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웅제약, 예방 목적 코로나19 치료제 임상 3상 중단···“임상 참여자 모집 어려워 어쩔 수 없는 선택”
백신 개발 아이진·큐라티스도 아직 1상 대상자 모집 중···투여 완료 시기 늦춰져
정부 “임상 참여 인센티브 확대 계획 없어···국내 임상 한계적, 해외 임상 추진 필요”
[시사저널e=염현아 기자] 코로나19 백신 및 치료제를 개발 중인 국내 기업들이 임상 대상자 모집에 난항을 겪으면서 개발에 제동이 걸렸다. 국내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이 80%를 넘어서면서 임상시험에 참여할 미접종자가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업계는 인센티브 확대 등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9일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코넥트)에 따르면 지난 9월15일 기준 재단에 코로나19 백신·치료제 임상시험 참여를 신청자는 약 8500명이다. 중복 지원자를 포함해 백신 희망자는 6060명, 치료제는 4744명으로 집계됐다.
코넥트에 신청한 임상 대상자는 3상을 진행하는 기업에 우선 지원되고 있다. 국내 백신 개발 기업으론 유일하게 3상에 진입한 SK바이오사이언스가 당초 목표한 국내 대상자 93명을 훌쩍 뛰어넘어 500명 이상을 확보했다. SK바사는 내년 상반기 국내 신속허가 신청을 목표로 순항 중이다.
그러나 9월 이후 코넥트 임상 신청자 상승 폭이 크게 줄었다. 코넥트 관계자는 “코넥트에 임상 참여 의향서를 제출한 희망자는 꾸준히 늘어 지난 9월 약 8500명을 기록했지만, 이후 임상 참여 희망자가 소폭 늘어 추가 집계를 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 대웅제약, 대상자 모집 어려워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중단···백신 개발 아이진·큐라티스도 투여 속도 느려
이런 상황에서 국내 기업들은 백신·치료제 개발에 빨간불이 켜졌다. 지난 8일 대웅제약은 개발 중인 예방 목적의 코로나19 경구용 치료제 ‘코비블록’의 임상 3상의 자진 중단을 선언했다. 코비블록을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노출된 밀접접촉자의 감염을 막기 위한 예방 치료제로 개발을 진행했지만, 대상자 모집 불발로 결국 임상 3상이 좌절됐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미접종자면서 바이러스에 노출된 환자에 예방 목적으로 투여하는 방식이다 보니 적합한 대상자를 찾기가 어려워 중단을 택했다”며 “이와 별개로 진행 중인 경증 환자 치료제에 대한 임상도 대상자 모집이 예전보다 쉽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mRNA 백신을 개발 중인 아이진과 큐라티스도 현재 임상 1상 대상자 모집을 완료하지 못해 진행이 더딘 상황이다. 아이진은 지난 9월말부터 투여를 진행하고 있지만, 적합 대상자 수가 충분하지 못해 당초 목표한 완료 시점보다 늦어지고 있다. 모집되는 순서대로 투여를 진행 중인 큐라티스도 연내 완료는 힘들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 기업 “정부 인센티브 확대 필요” VS 정부 “자발적 참여가 원칙···국내보다 해외 임상 고려해야”
국내 기업들은 임상시험 대상자를 유인할 수 있는 정부의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국내 한 바이오 기업 관계자는 “백신을 빨리 내놓는 게 중요한 기업 입장에서 대상자 모집부터 막혀 답답한 상황”이라며 “정부가 환자 모집을 촉진할 수 있는 유인책을 확대해 줄 필요가 있다”고 토로했다.
정부는 현재 코로나19 백신·치료제의 신속한 개발을 위해 임상 대상자들에 대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임상 3상에 참여한 사람은 예방접종증명서를, 임상 1·2상 참여자에는 지난달부터 방역 패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들 모두 정부·지자체 운영 공공시설의 이용료 감면 혜택도 받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인센티브 확대에 대해선 부정적인 입장이다. 불확실성이 큰 만큼, 인센티브를 내세워 참여를 독려할 수는 없다는 입장에서다. 해외 규제기관들도 윤리적 이유로 임상 대상자 모집은 자발적 참여를 전제로 하고 있다.
유주헌 코로나19치료제·백신개발범정부지원위원회 총괄팀장은 “정부가 인센티브를 논의할 때 가장 지양한 게 현금성 지원이었다”며 “정부가 달콤한 혜택으로 임상시험 참여를 유도해 국민이 리스크를 떠안게 할 수는 없다”고 못박았다. 다만 국내 임상시험은 한계가 있는 만큼 해외 임상 추진을 조언했다.
유 팀장은 “국내 임상시험에는 백신 접종률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한계도 있지만, 임상시험 자체에 대한 인식이 아직 부정적인 현실이 가장 큰 한계”라고 설명했다. 그는 “기업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정부가 해외 임상에 필요한 연구개발(R&D) 비용을 지원하고 있다”며 “현재로선 해외 임상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기업들이 잘 추진해 나가길 바란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