원 이하 또는 월세 30만원 이하 등의 소액계약 임대차 신고들은 제외됐지만 계약당사자의 인적 사항∙주택 유형∙주소 같은 임대 목적물 정보와 임대료∙계약기간 등 다양한 계약내용을 통해 전∙월세 시장을 보다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는 통계 활용의 문호가 개방됐다. 신규 또는 갱신계약에 따른 향후 잔여계약 기간의 파악이 가능해짐과 동시에 지역별 출회 가능 임대차 물건 예상(잔여 갱신권 여부 활용)과 평균 임대차 계약기간 등의 추산을 통해 수급여건을 분석하는 등 행정과 정책 활용의 근거로 쓰일 전망이다. 주택임대차 시장의 거래 투명성을 높이고 거래 당사자의 가격 교섭력을 높이는 순기능이 기대된다.
◇뜨거운 아파트 분양열기 속 잦은 청약제도 변경
올해 전국에선 아파트 404개 단지, 25만2069세대가 공급했다. 이중 일반분양 공급량은 21만2144세대다. 연내 분양대기중인 9만9632세대 중 이달까지 공급을 마치지 못한 상당량은 내년으로 공급이 미뤄질 전망이다. 지난해 30만3489세대를 공급했던 것을 감안하면 지난해보다 다소 줄어들 것으로 판단된다.
전국 1순위 청약경쟁률(12월 9일 기준)은 지난해 25.8 대 1에서 올해 20 대 1로 다소 낮아졌다. 하지만 같은 기간 서울(162.9 대 1)과 ▲세종(195.4 대 1) ▲강원(16.5 대 1) ▲충북(10.3 대 1) ▲충남(17.5 대 1) ▲전북(16 대 1) ▲경남(14.6 대 1) ▲제주(6.3 대 1)는 지난해보다 높은 청약경쟁률을 기록했다.
올해는 순위 내 청약통장을 사용한 청약접수 구좌수가 266만2816구좌를 나타내며 분양시장에 대한 꾸준한 관심이 이어졌다. 민간 분양가상한제 시행으로 분양시장에 대한 선호가 높은 와중에 당첨의 유불리와 청약자격에 대한 소득 및 세대 간 갈등 증폭으로 청약제도의 변경이 잦은 한해였다.
◇3기 신도시 사전청약 본격화
사전청약제도는 공공택지 등에서 공급되는 공공분양주택의 공급시기를 조기화(약 1~2년) 하는 제도다. 무주택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 기회를 앞당길 목적에서 올해 본격 시행됐다. 차수별(7∙10∙11∙12월)로 여러 개 단지를 묶어 일괄 공고하며, 주택규모∙면적, 세대 수, 추정 분양가, 개략 도면, 본 청약시기 등이 제공된다. 연내 약 3만2000여호 중 7월 4333호, 10월 1만102호, 11월 4167호가 기 분양됐고 12월 약 1만3600호가 공급을 앞두고 있다.
수도권 거주 무주택 30대를 중심으로 사전청약에 대한 기대감이 높게 나타나자 공공분양물량을 대상으로 한 총 6만2000호(2021~2022년)의 사전청약 실행방침을 향후 민간분양 및 2∙4 대책 사업까지 확장해 사전청약 물량 10여 만호를 추가 확보할 방침이다. 사전청약 당시 제시한 추정분양가를 본 청약시점의 분양가와 괴리감 없이 공급할지 여부와 약속한 공급 총량에 대한 실행 여부도 정책성공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기준금리 인상 및 대출규제 본격화
기준금리가 1%를 기록했다. 지난달 25일 한국은행 금통위는 0.25% 포인트 기준금리를 인상하며 지난 8월에 이어 추가 인상을 단행했다. 2020년 2월 1.25% 기록 이후 최대 수치다.
기준금리에 영향을 받는 주택담보대출금리(신규기준)는 지난 10월 3%(3.26%)를 넘겼다. 향후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차주의 이자 부담도 키울 전망이다. 상호금융과 상호저축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각각 3.22%, 4.97%를 기록했다. 지난 9월 현재 예금취급기관에서 취급된 주택담보대출액은 약 721조원으로 예금취급기관 대출 1248조원의 57.8%를 차지하고 있다. 금리 인상에 따른 부동산 이자 부담이 크게 동반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또한 10·26 가계부채 관리 강화 방안의 주요 목적은 상환능력중심 대출관행의 정착이다. 정부는 담보·보증 위주 대출 실행과 함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차주 단위 DSR 2~3단계 조기 시행, 2금융권 DSR강화, DSR 산정만기 현실화를 실시한다.
◇낮아진 부동산 중개보수
중개보수가 부동산 가격과 연동해 급증하는 것에 대한 소비자 불만이 늘자 정부는 10월 19일 부동산 중개보수 요율을 인하했다. 매매 6억원 이상, 임대차 3억원 이상 거래에 대해 중개보수 상한 요율을 인하해 중개보수 부담이 과거보다 경감된 분위기다.
임대차 중개보수 부담이 매매보다 높아지는 역전현상 해소를 위해 임대차 요율이 매매 요율보다 낮거나 같게 설정하거나 매매 9억원 이상~15억 미만 구간을 세분화했다. 동시에 중개보수 최고요율을 인하(매매 0.9→0.7%, 임대차 0.8→0.6%)해 중개보수에 대한 소비자 협상력을 높였다.
◇비아파트(오피스텔, 다세대∙연립 등) 풍선효과
계약일 집계 기준(12월 9일) 전년 동기대비 아파트 거래는 32.5% 감소(2020년 81만6568건, 2021년 55만914건)한 것 대비 오피스텔과 다세대∙연립 거래는 거래시장이 호조세를 보였다. 같은 시기 오피스텔은 5만5841건이 거래되며 2006년 이후 최대 거래량을 기록했다. 다세대∙연립은 18만205건으로 전년 동기 18만5792건과 비슷한 움직임을 이어갔다.
비아파트인 오피스텔과 다세대∙연립의 거래량이 호조를 보인 여러 원인 중 하나는 아파트의 가격 부담에 따른 대체수요 유입이다. 비아파트에 거주하는 주 수요층인 1~2인가구 증가와 공공정비사업 본격화, 주거정비지수제 폐지 등 정비사업 규제완화도 한 몫 했다. 특히 오피스텔은 바닥난방 설치 허용 면적 확대(전용면적 85→120㎡) 등 정부의 공급정책 지원과 대출 및 세제의 규제수위가 아파트보다 낮아 일부 풍선효과가 나타났던 것으로 분석된다.
◇힘 떨어진 분양권(입주권) 거래시장
몇 년간 뜨거운 열기를 발산했던 분양권 전매시장은 올해 예년만큼 힘을 쓰지 못했다. 연내(12월 9일 기준) 전국에서 거래된 계약일 집계기준 아파트 분양권(입주권 포함) 거래총액은 21조5744억4000만원이다. 월평균 거래총액이 1조7978억7000만원을 기록하며 지난해(3조6281억4000만원)에 비해 50% 가량 급감했다. 이는 2007년이후 최저 수치다. 월평균 거래액이 4조9010억원으로 연간 58조8120억3000만원의 분양권 거래총액을 기록했던 2017년에 비해 연내 거래액은 상당히 쪼그라들었다.
시가총액의 감소는 분양권의 호당 평균 거래가의 감소로 이어졌다. 2021년 4억1301만원을 나타낸 호당 평균 거래가는 전년 4억2175만원보다 2% 하락했다. 분양권∙입주권 단기 거래에 대해 양도세율이 중과되고 분양가상한제 적용 주택에 대한 실거주∙전매 규제도 강화했다. 여기에 올해부터 조정대상지역의 분양권을 주택 수에 포함하는 등의 규제가 중첩되며 거래가 크게 축소된 것으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