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신세계·현대百 수장, 명품·패션업계 출신···에루샤 유치가 관건
명품 브랜드가 백화점 실적 견인···올해 1조클럽 달성 백화점 10개로 늘어날 듯

백화점 3사 대표. 왼쪽부터 정준호 롯데백화점 대표, 손영식 신세계 대표, 김형종 현대백화점 대표. / 사진=각 사,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패션과 명품에 특화된 브랜드 전문가가 국내 백화점 빅3(롯데·신세계·현대) 대표로 선임되면서 내년에도 백화점들의 ‘명품’ 유치 전쟁은 치열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명 3대 명품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을 품은 백화점들의 매출 상승폭이 커지며 ‘명품=백화점 1조클럽’ 공식을 만들어내자, 백화점들은 명품 브랜드를 강화할 수 있는 인사를 수장 자리에 앉히며 집객효과에 힘주고 있다.

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연말 정기인사를 마무리한 백화점 3사 대표는 명품·패션업계 출신이 맡게됐다. 롯데그룹은 정준호 롯데GFR 대표를 롯데백화점 신임 대표로 선임했고, 신세계는 손영식 신세계디에프 전 대표, 현대백화점은 김형종 대표의 유임을 확정했다. 백화점 3사 대표들은 모두 패션회사를 거쳤거나 백화점에서 해외 패션 브랜드 관련 업무를 총괄한 경험이 있다.

백화점들 수장이 패션과 명품에 초점이 맞춰진 이유는 명품이 백화점 실적을 좌우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명품시장 규모는 2018년 13조2200억원에서 지난해 13조9000억원으로 5% 성장했다. 같은 기간 미국, 일본 명품 시장은 각각 20%, 18% 축소됐다.

국내 백화점 1조클럽 달성 리스트. / 표=김은실 디자이너
국내 백화점 1조클럽 달성 리스트. / 표=김은실 디자이너

앞서 3분기 롯데백화점이 신세계·현대와 비교해 저조한 실적을 거둔 것도 명품 등 입점 브랜드 경쟁력 차이가 주요하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전국적으로 에루샤를 모두 유치한 백화점은 롯데 잠실점, 신세계(본점·강남점·부산 센텀시티점·대구점), 현대 압구정점, 갤러리아 압구정점 등 7개점뿐이다.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도 명품 수요는 컸지만 코로나19 이후 유독 명품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며 “명품이 백화점 실적을 견인하고 있다보니, 명품 경쟁력 강화, 브랜드 유치가 백화점 성과를 결정하는 요소가 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연 매출 1조원이 넘는 백화점은 롯데(본점·잠실점), 신세계(강남점·센텀시티점), 현대 판교점 등 5개점이다. 업계에서는 올해 롯데 부산점, 신세계 대구점, 현대(무역센터점·압구정점), 갤러리아 압구정 명품관이 매출 1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로써 1조 클럽에 등극할 백화점은 10개로 늘어날 것으로 점쳐진다.

주목할 점은 신세계백화점 대구점과 현대백화점 판교점이다. 신세계 대구점은 서울·경기권 이외 지역에서 첫 에루샤를 갖추며 개점 4년 11개월만에 현대 판교점의 최단기간 1조클럽 달성 기록(5년 4개월)을 깼다.

지난 2015년 오픈한 현대 판교점은 오픈 4개월이 지난 뒤 루이비통을 입점시켰다. 개점 5년 만에 최단기간 매출 1조원을 달성한 현대 판교점은 루이비통에 이어 내년 하반기 에르메스, 샤넬, 롤렉스, 버버리 등 명품 브랜드 입점을 확정하고 오픈 시기를 조율하고 있다.

현대백화점 판교점 1층은 버버리 매장 입점을 위한 공사가 진행 중이다. / 사진=한다원 기자
현대백화점 판교점 1층은 버버리 매장 입점을 위한 공사가 진행 중이다. / 사진=한다원 기자

명품 관련 커뮤니티에서는 벌써부터 현대 판교점 명품 유치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이들은 “홈페이지에 일부 공간이 오픈 준비중으로 바뀌었다”, “판교점 1층에 가벽이 세워졌는데 어느 브랜드인지 알고 있냐”, “롤렉스 매장 언제 입점되냐” 등 글을 공유하고 있다.

통상 에루샤는 브랜드 이미지와 백화점 실적에 따라 입점 여부가 결정된다. 그러나 현대 판교점은 샤넬, 롤렉스 관계자가 직접 방문해 오픈할 매장 위치를 선점하고 둘러본 것으로 전해진다. 이 외에도 현대 판교점은 구찌, 보테가베네타, 생로랑, 셀린느, 불가리 등 압도적인 브랜드를 갖추며 경쟁력을 강화한 상태다. 에루샤 입점 여부가 백화점의 위상을 보여주는 지표로 여겨지는 셈이다.

신세계백화점 2019년, 2020년, 2021년 전체 명품 매출 중 MZ세대 비중. / 자료=신세계백화점, 표=김은실 디자이너
신세계백화점 2019년, 2020년, 2021년 전체 명품 매출 중 MZ세대 비중. / 자료=신세계백화점, 표=김은실 디자이너

무엇보다 국내 백화점들은 MZ세대의 집객 효과를 노리고 명품 매장을 늘리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에 따르면 전체 명품 매출에서 2030세대 비중은 2019년 49.3%에서 지난해 50.7%로 늘었다. 올해 10월 기준 2030세대의 명품 매출 비중은 45.2%였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명품 판매 수수료는 국내 브랜드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적지만, 명품 브랜드는 백화점 규모를 늘리는데 큰 역할을 한다”며 “명품 쇼핑하며 추가 구매하는 집객 효과를 놓칠 수 없어 백화점들의 명품 브랜드 유치에 적극적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