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흥토건, 인수자금 등 매입 작업 주도
정창선 회장 장남 정원주 부회장 입지 공고

중흥그룹의 대우건설 인수가 임박한 가운데 정창선 중흥그룹 회장(사진 왼쪽)에서 정원주 중흥건설 부회장(오른쪽) 간 경영권 승계 작업도 힘이 실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그래픽=시사저널e DB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중흥그룹의 대우건설 인수가 임박한 가운데 승계 구도에 이목이 쏠린다. 이번 인수 주체는 정창선 중흥그룹 회장의 장남인 정원주 중흥건설 부회장이 대주주로 있는 중흥토건이다. 정 회장의 숙원 해결와 중흥토건의 성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만큼 정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도 속도를 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7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중흥건설은 대우건설을 인수하는 내용의 본계약 체결을 앞두고 있다. 본계약 체결식은 다음 주로 예상된다. 정창선 회장이 참석해 대우건설의 청사진을 제시할 예정이다. 본계약을 맺고 기업결합심사를 끝내면 내년 초 중흥그룹 체제의 대우건설이 공식 출범하게 된다.

업계에선 대우건설 인수로 중흥그룹의 경영권 승계가 힘을 받게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현재 대우건설의 실질적인 인수 주체는 중흥토건이다. 인수자금 마련을 비롯해 전체적인 매입 작업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흥토건은 정 회장의 장남인 정원주 중흥건설 부회장이 이끄는 회사다.

중흥그룹의 성장 기반은 중흥건설이지만 실질 주력사는 중흥토건이다. 이는 승계 구도와 관련이 깊다. 정 회장은 2세 승계를 위해 중흥건설 지분을 정 부회장에 넘기지 않고, 1994년 중흥토건을 설립해 지원하는 방식을 택했다. 설립 이후 장남 회사인 중흥토건의 외형 성장에 공을 들여왔다. 중흥토건은 현재 정 부회장이 지분 100%를 보유해 개인회사나 다름없다는 평가다.

중흥토건은 내부거래를 통해 급성장했다. 설립 초기만 해도 중흥건설의 시공 보조 역할을 전담했지만 2011년부터 직접 택지 매입 자금을 조달하고 주택사업에 주도적으로 뛰어들었다. 중흥건설이 택지 매입 과정에서 지급보증에 나서주면서 자금조달 부담을 덜었고, 계열사로부터 공공택지 주택사업 일감을 대거 확보해 매출이 급등했다. 중흥토건의 매출은 2009년 103억원에서 3년 뒤인 2012년 1000억원을 돌파했다. 2015년에는 6168억원을 기록해 처음으로 중흥건설을 뛰어넘었다.

/ 그래픽=시사저널e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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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역량이 집중되면서 중흥토건과 중흥건설의 외형 격차는 더욱 벌어졌다. 지난해 중흥건설의 자산총액은 8539억원, 중흥토건은 2조400억원으로 2.4배 가량 차이가 난다. 2015년까지만 해도 중흥건설과 증흥토건의 자산총액이 각각 2820억원, 2711억원으로 비슷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경영권 중심이 이동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이러한 흐름으로 보면 대우건설은 중흥토건 밑으로 들어갈 것으로 점쳐진다. 대우건설의 지난해 매출액은 8조2550억원으로 중흥그룹 매출 3조1520억원의 2.6배에 이른다. 이런 대우건설 지분을 50% 가져가는 중흥토건은 지배력을 더욱 공고히 할 것으로 보인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흥그룹은 중흥토건을 중심으로 가업승계 작업을 오랫동안 해왔다”며 “대우건설 인수를 통해 자연스럽게 승계구도가 완성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우건설을 인수로 중흥그룹은 자산이 두 배 늘어나며 재계 20권대로 도약할 전망이다. 지난 5월 공정거래위원회 발표 자료에 따르면 중흥그룹의 자산은 9조2070억원(재계 순위 47위), 대우건설은 9조8470억원(42위)이다. 두 회사가 합쳐지면 19조540억원으로 20위 미래에셋그룹 19조3330억원에 이어 21위 규모다.

또한 중흥그룹 입장에선 대우건설 인수가 호남 출신 건설사에서 전국구 건설사로 올라서게 된다는 의미가 있다. 지난해 시공능력평가에서 6위를 기록했던 대우건설과 15위 중흥토건·35위 중흥건설이 합쳐지면 평가 순위는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에 이어 3위가 된다. 동시에 취약부분인 해외사업에서도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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