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학계 “웹툰, 검증된 IP와 참신한 소재가 강점”
“불법유통 등 창작 생태계 위협 요인 해결 필요”
[시사저널e=김용수 기자] “최근 호흡이 길든 짧든 결국 텍스트, 이미지, 비디오 등으로 콘텐츠 종류가 확장되는 경향을 보인다. 특히 미국 웹툰 시장에서 10대가 소비 연령대의 70~80%를 차지하고 있는데, 이들이 사전에 검증했다는 점에서 웹툰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콘텐츠 확장 가능성은 크다.”
김정환 부경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지난 3일 한국미디어경영학회가 주최한 학술대회에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이날 학술대회 종합토론에는 최세정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 사회로, 김도현 CJ ENM 해외콘텐츠사업국 국장, 김범휴 네이버웹툰 글로벌사업리더(실장), 김정환 부경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배진수 웹툰작가 등이 참석했다.
‘국경을 넘나드는 콘텐츠 세상, 글로벌 콘텐츠 IP 전략의 현재와 미래’를 주제로 진행된 토론에서 참석자들은 최근 인기웹툰은 드라마, 예능 등 오리지널 콘텐츠로 제작되는 것이 업계 관행으로 굳어지는 경향에 대해 ‘검증된 IP의 활용’을 이유로 꼽았다.
김 국장은 “영상화함에 있어 웹툰이 인기 있을 수 있는 이유는 검증된 IP이기 때문이다. 웹툰에서 이미 어느 정도 팬덤을 보유하고 있다. 팬덤이 좋아하는 걸 기반으로 영상화하는 것”이라며 “웹툰에 참신한 소재가 많다는 점도 주요 원인이다. 물론 과거에도 참신한 소재가 많았음에도 제작비가 무서워 만들지 못했지만, 요즘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도 판매되면서 매출로 제작비를 감당할 수 있게 되면서 참신한 IP의 영상화가 가능해졌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업계 실무자들과 얘기해보면 이미 스토리보드를 갖고 있기 때문에 제작사들과 커뮤니케이션하기 수월하단 점이 웹툰 원작 영상 콘텐츠 확장 이유 중 하나”라며 “커뮤니케이션 구조 측면에서 쉬운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현재 콘텐츠 시장은 웹툰 원작 드라마가 인기를 끈 뒤 다시 원작 콘텐츠에 대한 소비가 늘어나는 등 영역 간 IP 상호작용이 일어나고 있다. 대표적으로 지난달 공개 첫날부터 전 세계 넷플릭스 순위 1위에 오른 ‘지옥’은 웹툰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드라마가 인기를 얻자 원작 웹툰에 대한 해외 독자들의 관심도 커졌다. 이에 네이버웹툰은 글로벌 서비스를 통해 해외에도 연재하겠단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웹툰이 촉발한 콘텐츠 소비 시장은 IP 비즈니스 확장성 측면에서 양방향성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경계를 넘어서는 미디어 세상이란 키워드의 대표적인 것이 웹툰이다. 웹툰 안에서 이용자와 창작자의 경계는 물론, 최근 미국 시장에 진출하면서 소비 국경도 사라지고 있다”며 “웹툰을 만들고 2차 저작하면 이용자 경험도 그 흐름을 그대로 따라가는 게 아니라, 영화를 보고 다시 웹툰을 소비한단 점에서 IP 비즈니스 확장성은 더 이상 일방향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또 IP 비즈니스의 성장 전제 조건으로 저작권 침해 등 창작자 생태계를 위협하는 문제 해결이 중요하단 점도 강조했다.
실제 웹툰 불법유통으로 인한 경제적 피해 규모는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0 웹툰 사업체 실태조사'에 따르면 웹툰 불법유통 잠재 피해 규모는 합법적 시장 규모의 10배 이상인 약 6조6600억원에 이른다.
이에 네이버웹툰, 레진엔터테인먼트, 리디, 카카오엔터테인먼트, 키다리스튜디오, 탑코, 투믹스 등 국내 웹툰 플랫폼 7개사는 최근 불법유통 근절 캠페인을 시작했다. 웹툰 산업을 위협하는 불법유통을 뿌리 뽑기 위해서다.
김 교수는 “IP 비즈니스가 성장하려면 창작자 생태계를 어떻게 하면 건강하게 유지할지 생각해야 한다”며 “결국 저작권 이슈가 중요하다. 건강한 생태계가 만들어지기 위해서 플랫폼 사업자들도 노력하고 있지만, 웹툰 불법유통을 근절하기 위해선 이용자들의 노력도 맞물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창작자를 대표해 참석한 웹툰 ‘머니게임’의 배 작가는 작가들이 플랫폼 내 추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시스템에 대해 언급했다. 유튜브나 트위치 등이 BJ에 대한 기부 시스템이 갖춰진 덕분에 방송 주제가 다양해졌듯이, 웹툰 시장의 자유로운 창작 환경 조성에도 도움이 될 것이란 설명이다.
배 작가는 “사업이 커지고 자본이 쌓이면 어떻게 돈을 더 벌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되는데, 그렇다 보면 대중성을 고려하게 된다”며 “예전에는 장르가 매우 다양했는데, 최근 다양성이 많이 부족해지지 않았나 하는 고민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유튜브나 트위치 등 개인방송플랫폼에 다양한 주제의 콘텐츠가 있음에도 다 나름 잘되는 이유가 뭘까 봤더니, 마이너한 BJ라도 팬들이 기부하는 구조가 있었다”며 “나중에라도 네이버웹툰에서 비주류 작품들도 눈치를 안 보고 자유롭게 창작할 수 있는 환경이 주어지면 윈윈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 네이버웹툰 실장은 “좋은 작품이 한 사람의 후원자만 있어도 예술 활동을 지속할 수 있는 것이 기본적인 창작 생태계다. 지금 웹툰의 모습은 그런 생태계라기보다 소수가 비용을 지불하고 다수가 많이 볼 수 있는 구조”라며 “이런 모델에 당연히 (수익화 모델은) 더 붙을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굳이 플랫폼에 심지는 않아도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은 작가들 수익 중 IP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다. 그러나 대중적이지 않다고 여겨지는 작품도 IP 사업에서 가치가 더 커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