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위 “결정 아닌 참고 수준”···향후 정책결정 ‘촉각’
산업계 “규제로 메타버스 성장 저해···큰 틀의 논의 필요”
[시사저널e=이하은 기자] 게임물관리위원회가 메타버스는 게임과 다르다는 첫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게임과 유사성이 있지만, 메타버스가 가진 확장성면에서 게임으로 보기 어렵단 것이다. 게임위 결정에 따라 메타버스 서비스는 게임 규제를 피해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다만, 게임위는 이날 발표가 정책 결정사항이 아닌 참고용이라고 여지를 남겼다.
10일 게임위는 ‘2021 게임 정책세미나’를 개최하고, 메타버스 연구 용역에 대한 결과를 발표했다. 메타버스 시장이 커지고 있는데도 정의가 달라 기준과 정책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게임위가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지난 국정감사에서 김규철 게임위원장은 “새로운 플랫폼이 나오면 거기에 적응하는 방법을 만들어야 한다”며 “이와 관련해 연구 용역을 내놨다. 결국은 게임인지 아닌지 결정해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 게임위 첫 발표···“메타버스, 게임과 다르다”
용역연구를 맡은 박형준 성균관대 행정학과 교수는 이날 행사에서 “메타버스는 게임과 유사점이 있으나 이용자의 콘텐츠 생산, 확장성, 독자적인 경제 체계 등의 차이로 인해 게임과는 다른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메타버스 게임법적용 여부가 가장 중요한 문제”라며 국내 전문가를 대상으로 메타버스와 게임의 인식 결과를 공개했다. 결과에 따르면 메타버스를 게임으로 볼 수 없다는 의견이 50%로 절반을 넘었다. 둘의 구분이 모호하다(28%)는 의견과 게임으로 볼 수 있다는 의견(22%)이 뒤를 이었다.
메타버스에 대해 ‘규제 샌드박스’를 도입해야 한단 제언도 나왔다. 박 교수는 “메타버스 등 신산업·신기술에 대해 규제를 유예해 예상하지 못한 문제를 사전에 검증할 필요가 있다”며 “실증 테스트를 통해 스마트 규제 체계를 설계할 수 있으며 신기술 분야에 적합하고 정교한 규제 방안 마련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게임위가 블록체인 대체불가토큰(NFT)게임을 강하게 규제하면서 NFT를 중심으로 가상경제를 구현한 신기술 메타버스도 비슷한 적용을 받을 거란 예측이 우세했다. 산업계는 게임법 적용을 받을 경우 성장 동력으로 떠오른 메타버스 산업이 위축된다고 우려했다.
논란을 의식한 듯 게임위는 “정책결정을 발표하는 자리라기보다 전문가들의 다양한 의견을 참고하기 위한 자리”라고 설명했다.
◇ 향후 메타버스 분류 관심···“규제 전 사회적합의 필요”
게임위 연구 결과가 나오면서 메타버스는 게임법 적용을 받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게임위는 해당 연구 결과 및 전문가 의견을 바탕으로 위원회의 검토를 거쳐 메타버스 분류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릴 계획이다.
산업계도 게임위 결정을 환영했다. 그동안 산업계는 메타버스를 게임과 다르게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게임법 적용을 받게 되면 메타버스 산업이 타격을 받기 때문이다. 가장 우려한 것은 NFT 규제다. 최근 메타버스 내 NFT 거래를 통한 가상경제가 새 비즈니스모델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로블록스와 제페토는 현금화 기능을 통해 이용자를 끌어들이는 동시에 매출을 올리고 있다. 로블록스의 경우 가상화폐 ‘로벅스’를, 제페토는 ‘젬’을 지급하고 실제 화폐로 교환할 수 있도록 해 인기를 끌었다. SK텔레콤 이프랜드도 가상화폐 거래소와 연동해 가상재화를 구매 또는 거래하는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메타버스 사업을 전개하는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가상세계 구현이란 점에서 게임사가 메타버스 서비스에 더욱 적극 뛰어들고 있다. 메타버스 플랫폼에는 게임만이 아닌 가상오피스, 커뮤니티 등 확장할 영역이 넓다”며 “NFT게임을 국내에서 서비스 못 하는 상황에서 메타버스가 게임법 테두리 안에 들어온다면 규제리스크가 커질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게임위원장을 역임한 이재홍 숭실대 교수도 “협의의 의미에서 메타버스가 게임의 메커니즘을 갖고 있지만, 광의의 의미에서 또 다른 가상세계로 볼 수 있다”며 “좁은 의미로 메타버스를 본다면 기술이 진화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규제를 논의하기 전, 사회적 합의 과정이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박 회장은 “사회적 합의가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메타버스 주 이용자인 20·30세대는 가치관이 다르다. 자율심의에서 끝낼 문제인지 국가가 개입해서 사행성을 판단하는 게 옳은지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국가는 산업계가 발전토록 완화된 범위의 규제를 하고, 기업은 법을 존중하는 등 서로 합의점을 찾아가야 한다”며 “국가, 기업만이 얘기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국가와 산업, 이용자가 머리를 맞대고 최선의 돌출구를 열어가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