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뱅, 2021억원 한도 내 2%대 금리 적용···카뱅, 예·적금금리 일제히 인상
‘2%대 금리 수시입출금 통장’에 상한 기준 신설···“특수 상황 이해해야”
[시사저널e=이기욱 기자]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들의 수신금리 인상 행렬에 후발 주자 ‘토스뱅크’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금융당국의 고강도 총량 관리 규제로 정상적으로 대출 영업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수신 영업에서의 경쟁력까지 하락할 경우 출범 초기 시장 안착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토스뱅크는 최대 무기로 내세웠던 ‘2%대 금리 수시입출금 통장’에 상한 조건을 새롭게 설정하고 체크카드의 캐시백 조건도 변경하는 등 고객 혜택을 일부 축소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토스뱅크는 역마진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현재의 특수한 영업 환경을 고려한 불가피한 조치며 영업 정상화 여부에 따라 향후 변경 가능한 사항이라는 입장이다.
◇카카오뱅크, 수신금리 최대 0.4%p 인상···자유적금, 우대금리 포함시 2% 초과
8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상 이후 시작된 시중은행들의 예·적금금리 인상 흐름에 최근 인터넷전문은행들도 동참하고 있다. 앞서 우리은행은 지난달 26일 정기예금을 비롯한 수신상품의 금리를 0.15~0.30%포인트 가량 올렸으며 하나은행도 같은 날 적립식 예금 상품들의 금리를 0.25~0.40%포인트 인상했다. 신한은행과 KB국민은행도 각각 지난달 29일과 30일 이들 은행과 비슷한 수준의 수신상품 금리 인상을 단행한 바 있다.
인터넷전문은행 중에서는 케이뱅크가 지난달 26일 취급액 한도를 두고 한시적으로 정기예금 금리를 2%대까지 올린 바 있다. 12개월 기준 1.50%였던 ‘코드K정기예금’의 금리는 한도 2021억원에 한해 2.10%로 0.6%포인트나 인상됐다. 해당 상품은 이달 1일부로 한도를 채워 다시 원래 금리 수준으로 돌아갔으나 케이뱅크는 지난달 초에도 파킹통장 ‘플러스박스’의 금리를 0.50%에서 0.80%로 0.3%포인트 올리는 등 수신금리 인상 움직임을 이어오고 있다.
카카오뱅크도 지난 7일 전체 정기예금, 자유적금 상품 등의 금리를 일괄적으로 인상했다. 정기예금 상품의 금리는 납입 기간별로 작게는 0.20%포인트에서 많게는 0.40%포인트까지 인상됐으며 자유적금 상품도 0.2~0.3%포인트 가량 높아졌다. 자유적금의 경우 우대금리 조건 충족시 12개월 기준 2.10%의 금리를 받을 수 있게 됐으며 계좌 속 잔돈을 모아 최대 10만원까지 자동으로 저축해주는 ‘저금통’ 상품의 금리는 2.00%에서 3.00%로 1%포인트 올랐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예·적금 금리를 인상했다”며 “고객들에게 경쟁력 있는 수신 금리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1억원 초과 예금에 0.1% 금리 적용···“현실적인 혜택은 그대로 유지”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의 이러한 수신금리 인상 러시는 3호 인터넷전문은행 토스뱅크에게 큰 악재로 다가올 전망이다. 토스뱅크는 출범 전 사전 예약 고객을 모집하는 과정에 ‘2%대 수시입출금 통장’을 최대 무기로 내세워 흥행 몰이에 성공한 바 있다. 단 3일만에 신청자 50만명을 돌파했으며 최종 사전신청자 수는 17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케이뱅크가 출범 100일만에 40만 고객을 달성한 것과 비교하면 매우 이례적인 수치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경쟁은행인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가 금리 인상을 통해 2%대의 예·적금 금리를 제공하게되면 자연스럽게 토스뱅크의 강점은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수시입출금이 아닌 정기예·적금 상품이라는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카카오뱅크의 경우 우대 금리를 제외하더라도 이미 2%대 가까운 금리를 제공하고 있다.
반면 토스뱅크는 오히려 수시입출금 통장의 금리 혜택을 일부 축소할 예정이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총량 관리 정책으로 인해 정상적인 대출 영업이 불가능한 상태에서 고객들에게 2%대의 높은 금리를 지속적으로 지급할 경우 역마진이 더욱 확대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토스뱅크는 내년 1월 5일부터 고객이 예치한 금액 중 1억원을 초과하는 금액에 대해서는 0.1%의 금리를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예를들어 1억1000만원을 토스뱅크 통장에 맡긴 고객은 1억원까지 연 2%의 금리를 적용받고 1000만원에 대해서는 0.1%의 금리가 적용된 이자를 지급받게 된다.
토스뱅크 관계자는 “출범 이후 제대로 대출 영업을 한 것이 약 10일에 불과하다”며 “쉽게말해 출범 후 3개월동안 벌이는 없는데 (이자) 비용만 나가는 특수한 상황이 지속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1억원 초과 금액을 단순히 수시입출금 통장에 놔두는 경우는 극히 드물기 때문에 대부분의 고객들이 이전과 동일한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대출한도 소진에 따른 역마진 부담을 줄이고 혜택도 최대한 유지할 수 있는 현실적인 기준을 마련했다”고 강조했다.
내년부터 줄어들 예정인 토스뱅크 체크카드의 캐시백 혜택 등도 토스뱅크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토스뱅크는 그동안 체크카드에 대해 실적 조건 없이 ▲커피 ▲편의점 ▲택시 ▲패스트푸드 ▲대중교통에서 결제시 건당 300원의 캐시백 혜택을 제공해왔으나 내년부터는 대중교통 캐시백을 100원으로 줄일 예정이다. 편의점 제휴도 기존 5곳에서 GS25와 CU 등 2곳으로 축소되며 캐시백 기준 결제액도 3000원으로 높아진다.
토스뱅크 관계자는 “체크카드의 경우 신용카드와 달리 시즌별로 협업 기관 등에 따라 혜택이 변경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출범 후 연말까지 진행된 하나의 시즌이 종료된 것이지 수시입출금 통장과 같은 ‘역마진’이 주요 원인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혜택별로 고객들의 반응들을 살펴보고 앞으로 시즌에 따라 다양한 혜택을 제공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시기상 겹쳐서 여러 혜택들을 줄이는 것처럼 비춰지는데 이전에 은행권에서 한 번도 없었던 특수한 상황이란 것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며 “대출 영업이 가능해지는 등 환경이 정상적으로 변하면 입출금통장의 금리 조건 등도 얼마든지 바뀔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