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0만명 인생에 직접적 영향 주는 선거···호감·비호감 따지기는 후순위로 해야
[시사저널e=엄민우 기자] 대선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두 사람 이상 모이면 차기 대통령 이야기다. 기업인들과의 대화도 ‘기승전대선’이다. 늘 대선철마다 펼쳐지는 풍경이지만, 특히 이번이 특이한 점이 있다면 ‘비호감 대선’이라는 키워드의 등장이다. 주요 후보들이 모두 호감형이 아닌 탓에 뽑을 사람을 고민한다는 기사들이 등장한다. 특정 후보에게 해당 되는 이야기가 아니라, 모두 마찬가지이니 이 이슈로 누가 불리하거나 유리할 이유는 없을 것 같다.
그런데 한편으론 이 비호감 대선 논란이 참 씁쓸하다. 그 이면에 우리가 결국 정치인의 이미지를 보고 투표를 하는 경향이 여전히 남아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정치인, 특히 대선 후보는 매력이 있어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이 곧 이미지만 좋으면 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5000만명 인생에 직접적 영향을 끼치는 자리다. 생각이나 사고방식이 일반 국민들의 생각과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내실이 있어야 하고, 기본적인 실력을 갖추어야 한다. 호감과 이미지는 그 다음이다. 심지어 호감형이라고 그 사람이 좋은 사람이고 그 반대의 스타일이라고 실질적으로 나쁜 사람인지도 의문이다.
총선, 지방선거, 대선을 치르며 사람 좋아 보이는 정치인의 숱한 미소에 그동안 우리 국민들은 얼마나 속아왔나. 정치인들도 그걸 너무 잘 알다 보니 여전히 이미지를 강조한다. 유권자가 만든 세상이다.
이제 재미로 보는 예능조차도 ‘리얼’이 아니면 이야기가 안 되는 세상이다. 이쯤 되면 우리 인생과 대한민국 국격을 결정지을 선거판도 이제 좀 바뀔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정치는 나와 아무 관련이 없다’는 이야기는 특히 대선에선 순진한 이야기다.
대선 승자가 정해지면 국민들의 호감을 사려던 모든 행위는 즉각 중단되고 빠르게 진용이 재편된다. 그리고 후보들이 하고자 하던 정책들이 승리한 정치세력에 의해 실질적으로 만들어지고 진행된다. 임기 5년 동안 회사생활, 사업, 자영업, 부동산, 육아, 장보기 등등 우리 삶과 밀접한 모든 것들에 대해 법이 만들어지거나 바뀌고 직접적인 영향이 시작된다. 서서히 삶아지는 개구리처럼 왜 본인이 힘든지 인지를 못할 수도 있겠지만 영향을 줄 것이란 건 기정 사실이다.
살면서 대선후보와 직접 볼일도 없고 엮일 일은 더더욱 없다. 누구든 좋으니 호감, 비호감 따지지 말고 이 사람이 되면 나와 내 가족의 삶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될지, 좀 더 생각에 여유가 되면 대한민국과 자식들 미래를 고려할 때 누가 되는 것이 바람직할지를 고민하는 선거가 됐으면 한다. 대선은 친하게 지낼 사람을 뽑는, 재미로 하는 이벤트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