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서실 없애고 카페 만들어···젊은 세대와 ‘소통의 장’
데이터 기반 고객관리가 ‘수익률 1위’ 신한의 비결
균형있는 상품군 구축···증권사 ‘도전’ 영향 크지않아
시니어 세대 위한 ‘은퇴솔루션’ 서비스 확대 계획

이병철 신한금융지주 퇴직연금사업그룹장 부사장 겸 신한은행 부행장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신한의 힘은 젊은 세대들의 반짝이는 아이디어입니다. 후배들이 퇴직연금 영상에 제가 직접 출연해야 된다고 하는데 당연히 나가야죠.”

1인 7역. 최근 화제가 된 신한은행 퇴직연금 홍보 동영상에 ‘돈철이’로 출연한 이병철 퇴직연금그룹장 부행장이 맡은 역할 수다. 신한금융그룹 전체 퇴직연금 사업을 이끄는 수장이 인기 걸그룹의 춤도 따라 췄다. 그야말로 ‘이한 몸 불사르는’ 활약이다. 

효과는 즉각적이었다. 젊은 세대들의 관심이 폭발하면서 유튜브 영상 조회수는 40만을 돌파했다. 금융권에선 퇴직연금 ‘수익률 1위’ 신한은행의 힘은 ‘소통’에서 비롯된다는 평가가 나왔다.
 
최근 시중은행의 퇴직연금 사업은 증권사들의 거센 도전에 직면해 있다. 신한은행은 강점인 데이터 기반 고객관리를 통해 시장 ‘리더’의 위치를 확고히 하겠단 전략이다. 또 젊은 세대 뿐 아니라 시니어 세대를 위한 서비스도 강화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이 그룹장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출연한 퇴직연금 홍보 영상이 화제다. 영상을 촬영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직원들이 먼저 제안을 했다. ‘그 어떤 배우가 퇴직연금에 대해 그룹장만큼 제대로 이해하고 촬영에 임할 수 있겠느냐’라고 하더라. 신한의 혁신은 젊은 직원들의 아이디어로부터 비롯된 것이 많다. 홍보 부문만 하더라도 자영업자 광고 지원프로그램 '우리동네 응원프로그램', 독립운동가를 기리는 이벤트 '독닙료리집' 등 좋은 평가를 받은 사업은 후배들의 생각에서 비롯됐다. 이번 후배들의 제안도 충분히 공감이 돼 수락했다.   

-촬영 중 가장 힘들었던 점, 그리고 재미있었던 에피소드가 있다면. 

걸그룹 브레이브 걸스의 ‘롤린 춤’을 추는 장면이 있다. 아이돌 춤을 따라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더라. 하지만 연습한 후 실제 촬영 때는 한번에 ‘OK’ 받아 다행이라 생각했다. 촬영 스텝들이 저를 처음에는 전문배우인 줄 알았다가 나중에 은행 그룹장인 걸 알고 매우 놀랐다고 했다. 그만큼 연기가 자연스러웠다고 해 모두 즐겁게 웃었던 기억이 있다. 

-영상에 대해 특히 젊은 층의 반응이 뜨겁다. 평소에도 젊은 세대와의 소통을 즐기는지. 

저는 보고를 받을 때 마다 하는 질문이 있다. ‘부서내 가장 젊은 직원하고 소통하고 나온 것인가’. 젊은 세대들이 말이 없고 의견을 내지 않는다고 해서 생각이 없는 건 절대 아니다. 막상 깊게 이야기해보면 정말 똑똑했다. 번득이는 아이디어도 많이 가지고 있더라. 그들의 생각을 최대한 이끌어내고 싶어 자주 소통을 시도한다. 제 사무실 옆에 있던 비서실을 없애고 그 자리에 카페를 만든 것도 젊은 세대와 대화하기 위해 만들었다. 처음엔 그룹장실 옆이라 직원들이 오길 망설였지만, 지금은 소통의 장이 됐다.  

이병철 신한은행 퇴직연금그룹장 부행장이 퇴직연금 홍보영상에 직접 출연해 연기하고 있다. / 사진=신한은행 퇴직연금 유튜브 홍보영상 캡쳐
이병철 신한은행 퇴직연금그룹장 부행장이 퇴직연금 홍보영상에 직접 출연해 연기하고 있다. / 사진=신한은행 퇴직연금 유튜브 홍보영상 캡쳐

-젊은 세대들이 노후 준비를 하는데 가장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시간’에 투자를 한다는 개념을 가져야한다. 빨리 투자에 나설수록 투자 수익률은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간다. 연 3% 투자 수익율로 10년을 투자하면 34%, 20년을 투자하면 82%, 30년을 투자하면 145%가 된다. 젊은 만큼 시간에 투자할 수 있는 기회가 많다. 금액 적건 크건 일단 시작하는 게 중요하다. 

-그간 걸어온 인생 여정이 궁금하다. 은행원이 되기로 결심한 계기와 은행원으로서 가장 뿌듯했던 일이 있다면.

기간산업인 은행에 입사해 국가 경제에 이바지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라 생각해 은행원이 되기로 마음먹었다. 기업금융 부문에서 일하면서 성장 가능성이 있지만 당장 자금 사정이 어려운 중소기업에 대출을 제공하는 등 도움을 주기 위해 노력했다. 

특히 국세환급금 제도와 관련한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당시 많은 중소기업은 국세 환급금을 받아 돌아오는 어음을 메워 경영을 이어갔다. 지금이야 다 자동화돼 있지만 그때는 국고 수표를 한국은행에서 직접 받아와서 이 수표를 은행 환급 창구로 가져와 입급을 해줘야 했다. 그런데 당시 은행은 오후 4시 반에 문을 닫았다. 4시 반까지 입금이 되지 않으면 부도가 나는 중소기업들이 많았다. 기업의 쓰러지는 걸 막기 위해 직접 국고 수표를 받아서 은행까지 숨이 차도록 뛰어와 돈을 입금해주는 일도 많이 했다. 그때 도움을 줬던 기업들이 지금 중견기업, 대기업으로 성장해 있는 것을 보면 마음이 뿌듯하다. 

-이제 퇴직연금 사업에 대해 이야기해보고 싶다. 신한은행의 퇴직연금 수익률은 은행권에서 가장 높다. 신한 퇴직연금만의 강점이 있다면. 

신한은행 퇴직연금의 최대 강점은 스마트하고 전문적인 고객 관리다. 이제 고객 관리도 데이터 기반으로 진행해야 한다. 신한은행은 인공지능(AI) 데이터기반 ‘투자고수 따라하기’ 서비스로 수익률을 끌어올리고 있다. 이 서비스는 신한은행 퇴직연금 플랫폼을 이용하는 100만명 고객들의 수익률을 분석해 상품가입 이후 연평균 10% 이상 수익률을 달성한 투자고수들의 포트폴리오를 제공한다. 신한은행 앱으로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어 고객들의 반응이 좋다. 

또 신한은 은행과 증권, 보험 계열사들이 서로 협업해 퇴직연금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룹 내 서로 다른 업권의 자회사들이 모여 머리를 맞대면 고객의 니즈를 파악하는데 더 유리하다. 그만큼 퇴직연금 시장의 트렌드 변화를 빠르게 파악하고 대응할 수 있다. 
 
-최근 퇴직연금 시장은 은행권을 넘어 증권업계와의 ‘전쟁’으로 번지고 있는 양상이다. 증권사들은 증시 호황 속에서 퇴직연금 사업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신한은행의 대응전략이 있다면.  

연금상품은 장기상품이다. 장기상품의 수익률은 시장의 변동에 따른 리스크를 최대한 방어하면서 끌어올려야 한다. 실제로 고객들을 대상으로 조사해보면 원금 손실을 감안하고서라도 높은 수익률을 원한다고 답하는 비율은 8%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대다수는 4~5%의 수익률을 기대하는 안정적인 투자를 원한다. 최근 증권사로 ‘머니무브’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는 분석이 있지만, 고객의 다양한 목표수익률을 감안하는 은행의 퇴직연금은 지금도 강점이 크다.

하지만 저금리 시대에 무조건 안정적인 상품 운용이 정답은 아니다. 결국 예측할 수 없는 시장의 변화에 잘 대응할 수 있는 포트폴리오 중심 상품운용이 핵심이다. 신한은행은 원리금 보장·비보장 상품군이 균형있게 구축돼 있다. 최근 출시한 상장지수펀드(ETF) 상품도 이런 균형적인 포트폴리오 라인업 제공 차원에서 추가한 것이다. 앞으로 신한 퇴직연금 그룹은 안정적인 수익률 보장을 위해 포트폴리오 상품관리 역량 강화에 힘쓸 계획이다. 

-MZ세대 뿐 아니라 시니어 세대와도 소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 올해 신한은행이 기획한 ‘50+ 시니어 신춘문예 공모전’이 대표적인 예라고 생각한다. 시니어 세대를 위해 계획하고 있는 서비스가 있다면. 

신한은행은 시니어 세대를 ‘쏠드족’이라 정의한다. 스마트(Smart)와 올드(Old)의 합성어로 은퇴 이후에도 건강과 경제력을 바탕으로 사회생활을 이어가며 적극적으로 은퇴자산을 관리해나가는 세대를 말한다. 이번 신춘문예 공모전을 통해 쏠드족이 많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다. 이 공모전이 시니어 문화를 활성화는데 큰 기여를 했다고 자부한다.

앞으로 신한은행은 ‘은퇴솔루션 컨설팅’ 제공에 힘쓸 계획이다. 신한은행 은퇴자들 가운데 프라이빗뱅커(PB) 경력을 가진 이들을 전문 은퇴 상담 컨설턴트로 재고용해 시니어 세대들에게 고민 상담을 해주고 재무설계 노하우를 전달하는 방식이다. 컨설턴트들이 이미 은퇴를 경험했기 때문에 시니어 세대들에게 더 피부에 와 닿는 상담을 해줄 수 있다는 아이디어에 착안해 개발한 서비스다. 현재 고객들의 반응이 아주 좋다. 신한은행 은퇴자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효과도 있다. 이 서비스를 더욱 확대할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은퇴 이후에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는지. 시니어 세대들이 참고할 수 있는 삶의 그림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은행원으로 일하면서 하면서 행복한 삶을 살았다. 결국은 삶의 의미가 무엇인지가 중요한 것 같다. 은퇴 후 ‘더불어 사는 사회’를 위해 기여하는 시민운동가로서의 삶을 살고 싶다. 특히 세상을 어떻게 살아야할지 고민하는 젊은이들을 위해 ‘멘토’ 역할을 하는 일을 생각하고 있다. 유튜브를 통한 소통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젊은 세대들도 삶의 의미에 대해 잘 알고 있겠지만, 미리 경험해본 이의 이야기도 충분히 들을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병철 신한금융지주 퇴직연금사업그룹장 부사장 겸 신한은행 부행장 프로필

1981. 08. 상업은행 입행
1987. 02. 신한은행 입행
2012. 01. 신한은행 인천광역시청지점장
2016. 11. 인천시 사회적 경제센터 운영위원
2017. 01. 신한은행 기관본부장
2019. 01. 신한금융그룹 브랜드홍보부문장(CPRO)
             신한금융희망재단 사무국장
2021. 01. 신한금융그룹 퇴직연금사업그룹장 부사장
             신한은행 부행장
             신한금융투자·신한라이프 부사장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