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 중반 입사, 대우건설 ‘성골’
전·현직 주택건축사업본부장 대결

/그래픽=시사저널e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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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대우건설의 새 주인 중흥그룹이 차기 최고경영자(CEO) 인선 작업에 착수했다. 내년 6월 임기가 끝나는 김형 대우건설 사장의 후임으로 전·현직 주택건축사업본부장이 거론된다. 중흥이 새로운 주인으로 들어온다는 점에서 내부 직원들의 반발을 고려해 외부영업 보다는 내부 임원을 발탁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17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중흥그룹은 차기 최고경영자(CEO) 인선을 논의 중이다. 대우건설 전무급 인사 10여명이 물망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백정완 주택건축사업본부장과 김창환 신사업본부장이 유력 후보로 거론된다. 두 사람은 1980년대 중반 공채로 입사해 30년 넘게 대우건설에 몸담은 ‘대우맨’들이다.

백 본부장은 내부에서 주택사업에 정통한 전문가로 꼽힌다. 1968년생으로 한양대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1985년 대우건설에 입사했다. 입사 이후 35년 넘는 기간 대부분을 주택사업부에서 보냈다. 주택사업담당, 주택사업본부장, 리스크관리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대우건설의 주력 사업인 주택사업무문이 성과를 내고 있다는 점에서 백 본부장의 역량을 인정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대우건설은 주택 사업 호조로 지난해와 올해 상반기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 도시정비사업에서 3조7774억원의 수주고를 올려 역대 최대 실적 달성을 예고한 상태다.

김 본부장은 내부관리와 현장 업무를 두루 겪은 인물로 꼽힌다. 1961년생으로 연세대 건축공학과를 졸업 후 1984년 입사했다. 백 본부장보다 1년 선배다. 2012년 상무로 승진한 뒤 건축사업담당과 경영진단실장, 위기관리실장 등을 지냈다. 2017년 주택건축사업본부장을 거쳐 1년 뒤인 2018년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맡았다. 정항기 대표가 CFO로 영입되면서 신사업본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신사업본부는 회사의 중장기 발전을 위한 신사업을 발굴하는 부서다. 김 본부장이 핵심 직무를 두루 거친 만큼 경영 전반에 대한 이해도가 깊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흥그룹이 대우건설의 차기 수장을 내부에서 찾는 건 인수합병 이후 조직 안정화를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앞서 중흥그룹은 내부 반발을 우려해 인수 후에도 독립경영과 자체 인사권을 보장하기로 약속했다. 정원주 중흥그룹 부회장 역시 인수 본계약 체결식에서 “대우건설 사장 승진은 내부에서 이뤄질 것이다”고 말했다.

또 대우건설은 그동안 산업은행 품에서 외부인사가 주요 요직을 차지한 사례가 많았던 만큼 이번 인사는 임직원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기회로 평가된다. 특히 백 본부장과 김 본부장은 대우건설 내부에서 신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김 본부장의 경우 2018년 김형 사장 선임 당시 차기 사장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다. 김 사장 내정 이후 김 본부장은 CFO로 발탁됐다. 산업은행에 인수되고 대우건설 사람이 CFO직을 맡은 첫 사례였다.

차기 수장의 윤곽은 내년 2월 임시 주주총회 전후로 드러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김 본부장은 과거 2018년 사장 인사에서도 내부적으로 지지도가 높았던 인물이다”며 “백 본부장보다 선임 인데다 현장 경험과 재무 관리 능력까지 갖췄다는 강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백 본부장 역시 대우건설의 실적을 이끄는 주택 분야에서 역량이 뛰어난 만큼 만만치 않은 상대로 평가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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