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분야 주요 법안 통과 실패···여야 합의·업계 설득 과제
연내 처리 어려운 상황···민주당, 임시국회 소집 여부 ‘주목’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이번 정기국회에서 온라인 플랫폼법과 시멘트세법, 개발이익환수법 등 산업 분야 법안 입법이 사실상 어려워졌다. 현실적으로 법안 처리는 내년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크지만 여권에서 이달 중 임시 국회 개회를 추진하고 있어 연내 통과 가능성도 남아있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번 정기국회 종료를 하루 앞둔 가운데 산업 분야 주요 법안 상당수가 입법이 어려운 상황이다.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안이 대표적이다. 코로나 사태 이후 비대면 사회로 전환하면서 영향력이 크게 늘어난 온라인 플랫폼 업체들이 입점 업체나 소비자들에게 불공정 행위를 하는 걸 막잔 취지에서 나온 법안이다. 

온플법은 현재 공정거래위원회와 전혜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이 각각 추진돼 왔다. 두 법안 모두 대규모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에 대해 강화된 의무와 금지행위 규정을 적용하고 있다. 플랫폼 사업자에게 검색이나 추천 등 콘텐트 노출기준 공개를 의무화하고 사업자가 이용자에게 서비스조건과 내용을 고지하지 않거나 허위 과장 광고를 위법행위로 규정했다.

이 법안에 대해 소상공인들은 대체로 찬성하고 있다. 대형 온라인 플랫폼 업체들이 법규 미비를 악용해 소상공인 골목상권을 침해해 생존권을 위협받고 있단 이유에서다. 반면, 정보기술(IT) 업계는 과도한 규제로 산업 발전을 저해하고 경쟁력 약화를 가져올 수 있단 문제점을 내세우며 반대하고 있다.

전 의원은 “소상공인들이 플랫폼을 운영하는 사람들로부터 보호하잔 법”이라며 “대규모 플랫폼 기업을 운영하는 쪽에선 반발이 있지만 소규모 플랫폼 쪽엔 큰 영향이 없고 오히려 필요한 법”이라고 말했다.

이 법안은 지난달 하순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와 정무위원회에서 논의가 진행됐지만 통과가 보류됐다. 전 의원은 “정보통신방송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는데 소위원장이 통과시키지 않고 보류시켰다”며 반대가 없었던 법안이었기에 앞으로도 입법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시멘트 지역 자원시설세 신설 법안도 처리가 무산됐다. 이개호 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이 법안은 시멘트를 생산할 때 1톤당 1000원씩 세금을 거둬 시멘트 생산지역 시군에 재원을 배분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시멘트 제조 과정에서 환경오염과 경관훼손 등 피해를 입은 시설주변 지역, 주민에 보상이 필요하단 취지에서 나온 법안이다. 하지만 시멘트 업계에선 원재료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석회석에 지역자원시설세를 부과한 상황에서 완제품인 시멘트에 세금을 또 부과하는 건 이중과세라며 반대하고 있다.

/ 표=정승아 디자이너
/ 표=정승아 디자이너

이 법안은 지난 2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 소위원회에서 논의했지만 부결됐다. 행안위는 시멘트업계가 내년부터 출연하는 연간 250억원 규모의 지역발전기금 조성과 집행 상황을 본 뒤 내년 말 재논의키로 했다. 입법 무산은 시멘트업계의 로비가 결정적이었단 분석이 나온다. 이 의원은 “정부는 부정적이지 않았지만 시멘트 업계 반대 영향이 컸다고 알고 있다”며 “합리적 이유가 아닌 시멘트 업체 측 부담이 더 크다는 이유로 기부금 방식으로 하자고 하는데 기부금 방식은 업계 의사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기에 과세 원칙과는 근본적으로 맞지 않다”고 말했다. 

입법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지역 주민들은 절대적으로 찬성하고 있고 시멘트 공장이 있는 지자체에서 수차례 요청이 있었던 내용”이라며 “입법에 있어 지역 주민 의사가 최우선이어야 한단 점을 고려한다면 조만간 통과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성남 대장동 개발 의혹이 불거지면서 과도한 개발이익을 환수하는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야 한단 지적이 쏟아졌지만 정작 관련 법안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입법이 무산됐다. 진성준 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개발이익환수법 개정안은 개발이익의 20~25% 수준을 공공이 환수하는 현행법을 강화해 환수율을 50%로 높이도록 하고 있다. 

이 법안은 대장동 사태가 터지면서 필요성이 강하게 제기되며 입법 여부가 주목돼 왔다. 하지만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지난 6일 전체회의에서 개발이익환수법 개정안을 상정하지 않았다. 건설업계에선 이 법안이 입법되면 사업 환경을 위축시킬 수 있단 주장을 해 왔다. 또 시장을 냉각시킬 수 있단 지적도 나왔다. 

진 의원은 “야당이 이 법이 통과되면 민간 개발 투자가 위축돼 주택 공급이 안 될 거라며 반대해 국토위에 상정조차 안 되고 있다”며 “또 사유재산권 침해란 납득할 수 없는 이유를 들면서 처리를 막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건 민간이 취할 개발이익에서 얼마를 환수할지의 문제다. 즉 민간업자의 이익이 조금 줄어드는 것이지 완전히 없어지는 게 아니”라며 “개발 시작 전 지가와 개발 후 지가를 비교해 그 지가 차익에서 들어간 비용을 모두 뺀 나머지를 개발 이익으로 보고 이 부분을 얼마나 환수할 지를 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비용이 들어간 것은 모두 제하고 남은 이익을 기준으로 일정 부분을 환수하는 것이기에 민간이 취할 개발이익이 완전히 없어지는 게 아니란 설명이다. 이런 법안을 통과시키면 개발 투자가 전혀 이뤄지지 않아 주택 공급이 안 된다고 얘기하는 건 과장이란 것이다.

개발이익환수법안은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가 강조하는 부분이라 여당 내부에선 정기국회 폐회 후 임시국회를 다시 소집해 입법을 시도하겠단 기류가 있다. 진 의원은 “현재 처리하지 못한 법들이 있어 임시국회를 소집 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소집되면 입법을 위해 협의하고 야당과 합의 처리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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