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시중은행, 올해 들어 총 203개 점포 폐쇄
내년 1월에도 점포 추가 폐쇄 이어져
“금융환경 변화 불가피···금융취약계층 위한 지원방안 마련 필요”

시중은행 점포 수 변화 추이./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시중은행 점포 수 변화 추이./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시사저널e=김희진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비대면 금융거래가 확대되면서 시중은행의 점포 축소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다. 내년에도 시중은행들의 영업점 숫자는 지속해서 줄어들 전망인 가운데 일각에서는 비대면 금융에 익숙지 않은 고령자 등 금융취약계층이 금융으로부터 소외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10일 배진교 정의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은 올해 들어 11월까지 총 203개의 점포를 폐쇄했다. 신한은행이 75개로 가장 많았고, 뒤이어 국민은행이 53개, 우리은행 31개, 하나은행 31개, 농협은행 13개 순이었다.

이달부터 내년 1월까지도 점포 폐쇄는 계속된다. KB국민은행은 두달 간 47개 지점을 추가로 폐쇄한다. 신한은행도 이달과 내달 37개 점포를 축소하기로 했으며, 하나은행은 내년 1월까지 13개 점포를 없애기로 했다. 우리은행과 NH농협은행은 각각 24개, 10개 지점을 이달 중 폐쇄한다.

은행들이 이처럼 영업점 폐쇄에 속도를 내는 데에는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비대면 금융거래가 급속도로 확산된 점이 주요한 영향을 미쳤다. 은행권의 디지털 기술 발달에 힘입어 대부분의 금융 업무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가능해지면서 오프라인 점포를 찾는 발길이 줄었고, 이에 은행들은 영업점 운용비용 절감을 위해 빠르게 점포 수를 줄이고 나선 것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비대면 금융거래가 확산되면서 영업점을 통해 이뤄지는 업무 처리 비중이 줄어드는 추세라 은행 입장에서는 영업점을 유지할 유인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며 “빅테크 기업들의 금융 진출로 비대면 경쟁력 강화의 필요성도 커지고 있어 앞으로도 점포 축소 흐름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런 점포 폐쇄 가속화가 노년층과 장애인 등 온라인을 통한 금융거래에 어려움을 겪는 일부 계층이나 거주지역 내 금융인프라가 부족한 주민들의 금융 접근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국회입법조사처는 최근 ‘은행권 점포축소와 금융소외계층 보호를 위한 과제’ 보고서를 통해 이같은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다. 이구형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점포 축소가 적절한 정책적 고려 없이 지속될 경우 디지털금융에 어려움을 겪는 국민들의 금융소외현상이 가중될 소지가 있다”며 “그 영향과 정책과제를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금융당국과 은행연합회는 점포 축소로 인한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 지난해 ‘은행 점포 폐쇄 관련 공동절차’를 마련해 점포폐쇄 결정 전 영향평가를 실시하고 지역과 고객 특성에 맞는 대체 수단을 제공하도록 규정했다. 점포 폐쇄 절차를 까다롭게 해 점포가 급속도로 감소하는 현상을 예방하기 위한 취지다.

그러나 해당 조치에도 불구하고 올해 폐쇄 예정인 점포 수는 221개로 지난 5년간(2016~2020년) 전체 은행의 연평균 점포 폐쇄 수(176개)보다 많았다.

은행권에서는 금융취약계층을 위한 대안으로 공동지점 설치를 논의하기도 했다. 공동지점은 복수의 은행이 하나의 공간에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형태의 점포 운영체제를 뜻한다. 그러나 공동지점 운영 시 점포 관리의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 고객 정보유출 등의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적절한 대응이 어려울 수 있다는 점, 은행들이 최소한의 인력만 배치해 사실상 서비스 축소로 지점 운용의 실효성이 떨어질 가능성, 그리고 하나의 공간에서 둘 이상의 은행이 영업함에 따라 과열경쟁과 영업전략 유출 등이 우려된다는 점에서 추가 논의가 진행되지 못했다.

이 입법조사관은 “현 상황은 비대면 거래와 대면 거래가 공존하는 상황으로 새로운 금융서비스에 어려움을 느끼는 이용자와 디지털 금융으로 변화하는 금융환경 사이에 갈등이 발생하는 시기로 볼 수 있다”며 “변화의 불가피성을 인정하면서도 금융취약계층이 금융으로부터 소외되는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공동점포 운영과 같은 하드웨어 대책과 교육 및 UI 구축과 같은 소프트웨어 개선을 망라한 지원방안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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