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비강 스프레이형 백신 개발 ‘봇물’
주사제보다 흡입형 효과 더 높다는 연구
전문가 “효능 입증 위해 임상시험은 필수”

[시사저널e=염현아 기자] 최근 흡입형 백신이 주사제형보다 효과가 높다는 연구가 나오면서 국내 업체들도 코로나19 비강 백신 개발에 돌입한 모습이다. 이미 비강용 백신 개발에 한창인 진원생명과학과 씨케이엑소젠에 이어 다른 국내 기업들도 연구개발 합류를 알렸다. 

17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최근 미국 예일대 연구팀은 콧속에 뿌리는 비강내 코로나19 백신이 주사형 백신보다 더 강한 면역력을 형성한다고 발표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주로 코로 들어와 몸속으로 퍼지는데, 흡입제형은 코와 폐 부위에서 일어나는 초기 감염을 막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이들 연구팀은 동물실험을 통해 흡입형 제제의 효과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국내외 바이오 기업들도 비강 흡입제형 백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러시아에서 코로나19 백신 스푸트니크V가 콧속에 뿌리는 스프레이 형태로 개발되고 있고, 미국·캐나다·중국 등에서도 개발이 진행 중이다. 미국 셀바시온이 개발 중인 코로나19 예방제 ‘코빅실V’ 비강 스프레이는 지난달 임상 3상을 완료했다.

국내 업체들의 코로나19 비강 백신 개발 현황 표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국내 업체들의 코로나19 비강 백신 개발 현황 표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후발주자로 합류한 국내 바이오업체들의 잰걸음도 눈에 띈다. 가장 속도가 빠른 곳은 현재 임상 1상을 진행 중인 진원생명과학이다.

현재 개발 중인 코로나19 DNA백신 GLS-5310을 뿌리는 스프레이 제형으로도 개발하고 있는 진원생과는 미국 3개 기관에서 30명을 대상으로 1상을 진행 중이다. 피내 주사와 비강 스프레이를 병용 접종해 백신 면역반응을 평가하는 방식이다. 진원생과는 GLS-5310는 기존 백신들이 집중한 스파이크 항원에 면역반응을 유도하는 ORF3a 항원을 추가해 오미크론 등 각종 변이 바이러스에도 대응하고 있다.

진원생과 관계자는 “GLS-5310이 오미크론에도 대응 가능해진 만큼 주사제와 비강 스프레이를 함께 접종했을 때 그 효과가 더욱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주사제형 DNA백신 GLS-5310은 내년 상반기 2a상 중간결과를 확보해 3상을 준비한다는 계획도 내놨다.

세계 최초 엑소좀을 활용한 비강 스프레이 백신을 개발 중인 씨케이엑소젠은 내년 하반기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자체 개발한 주사형 코로나 백신 ‘CKV21’의 제형을 스프레이형으로 변형한 ‘CKV21S’ 비강 분무형 백신으로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세포 간 신호전달 물질인 엑소좀으로 부작용은 낮추고, 효과는 높여 안전성이 우수하다는 평가다.

씨케이엑소젠 관계자는 “이미 백신 후보물질 개발은 끝났고, 안전성 평가 등의 프로세스를 진행하고 있다”며 “내년 상반기 상용화를 위해 개발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백신 개발에 착수한 아이큐어비앤피도 현재 개발 중인 비강 스프레이 백신에 대한 비임상을 진행 중이다. 아이큐어비앤피 관계자는 “비임상 결과 등 관련 데이터가 나오면 추후 개발 계획을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기존 백신과 다른 새로운 형태의 예방제를 내놓은 업체도 있다. 후니즈는 항체 형성을 위해 인체에 주입하는 백신 형태가 아닌, 면역항체를 코 점막에 직접 뿌려 체내에 주입하는 방식의 예방제를 개발했다.  코를 통해 들어온 바이러스가 우리 몸을 감염시키기 위해 접합하는 ACE2 수용체로 가기 전에 예방제로 비강섬모세포를 도포해 바이러스를 1차적으로 막는 방식이다.

후니즈가 개발한 코로나19 예방제 '아이폴리' / 사진=후니즈

 

후니즈는 일본 OMR사가 개발한 면역글로불린(IgY) 항체를 서울대 시스템면역의학연구소에 의뢰해 검증을 거쳤다. IgY 항체의 세포실험 결과 대부분의 변이에 대해 저해력이 100%에 가까운 효과를 보였다는 설명이다.

달걀노른자에서 추출한 항체인 IgY를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차단하는 스프레이형 제품 ‘아이폴리’로 개발해 지난 14일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lgY 항체 기반의 의료기기 제조허가 및 수출용 품목인증을 받았다. 이달 말부터 홍콩, 베트남,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여러 국가에서 판매될 예정이다. 현재 미국 FDA의 판매 승인도 기다리고 있는 후니즈는 국내 판매 허가를 위해 임상시험 진행을 고려하고 있다.

후니즈 관계자는 “체외에서 만들어진 IgY 항체를 체내에 주입해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차단하는 방식으로는 세계 최초로 인증 받은 것”이라며 “개인 방역 강화 등 백신의 보조제 역할을 톡톡히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다만 아직 세포실험 결과만 있을 뿐 임상 데이터가 없어 효능을 단정하기엔 이르다는 의견도 있다.

성백린 백신실용화기술개발사업단 단장은 “체내에 IgY 항체를 주입하면, 이에 대항하는 또다른 항체가 만들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효과를 명확하게 입증하려면 임상시험이 반드시 진행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도 “항체를 직접 몸에 주입하면 단기적으론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지속될지는 단정할 수 없다”며 “기존에 없었던 새로운 형태의 예방제인 만큼, 인체에 직접 주입해 그 효과를 입증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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