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내년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 4~5% 책정···올해보다 1%p 낮아
가계대출 관리 실적에 따른 은행별 대출 한도 차등 적용 방안 검토 중
NH농협은행, 시중은행 중 가계대출 증가율 가장 높아

5대 시중은행 가계대출 증가율 현황./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5대 시중은행 가계대출 증가율 현황./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김희진 기자] 은행들의 가계대출 옥죄기가 연말까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내년에도 대출 영업 환경은 녹록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이 내년 가계대출 증가율 관리 목표치를 더 강화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면서다. 특히 올해 가계대출 관리 수준에 따라 내년 총량 한도를 차등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어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이 가장 높았던 NH농협은행은 내년 대출 영업 계획을 두고 고민이 깊어질 전망이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내년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를 올해 5~6% 수준에서 더 강화한 4~5%대로 책정할 방침이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내년은 큰 폭으로 확대된 가계부채 문제를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단계적으로 정상화하는 것이 목표”라며 “내년도 가계부채 증가율을 4~5%대의 안정화된 수준으로 관리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강력한 가계대출 규제 정책을 펼쳤던 올해 연간 목표(5~6%)보다 내년 목표치를 1%포인트 더 낮게 설정한 것이다.

시중은행들은 이에 맞춰 지난달 말 금융감독원에 내년 가계대출 증가율 관리 목표치를 4.5~5%로 제출했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달 중순쯤 은행들에 내년 가계대출 증가율을 평균 4.5% 수준에서 관리하라는 지침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금융당국은 올해 가계대출 목표치 관리 성과를 내년 가계대출 한도 설정에 반영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올해 가계대출을 얼마나 잘 관리했느냐에 따라 내년 대출 한도를 차등 적용하는 방식으로, 올해 관리를 잘한 은행에는 내년도 총량 한도에 소폭 여유를 주고 그렇지 못한 은행에는 낮은 한도를 부여하는 것이다.

한도 차등 적용 방식이 시행될 경우 가장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곳은 NH농협은행이다. 농협은행은 올해 상반기에 이미 금융당국에서 요구한 가계대출 목표치를 넘어선 데다가 현재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중 가계대출 증가율이 가장 높다.

지난 11월 말 기준 농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135조2423억원으로 지난해 말 126조3322억원보다 7.05% 증가했다. 여타 시중은행의 경우 ▲KB국민은행 5.43% ▲신한은행 6.30% ▲우리은행 5.38% ▲하나은행 4.68% 순으로 증가율이 높았다. 농협은행 홀로 가계대출 증가율이 7%를 넘어서면서 주요 은행 중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농협은행은 가계대출 총량 관리를 위해 8월부터 지난달까지 주택담보대출, 잔금대출 등 부동산 관련 신규 대출을 모두 중단한 바 있다. 가계대출 취급을 장기간 중단한 데 이어 11월부터 올해 연말까지 두달 간 가계대출금 상환 시 중도상환수수료를 면제하는 등 특단의 조치를 펼쳤지만 대출 총량을 줄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은행권 관계자는 “내년에는 올해보다 더 강도 높은 가계대출 규제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최근 대출을 옥죄던 은행들이 일부 대출 상품 판매를 재개하는 등 완화 조치를 내놓고 있지만 내년 증가율 목표치를 생각하면 일시적인 조치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올해 가계대출 관리 실적에 따라 내년 가계대출 총량 한도를 차등 적용하는 방안이 도입된다면 상대적으로 가계대출 증가율이 높은 은행은 내년 대출 영업이 더 힘들어질 것”이라며 “은행들 입장에서는 연말까지 총량 관리에 긴장을 늦출 수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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