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경림 사장 필두로 본사 사업부문 분사·IPO 준비 박차
클라우드·IDC부문, 내년 분사 유력 후보
[시사저널e=김용수 기자] 내년 임기 마지막 해를 맞는 구현모 KT 대표가 연임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새해 기업가치 및 주가부양에 총력을 다할 전망이다. 이를 위해 올해 KT 사장으로 복귀한 윤경림 사장을 중심으로 주요 사업부 분사 및 기업공개(IPO)에 나설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17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구 대표는 새해 임기 마지막 해를 맞는다. 구 대표는 지난해 3월 취임해 내년 임기 3년차를 맞는다. 사업부 분사와 IPO 추진 초석 다지기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구 대표는 지난해 취임 직후부터 기업가치 제고를 통한 주가 부양을 강조해왔다. 특히 ‘디지털플랫폼기업(디지코)’ 전환의 일환으로 연이은 인수합병과 클라우드·디지털전환(DX), 인공지능(AI)·빅데이터, 로봇·모빌리티, 뉴미디어·콘텐츠, 헬스케어·바이오, 부동산·공간·사물인터넷(IoT), 금융·핀테크, 뉴커머스 등 8대 성장사업 위주로 투자를 이어갔다.
구 대표가 연임에 성공하기 위해 기업가치 제고 등 확실한 성과가 필요한데, 비통신 사업을 강화하는 것이 연임을 위한 카드라고 판단한 것이다. 구 대표의 임기는 오는 2023년 3월까지로, 사실상 내년이 구현모호 KT의 마지막 해다.
이 가운데 올해만 본업인 통신 분야에서 인터넷 속도저하 논란, 통신 장애 사고 등 악재가 잇따르면서 취임 후 최대 위기를 맞았단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여기에 구 대표는 정치자금법 위반 및 업무상 횡령 혐의로 재판에 넘겨지면서 ‘CEO 리스크’도 부각됐다. 지난달 검찰은 구 대표를 포함해 KT 전현직 임원 10명을 약식기소, 사건 당시 대관 업무를 담당했던 맹 전 KT 사장 등 임직원 4명을 불구속기소했다. 구 대표 등은 4년간 ‘상품권깡’ 방식으로 비자금 약 4억3800만원을 조성해 국회의원 99명에게 불법 후원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통신장애 사고는 적은 보상에 대한 불만에도 국회와 정부의 무관심 속에 큰 변수 없이 마무리되고 있고, 정치자금법 혐의도 약식기소에 그치는 등 임기 후 맞은 위기들이 비교적 순조롭게 해소되고 있단 평가가 지배적이다. 약식기소는 검찰이 법원에 벌금형을 구할 때 서면 심리를 요구하는 절차로, KT의 CEO 경영계약상 사임을 권고할 수 있는 ‘금고 이상의 형’이 선고될 가능성이 낮아진 셈이다.
이에 따라 구 대표는 연임을 위해 기업가치를 올려 주주가치를 제고하는 데 집중할 수 있게 됐다. 통신업계는 구 대표가 내년 KT 본사 내 사업부문 분사 및 IPO 추진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KT는 내년 말 케이뱅크 IPO와 올해 설립한 콘텐츠 법인 KT스튜디오지니의 IPO도 검토하고 있다.
기업가치 제고와 관련해 KT는 올해 구 대표 직속으로 KT 내 그룹트랜스포메이션 부문을 신설하고, 윤 사장을 부문장으로 앉혔다. KT에서 글로벌사업부문(부사장) 등을 지낸 윤 사장은 현대차 오픈이노베이션전략사업부장(부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가, 그룹트랜스포메이션 부문 신설과 함께 KT 사장으로 복귀했다.
윤 사장이 이끄는 그룹트랜스포메이션 부문은 구 대표 직속 조직으로, ▲그룹 경영 및 사업전략 ▲국내외 전략투자 ▲외부 제휴 협력 등 핵심 업무를 담당한다. KT는 신설 조직이 주요 그룹사 IPO 추진과 투자 유치 등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한 전략 수립과 실행에서도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특히 통신업계는 구 대표가 연임을 염두에 두고 윤 사장에게 이같은 핵심적인 역할을 맡긴 것이라고 분석한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연임을 원하는 구 대표는 스튜디오지니·시즌·IDC 등 사업 부문 분사 후 IPO를 통해 기업가치를 높이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며 “IPO가 대박이 나면 구 대표 본인의 성과인 것이고 그렇지 않아도 분사했으니 KT 주가 자체엔 위험부담이 적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즉 일종의 태핑해보기 쉬운 전략으로 판단한 것인데, 그 역할을 윤 사장에게 맡긴 모양새”라고 말했다.
한편 올해 OTT 시즌 사업부를 KT시즌으로 분사한 데 이어 내년 유력한 분사 대상으로 꼽히는 사업부문은 클라우드·인터넷데이터센터(IDC)다.
해당 사업 부문은 KT가 핵심 전략으로 삼고 있는 사업부로, 국내 공공·금융 클라우드 점유율 70% 이상, IDC 시장에선 41%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올해 3분기 클라우드와 IDC 사업이 속해있는 AI·DX 사업은 수익은 전년 동기 대비 29.7% 증가라는 성과를 거뒀다.
KT는 분사 계획에 대해 결정된 바 없다는 입장이지만 통신업계는 최근 조직개편과 함께 사실상 분사 준비를 마친 것으로 보고 있다.
KT는 지난달 2022년 조직개편을 통해 기존 AI·DX융합사업부문의 클라우드·DX사업본부와 IT부문의 인프라서비스본부를 합쳐 클라우드·IDC사업추진실을 신설했다. 이와 함께 윤 IT부문장 전무를 부사장으로 승진시키고 클라우드·IDC사업추진실을 맡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