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확대 우려···기업 노동이사제 법안 통과 압박 계기”
임금인상·복리후생 등 단체교섭 이슈가 이사회서 다뤄질 수도
기업지배구조 개선·소액주주 권리 강화가 나을 가능성··· “어떤 정당 대권잡느냐 따라 달라질 것”
[시사저널e=서지민 기자] 여당이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강행 처리를 예고하면서 재계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당장은 공공기관에 국한되지만 결국 민간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다.
지난 8일 더불어민주당이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통과를 위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안건조정위원회 소집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정위에서 의결되면 상임위 전체회의 상정도 가능하다. 조정위는 여야 3명씩 구성되는데, 민주당 위원 3명과 비교섭단체 위원 1명이 법안을 의결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민주당은 9일 임시국회 소집 요구서도 제출해 연내 법안을 강행 처리한다는 계획이다.
경제단체는 곧바로 반대 목소리를 냈다. 전날 한국경영자총협회·대한상공회의소·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한국중견기업연합회는 입장문을 내고 “국회가 노동이사제 부작용에 대한 충분한 검토 없이 법률 의결을 추진하는 것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노동이사제는 기업 이사회에 노동자 대표가 포함돼 경영에 참여하는 제도다. 기업 경영에 있어 노동자의 발언권과 의결권을 확대한다는 취지다. 지금 논의되는 법안은 공공기관에 국한해 노동이사제 의무화를 골자로 한다.
그러나 경제계는 민간 확대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경총 관계자는 “노사관계 문제는 늘 공공부문이 선도하고 뒤이어 민간 영역에서 비슷한 요구사항이 제기되는 흐름이었다”며 “육아휴직, 난임치료휴가 제도 등이 공공영역에서 먼저 생긴 후 민간으로 이어진 케이스”라고 설명했다.
이미 국회에는 민간에도 노동이사제를 도입하는 내용의 법안이 계류 중이다. 지난 4월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근로자대표제 및 경영참가 등에 관한 법률안’이다. 근로자 대표 선출 및 노사공동위원회 설치를 통해 노사가 경영상의 의사결정을 함께 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노조의 유무와 무관하게 상시 5인 이상의 사업장은 전부 법 적용 대상이다.
해당 법안은 아직 국회에서 제대로 논의된 적은 없다. 다만 공공기관 노동이사제가 도입되면 이 법안의 통과 압력도 강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경총 관계자는 “이미 민간 노동이사제 법안까지 발의된 만큼, 경제계에서 선제적으로 반대 입장을 낼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기업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노조가 강한 기업의 경우 단체교섭에서 결렬된 안건이 이사회에서까지 다뤄질 수 있다. 노조는 당장의 임금인상 같은 복리후생 안건을 요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경영 방향을 결정해야 할 이사회의 순발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한 기업 관계자는 “노동자들에겐 이미 경영을 견제하기 위한 여러 제도가 있다. 노동이사제는 노동자한테 경영까지 하게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금의 노동이사제 논의가 정치 쟁점화 됐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황용식 세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만큼, 공공기관의 노동이사제 도입은 당연히 민간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그러나 내년 대선에서 어떤 정당이 대권을 잡느냐에 따라 또 달라질 문제”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최근 국내 기업들도 오너중심 경영에서 전문경영인, 이사회 중심 경영으로 변모해가는 중이다. 이때 노동이사제까지 도입되면 혼선을 빚을 수 있다”며 “오히려 기업지배구조 개선이나 소액주주들의 권리를 보장하는 방향을 고려해야 한다”고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