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GB금융, 캄보디아 영업 확대 과정에서 CEO리스크 발생
절차 준수 및 리스크 관리 유의해야

[시사저널e=이기욱 기자] 글로벌 시장 진출은 최근 수년동안 줄곧 국내 은행들의 최우선 과제 중 하나로 자리해왔다. 낮은 경제성장률, 저금리 장기화, 시장 포화 등으로 국내 시장에서 수익을 거두는데 한계를 느낀 은행들은 신흥국이 다수 자리잡은 동남아 시장으로 빠르게 영토를 넓혔고 적지 않은 성과를 거두는데 성공했다.

대표적으로 신한은행의 베트남 현지법인 ‘신한베트남은행’은 베트남 시장에서 ‘1등 외국계 은행’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으며 코로나19로 인해 글로벌 사업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지난해 120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두는데 성공했다. 이는 코로나19 확산 이전의 실적(1243억원)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수치다. 올해 역시 3분기까지 889억원의 누적 순이익을 기록하며 지난해 동기(917억원)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우리은행 역시 ‘WB파이낸스’(캄보디아)와 ‘베트남우리은행’, ‘인도네시아 우리소다라은행’ 등에서 각각 343억원, 167억원, 307억원의 실적을 거뒀으며 지난달에는 WB파이낸스가 캄보디아 중앙은행으로부터 상업은행 본인가를 획득하기도 했다. 글로벌 시장의 ‘후발주자’로 분류되는 KB국민은행도 지난달과 이달 캄보디아 현지 시장에서 오토론과 비대면 신용대출을 새롭게 출시하는 등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반대로 최근 글로벌 사업에서 발생한 문제가 금융그룹 전체의 지배구조와 경영을 뒤흔들고 있는 사례도 발생했다. 김태오 DGB금융그룹 회장을 비롯한 전·현직 임직원 3명이 ‘불법 로비자금’ 협의로 무더기 기소된 DGB대구은행의 얘기다.

대구은행은 지난해 캄보디아 현지법인 ‘DGB 스페셜라이즈드뱅크’(이하 DGB SB)를 여신전문 특수은행에서 상업은행으로 전환하는 과정에 부동산 사기에 휘말렸다. 대구은행은 철저한 책임 규명을 위해 지난 3월 사건과 관련된 현지 근무직원 등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고 검찰은 8월 대구은행 본점을 압수수색하며 본격적인 수사에 들어갔다.

수사 결과 검찰은 상업은행 인가를 위해 캄보디아 공무원들에게 전달할 로비자금 350만달러를 현지 브로커에게 제공한 사실을 적발했고 김 회장을 포함한 관련 직원들을 기소했다. 사라진 금액들 중 일부가 캄보디아 현지에서 쓰인 로비자금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DGB금융은 지난 2017년 박인규 전 회장의 ‘비자금 조성 의혹’으로 한 차례 CEO리스크를 겪은 바 있다. 김 회장이 경영 정상화를 이룬지 얼마 지나지 않아 CEO리스크가 다시 발생할 위기에 놓이자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DGB대구은행 노동조합 등에서는 김 회장의 빠른 퇴진 결단을 촉구하고 있다.

아직 재판이 시작조차 되지 않아 그 진위를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만약 검찰이 포착한 혐의가 사실일 경우 이번 사건은 ‘성과주의’의 문제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보다 빠르게 성과를 내기 위해 정당한 절차를 무시하다 발생한, 일어나지 않을 수 있었던 사고기 때문이다.

이는 비단 대구은행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국내 금융당국의 규제가 엄격한 은행권의 경우 국내 시장에 비해 글로벌 시장에서 다양한 사고들이 많이 발생하는 편이다. 오랜 기간 국민은행의 글로벌 사업을 위축시켰던 카자흐스탄 센터크레디트은행(BCC) 투자 손실 사태가 대표적 사례다.

현재 은행들이 주요 타깃으로 삼고 있는 신흥국 시장은 성장 가능성이 높은 대신 현지 금융당국의 정책·제도가 불완전하고 정치적 불안정성도 늘 상존하고 있다. 자의와 상관없이 미얀마 군부쿠데타 등 예상치 못한 변수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공격적인 진출로 시장을 빠르게 선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제대로된 절차 준수와 철저한 리스크 관리로 유사시에도 경영 전반에 미치는 부작용이 최소화되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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