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 4개월 연속 기술신용대출 잔액 1위
신한은행 바짝 뒤쫓는 KB국민은행
“가계대출 규제로 기업금융 중요성 커져···기술금융 ‘윈윈효과’ 기대”

4대 시중은행 기술신용대출 잔액 추이/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4대 시중은행 기술신용대출 잔액 추이/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김희진 기자]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규제로 대출 영업에 발목이 잡힌 은행권이 기업대출에 눈을 돌리면서 기업대출과 연계된 기술금융도 함께 주목받고 있다. 4개월째 기술신용대출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신한은행을 중심으로 KB국민은행이 그 뒤를 바짝 쫓는 등 시중은행들이 기술금융에 힘을 쏟는 추세다.

7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은행권의 기술신용대출 잔액은 올해 들어 꾸준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은행권 전체 기술신용대출 잔액은 지난해 12월 기준 266조8501억원에서 지난 9월 301조9075억원으로 16.5%(44조574억원) 증가했다.

기술신용대출은 부동산 등 유형자산을 담보로 하는 기존의 대출 방식과 달리 달리 지식재산권(IP) 및 기술력 같은 기업의 무형 자산을 담보로 혁신 기술을 보유한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성격의 대출이다. 은행권은 혁신·중소기업 지원을 위해 2014년 7월부터 기술금융 공급을 지속하고 있다.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별로 살펴보면 신한은행은 4대 은행 중 처음으로 기술신용대출 잔액 44조원을 돌파하면서 가장 큰 누적잔액 규모를 기록했다. 지난 9월 기준 신한은행의 기술신용대출 잔액은 44조5879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 대비 1.9%(8492억원) 증가한 규모이며 지난해 12월(36조6372억원)과 비교하면 21.7%(7조9506억원) 급증했다.

신한은행은 올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KB국민은행에 밀려 기술신용대출 실적 2위 자리에 머물렀다. 지난 5월 기준 신한은행의 기술신용대출 잔액은 41조4755억원으로 국민은행(41조5915억원)보다 1160억원 적었다. 그러나 지난 6월 국민은행의 기술신용대출 잔액이 전월 대비 3000억원 이상 줄어들면서 주춤하는 사이 신한은행이 기술신용대출을 3600억원가량 확대하면서 선두 자리를 차지했다. 7월에는 국민은행이 기술신용대출 잔액을 5657억원 늘리는 사이 그보다 2배 이상 더 큰 규모로 한달 만에 기술금융대출 잔액을 1조6011억원 확대하면서 격차를 1조5000억원 이상으로 벌리는 등 4개월째 선두를 지키고 있다.

KB국민은행은 기술금융 1위 자리를 되찾기 위해 신한은행의 뒤를 바짝 쫓고 있다. 9월 기준 국민은행은 기술신용대출 잔액은 43조2939억원으로 지난 7월 41조8540억원에서 두달 만에 1조4399억원 늘렸다. 같은 기간 신한은행이 1조1509억원 확대한 것과 비교하면 증가폭이 더 크다. 이에 힘입어 신한은행과의 격차도 7월 기준 1조5830억원에서 1조2940억원으로 좁혔다.

기술신용대출 잔액 규모 3위에 머무르고 있는 우리은행도 기술금융 확대를 위해 적극적으로 관련 대출을 늘려가고 있다. 9월 기준 우리은행의 기술신용대출 잔액은 41조8978억원으로 전월(41조384억원) 대비 8594억원 증가했다. 이는 4대 은행 중 가장 큰 증가폭이다.

시중은행들이 이처럼 앞다퉈 기술신용대출 확대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기업금융의 중요성이 나날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의 강력한 가계대출 규제가 이어지면서 시중은행의 대출 영업 운신의 폭이 크게 줄어든 만큼 기업대출과 관련된 기술금융에 주력할 유인이 커진 것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기업금융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기업대출을 확대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로 기술금융이 주목받고 있다”며 “이전에도 기업금융은 안정적으로 수익을 오래 이끌어갈 수 있는 분야라 은행들이 확대에 힘써왔지만 최근에는 가계대출 규제로 그 중요성이 더 커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술신용대출은 은행 입장에서 혁신 기술을 갖추고 있는 기업들을 시작 단계에 지원함으로써 잠재적 우량 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며 “기업은 은행의 대출을 통해 자금력을 갖출 수 있고 은행은 혁신기업에 투자함으로써 향후 회사의 성장에 따라 수반되는 금융거래로부터 수익을 거둘 수 있기 때문에 ‘윈윈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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