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최윤호·LG 권영수 신임 대표 모두 ‘재무통’···사업 확대 및 내실화 역량 기대
SK온, 내주 인사 나올 듯···“이사회 소관이라 아직 결정된 내용 없어”

/사진=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제공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사진=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제공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시사저널e=서지민 기자] 최근 삼성·LG그룹이 그룹사 핵심인물들을 자사 배터리 기업 사장으로 선임하면서 배터리 사업에 힘을 싣고 있다. 이런 가운데 SK 역시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에게 SK온 대표이사직을 맡길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배터리 3사 중 가장 먼저 인사를 마무리한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11월 1일 권영수 LG 부회장이 신임 사장으로 공식 취임했다. 구 회장과 함께 LG 대표이사를 지낸 권 대표는 그룹 내 2인자라는 평가를 받는 인물이다. 

LG 대표이사를 지내기 전에는 LG유플러스, LG화학, LG디스플레이 등 LG그룹의 각 계열사 대표를 맡으며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 이번 인사 전까지 각 계열사 이사회 의장으로써 사업의 전체적인 방향을 설정하는 데도 관여했다. 특히 LG화학에서 배터리 사업을 분사해 LG에너지솔루션이 출범한 것도 권 대표가 이사회 의장으로 있을 때 이뤄졌다.

지난 7일 인사를 단행한 삼성SDI는 최윤호 삼성전자 경영지원실 실장을 신임 사장으로 선임했다. 최 신임 대표는 삼성전자의 경영지원실장으로서 사업부문의 전반적인 경영활동을 지원해왔다. 2010년~2014년에는 지금은 해체된 미래전략실에서 그룹 신사업을 발굴하거나 계열사 간의 사업방향을 조율하는 역할을 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인사는 그룹 내 무게감 있는 인물을 전진 배치해 배터리 사업 추진력을 강화시겠다는 회사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배터리 분야는 차세대 배터리 R&D와 더불어 전기차 시장 확대에 따른 생산라인 증설까지 막대한 투자가 필요한 영역이다.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 2030년까지 배터리 분야에 총 15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삼성SDI도 미국 배터리 시장 진출을 선언하며 투자 확대를 꾀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이번 인사가 그룹 자체의 배터리 사업에 대한 관심도를 보여주고, 그만큼 배터리 사업을 워낙 신경을 많이 쓰고 있는 건 맞다”면서도 “이번 인사가 그룹과의 가교 역할을 강화하기 위한 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두 신임 대표 모두 ‘재무통’이라는 배경에도 시선이 쏠린다. 투자 확대와 동시에 재무 건전성도 챙겨가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삼성SDI 관계자는 “재무전문가라는 점에서 사업의 경쟁력이나 경영 내실화에도 강점이 있을 수 있다고 본다”며 “또 삼성전자에서의 노하우를 삼성SDI에도 전해줄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도 있다”고 밝혔다.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이 지난 2019년 3월 미국 조지아주에서 열린 SK이노베이션 전기차 배터리공장 기공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이 지난 2019년 3월 미국 조지아주에서 열린 SK이노베이션 전기차 배터리공장 기공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SK 배터리 투자 확대에 최재원 부회장 가세할까

SK온의 인사도 업계 관심을 모으고 있다. SK온 대표 후보로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최 수석부회장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친동생으로, 최근 취업제한에서 해제됐다. 

최 수석부회장은 취업제한인 상태에서도 꾸준히 배터리 사업을 챙겼다. 최 수석부회장은 지난 2018년 3월 헝가리에서 열린 SK이노베이션 배터리 공장 기공식에도 직접 참여한 바 있다. 지난해 7월 최태원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충남 서산공장에서 만나 배터리 기술 협력을 약속했을 때도 함께 자리했다.

SK그룹은 배터리 사업을 제2의 먹거리로 선언하며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최태원 회장이 적극적으로 글로벌 행보에 나서며 해외기업과의 협업 및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여기에 오너일가인 최재원 수석부회장이 가세하면 그룹 내에서 SK온 입지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한편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최 수석부회장 인선과 관련해 “이사회에서 결정하는 사안인 만큼 아직 드러난 게 없다”며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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