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 인상 및 정년 연장 공약으로 내걸어
현대차, 내년 파업으로 인한 생산 차질 우려에 온라인 판로도 막힐듯
[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현대자동차 노동조합 차기 지부장으로 안현호 후보가 당선됐다. 안 후보는 강성 성향 후보로 알려져 내년 노사 갈등이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8일 현대차 노조는 9대 임원(지부장) 선거 개표 결과 안 후보가 2만2101표(53.33%)를 얻어 권오일 후보(1만9122표, 46.14%)를 따돌리고 당선됐다고 밝혔다. 투표는 전체 조합원 4만8749명 중 4만1444명(투표율 85.02%)이 참여했다.
앞서 지난 2일 열린 1차 투표에서 안 후보와 권 후보를 비롯한 강성 후보 3명과 현 지부장인 이상수 후보가 선거에 참여했으며 안 후보가 1위, 권 후보가 2위를 차지했다. 과반 득표자가 없어 1~2위 결선 투표로 진행됐고, 안 후보가 새 지부장으로 최종 확정됐다.
안 후보는 금속연대 출신으로 1998년 현대차 정리해고 투쟁 당시 연대 총파업을 이끈 경험이 있다. 그는 이번 선거에서 상여금 800% 및 전액 통상임금 적용, 식사 시간 1시간 유급화, 정년 연장, 각종 수당 인상, 일반직과 여성 조합원 처우 개선, 아산 제 2공장 설립, 저 성과자 일반 해고 철폐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앞서 현대차 노사는 ‘실리파’ 이상수 지부장 시절에는 코로나19 위기 상황 속 임금 동결 및 무분규 임단협 협상 등에 성공하며 협력적 노사 관계를 정립했다. 하지만 노조 내부에서는 강성 성향의 조합원들이 ‘사측에 백기를 들었다’며 비판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이번 지부장 선거에선 강성 후보 중심으로 판이 짜인 것으로 풀이된다.
안 후보 공약이 임금 인상과 정년 연장에 초점을 맞춘 만큼, 사측과의 갈등은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특히 올해 임단협에서 사측이 거절 의사를 분명히 한 정년 연장을 재차 들고 온만큼 내년 임단협 진통이 예상된다.
현대차 생산직의 경우 평균 근속연수가 상대적으로 길어 매년 인건비 부담이 높아지고 있다. 현재 현대차 생산직 중 50세 이상 비중이 60%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1961년생 정년퇴직자 중 약 85%인 2000여명이 생산직인 것으로 파악됐다.
또 강성 노조 집권으로 인해 내년 실적 개선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내년에도 코로나19 및 반도체 부족 사태로 인해 생산성을 끌어올려야 하는 상황이지만, 노조가 이를 무기로 삼아 파업에 나설 경우 대규모 생산 차질이 우려된다.
아울러 기대를 모았던 온라인 판매도 제동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는 최근 광주형 일자리에서 만든 ‘캐스퍼’를 온라인 판매하며 흥행에 성공한 바 있으나, 다른 모델의 경우 노조와 협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시작도 하지 못하고 있다.
비대면 시대를 맞아 테슬라를 비롯해 수입차 업계는 온라인 판매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지만, 정작 현대차는 아직 첫 발도 제대로 떼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 완성차 업계 ‘큰 형’ 격인 현대차에 강성 노조가 들어서면서 다른 완성차 업계도 내년에 비슷한 흐름으로 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동안 현대차 노조가 노사 협력을 강조한 덕분에 다른 완성차 업체들도 파업을 최소화하며 임단협을 마쳤으나, 내년에는 줄파업이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한편 한국GM은 이날까지 새 지부장 결선 투표를 진행하며, 기아는 16~17일 1차 투표를 거쳐 연말 최종 당선자를 뽑을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