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주담대 금리 3% 중후반대로 상승···보험계약대출 금리, 3~4%대 유지
불황형 대출, 금융당국 규제 쉽지 않아···보험사, 영업 확대 움직임

자료=생명보험협회/그래프=김은실 디자이너
자료=생명보험협회/그래프=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이기욱 기자]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상과 금융당국의 대출 총량 규제 정책 등으로 서민들이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보험사의 ‘보험계약대출’(약관대출)이 자금 조달 대안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보험계약대출은 고객들이 보유하고 있는 보험의 이자율을 기준으로 금리를 산정하기 때문에 금리 상승기에도 안정적으로 금리를 유지하며 차주들의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보험사의 입장에서도 보험계약대출은 리스크가 크지 않고 총량의 변동성도 작아 금융당국의 규제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는 장점이 있다.

◇주요 생·손보사, 보험계약대출 평균금리 6월보다 오히려 감소

7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3분기부터 은행을 비롯한 금융사들의 가계대출 금리가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보험사들의 보험계약대출은 유일하게 이전과 비슷한 수준의 금리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지난 6월까지만 해도 2%대 중후반에 머물렀던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 평균금리는 지난 10월 3%대 중반까지 치솟았으며 신용대출 평균 금리도 마찬가지로 2% 후반대에서 3% 중반대로 상승했다.

반면 주요 생명보험사의 보험계약대출 평균금리는 같은 기간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거나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계약대출은 고객이 보유하고 있는 보험계약의 해지환급금 범위내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계약이다.

생보업계 1위 삼성생명의 경우 6월 4.31%의 평균금리를 기록했으나 10월 4.25%로 낮아졌고 한화생명과 교보생명도 각각 4.3%에서 4.29%로, 4.34%에서 4.33% 소폭 하락했다. 신한라이프와 NH농협생명도 각각 평균금리가 0.06%포인트, 0.02%포인트씩 낮아졌다.

손해보험업계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 6월 3.8%을 기록했던 삼성화재의 보험계약대출 평균금리는 10월 3.79%로 하락했으며 DB손해보험과 KB손해보험도 같은 기간 3.92%에서 3.84%로, 3.74%에서 3.71%로 낮아졌다. 4대 손보사 중에서는 현대해상만이 지난 10월 3.71%의 평균금리를 기록하며 6월(3.71%)과 동일한 수치를 보였다.

이러한 추세는 은행권뿐만 아니라 보험사의 다른 대출들과도 상이한 모습이다. 삼성생명의 주택담보대출 평균금리는 6월 3.03%에서 10월 3.6%로 0.57%포인트 상승했으며 한화생명의 주담대 평균금리 역시 3.1%에서 3.3%로 0.2%포인트 높아졌다. 교보생명과 신한라이프도 각각 주담대 평균금리가 0.65%포인트, 0.77%포인트씩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9월 주담대 신규 취급을 제한하며 강도 높은 총량 관리에 나섰던 KB손보는 주담대 평균금리가 6월 3.04%에서 5.57%로 2.53%포인트나 상승했다. 삼성화재와 현대해상도 각각 주담대 평균금리가 0.75%포인트, 0.2%포인트 높아졌다.

일반 신용대출의 평균금리 역시 대부분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화생명의 신용대출 평균금리는 6월 6.22%에서 10월 7.1%로 0.88%포인트 높아졌으며 교보생명도 같은 기간 평균금리가 5.31%에서 5.81%로 0.5%포인트 올랐다. NH농협생명과 삼성화재도 각각 0.1%포인트, 0.05%포인트의 상승폭을 기록했다.

자료=손해보험협회/그래프=김은실 디자이너
자료=손해보험협회/그래프=김은실 디자이너

◇보험계약대출, DSR규제에서도 제외···보험사 리스크 관리에도 용이

보험계약대출이 금리 상승기에도 이처럼 3~4%의 안정적인 금리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은 보험계약대출만의 특수한 금리산정 체계 때문이다. 은행과 보험사의 주담대 금리는 각각 코픽스(COFIX·은행권 자금조달비용지수)와 국고채 금리를 기준으로 산정되기 때문에 시장금리 변화와 동일한 흐름을 보일 수밖에 없으나 보험계약대출은 차주가 보유 중인 보험 계약의 이자율에 가산금리를 더하는 방식으로 정해진다. 예를 들어 과거에 고객이 가입한 보험의 예정이율이 7%인 경우 보험사는 대출기간 동안 계약자에게 돌려줘야할 적립금을 7% 예정이율로 계산하게 된다. 미래에 받는 환급금이 줄어들기는 하지만 당장 실질적으로 고객이 부담하는 이자는 가산금리 수준이 되는 것이다.

또한 보험사들 자체적으로도 가산금리를 인하함으로써 상대적으로 금융당국의 규제에서 자유로운 보험계약대출의 영업을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보험계약대출은 자신이 이미 낸 돈을 담보로 하기 때문에 심사가 비교적 간단하고 중도상환수수료도 없어 급전이 필요한 서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대표적인 ‘불황형 대출’이다. 때문에 금융당국 입장에서도 섣부르게 취급에 제한을 두기 어려운 상품이며 실제로 지난 10월 발표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에서 제외된 바 있다.

차주별 한도가 보유 보험의 ‘해지환급금’으로 명확히 정해져있기 때문에 대출 총량의 변동성도 낮은 편이다. 지난 3분기말 기준 보험업계의 보험계약 대출 잔액은 총 64조4000억원으로 지난해말(63조5000억원) 대비 1.42% 늘어나는데 그쳤다. 같은 기간 주담대는 6.3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주담대나 신용대출에 비해 증가율이 낮기 때문에 금융당국 입장에서도 보험계약대출에 대한 규제를 강화할 명분이 없을 것”이라며 “약관대출(보험계약대출)은 대출 영업이 제한되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 안정적으로 일정 수익을 가져다 줄 수 있는 상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영업 확대를 위해 가산금리를 낮춘 곳도 있을 것”이라며 “차주들의 대출 상환에 차질이 생길 경우 환급금에서 계산을 하면되기 때문에 보험사가 리스크를 관리하기도 용이하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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