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현 DS부문장 사장, 3차원 낸드플래시 개발 주도한 반도체 전문가
변화 선도 위해 과감한 세대교체···박용인 사장 승진·강인엽 미주총괄 이동
[시사저널e=이호길 기자] 삼성전자가 신임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장으로 경계현 사장을 임명해 반도체 리더십 세대교체를 추진한다. 경 사장은 업계 최초 3차원 입체 낸드플래시를 개발해 ‘자랑스러운 삼성인상’을 받은 기술 전문가일 뿐 아니라 삼성전기 시절 수평문화를 구축하며 ‘뉴 삼성’에 적합한 인재란 평가를 받는다. 박용인 DS부문 시스템LSI 사업부장 사장과 강인엽 DS부문 미주총괄 사장은 각각 시스템반도체 성장과 신시장 개척에 집중한다.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날 단행된 삼성전자 사장단 인사는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이라는 평가다. 김기남 DS부문장 부회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지속이라는 대외 여건 악재 속에서도 반도체 분야에서 올해 뛰어난 실적을 내 유임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지만, 종합기술원 회장으로 승진하는 방식으로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
◇경계현 임명은 세대교체 신호탄···경쟁력 강화·인사 혁신 적임자
삼성전자가 세대교체 인사를 통해 변화를 선도하고 반도체 사업의 미래 준비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온다. 회사 관계자는 “반도체 사업은 기술 리더십과 비즈니스 역량이 검증된 경영진을 전면에 내세워 사업 경쟁력을 더욱 제고하겠다”고 밝혔다.
1963년생인 경 사장은 1988년 삼성전자 입사 이후 메모리사업부 플래시개발실장과 솔루션개발실장 등을 역임한 반도체 설계 전문가다. 그는 메모리사업부 임원으로 재직하던 시기에 2차원 구조의 낸드플래시가 물리적 공간의 한계에 다다르자 3차원 공간에 구멍을 내는 V낸드 메모리를 업계 최초로 개발하는 데 핵심 역할을 했다. 이 공로를 인정받아 2014년 ‘자랑스러운 삼성인상’을 받았다.
지난해 1월에는 삼성전기 사장으로 승진해 회사를 역대 최대 실적으로 이끌었다. 재임 기간 동안 적층세라믹콘덴서(MLCC)와 반도체 패키지 기판의 경쟁력을 한 차원 높였다는 평가다. 삼성전기에서 입증한 경영 역량을 삼성전자의 부품 사업에서도 펼쳐나가기를 바라고 단행한 인사로 풀이된다.
또 경 사장은 삼성전자가 새로운 인사제도를 시행하는 데 적임자라는 분석도 있다. 그는 삼성전기 사장으로 일하며 임원을 제외한 사내 호칭을 ‘프로’라고 통일하고 상호 존댓말 사용을 도입했다. 삼성전자는 부사장·전무 직급 통합과 사내 구성원 간 존댓말 사용을 원칙으로 하는 인사제도를 지난달 발표했는데, 이미 인사 혁신을 시도해본 경험이 있는 경 사장이 수평적 기업문화 정착을 주도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시스템반도체 전문가’ 박용인···강인엽, 파운드리 시너지 주목
시스템LSI 사업부장을 맡게 된 박용인 사장은 파운드리에서 아날로그 반도체까지 정통한 시스템반도체 전문가다. 박 사장은 LG반도체, 텍사스 인스트루먼트(TI), 동부하이텍 등에서 재직했고 2014년부터는 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업부에서 센서사업팀장, 전략마케팅실장 등 주요 보직을 역임했다. 삼성전자에서 디스플레이 구동칩(DDI), 전력반도체(PMIC), 센서 사업 성장을 주도했다는 평가다.
강인엽 DS부문 미주총괄 사장은 2017년 5월부터 시스템LSI 사업부장을 맡아 삼성전자의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엑시노스’ 개발에 공을 들여온 인물이다. 퀄컴 출신으로 모뎀 개발 전문가인 강 사장은 글로벌 비즈니스 노하우와 시스템반도체 기술력을 융합해 신기술 발굴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삼성전자가 최근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파운드리 신규 공장을 건설하겠다고 밝힌 만큼 강 사장이 이끄는 미주총괄이 파운드리 사업부와 어떤 시너지 효과를 낼지도 주목된다.
한편 큰 폭의 변화가 있었던 사장단 인사에 이어 오는 9일 단행될 것으로 보이는 임원 인사에서도 파격적인 쇄신이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인사제도 개편을 통해 승진연한이 폐지된 만큼 임원 인사에서도 30~40대의 고속승진 사례가 나오는 등 대규모 세대교체가 진행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엄중한 현실 인식과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기업의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는 위기감 때문에 세대교체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것이다. 앞서 이 부회장은 지난달 24일 미국 출장을 마치고 돌아오는 귀국길에서 “시장의 냉혹한 현실을 직접 보고 와 마음이 무겁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