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증권 등 4개사 시범서비스 개시···내년 5개 증권사 추가 진입
개인정보기반 WM 특화서비스 제공가능···삼성증권은 진출 '저울질'
[시사저널e=이승용 기자] 미래에셋증권 등 4개 증권사가 마이데이터(본인신용정보관리업) 시범서비스를 개시하면서 증권업계에서도 마이데이터 선점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허가받은 금융사는 고객 동의하에 맞춤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개인정보를 취합할 수 있고 이에 기반한 WM(자산관리) 특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삼성증권은 WM(자산관리)부문에서 국내 최고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경쟁사들의 마이데이터 서비스 시행을 지켜보고만 있다. 대주주 적격성 문제로 마이데이터 진출이 당분간 어렵기 때문이다.
◇ 미래에셋·NH·키움·하나금투 마이데이터 개시
1일 오후 4시부터 금융위원회로부터 허가받은 17개 사업자가 시범서비스를 개시한 가운데 증권업계에서는 미래에셋증권과 NH투자증권, 키움증권, 하나금융투자가 각각 준비한 마이데이터 관련 서비스를 선보였다.
마이데이터 서비스는 금융회사 혹은 공공기관에 흩어진 본인의 정보를 수집해 금융소비자가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제공하는 서비스로 고객 동의를 얻은 금융사는 마이데이터를 수집해 각종 맞춤형 금융상품 서비스를 추천하거나 제공할 수 있다. 내년 1월1일부터 API(응용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 방식 마이데이터 서비스가 전면 시행되는데 금융위원회는 한 달 전인 이날부터 원하는 사업자에 한해 시범서비스를 운영할 수 있게 했다.
미래에셋증권은 이날 통합자산관리 앱인 'm.ALL'에 마이데이터 시범서비스를 시작했다. 다른 금융사 자산을 한 번에 모아볼 수 있게 했고 빅데이터 분석과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투자진단 콘텐츠를 제공할 예정이다. 예적금이나 대출, 보험, 신용카드 등 맞춤형 개인별 자산관리 서비스도 제공할 계획이다.
NH투자증권도 이날부터 전체 금융자산을 한번에 관리할 수 있는 ‘통합자산조회’와 고객에게 금융이벤트 알림을 제공하는 '금융 알리미' 등의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제공한다. 내년 1월부터는 고객이 보유한 전체 펀드에 대한 전망과 분석 등을 제공하는 '투자성과리포트'도 서비스할 계획이다.
키움증권 역시 이날부터 MTS '영웅문S' 내 ‘MY자산’ 서비스를 통해 인공지능(AI) 기반 투자분석 리포트를 제공한다. 하나금융투자는 하나금융그룹 차원에서 제공되는 '하나 합' 서비스를 통해 마이데이터 시범서비스에 참여한다.
4개 증권사 외에도 한국투자증권와 KB증권은 이미 금융위로부터 마이데이터 본허가를 받은 상태다. 신한금융투자와 현대차증권, 교보증권은 예비허가를 받고 내년 마이데이터 사업진출을 준비 중이다.
◇ 삼성증권은 열외···대주주 적격성이 발목
삼성증권과 메리츠증권은 마이데이터 예비허가 신청을 하지 않았다. 메리츠증권은 전체 사업에서 리테일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작기에 아직 사업진출을 결정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증권은 대주주 적격성 문제로 허가가 힘든 상황이라 신청을 하지 못하고 있다.
마이데이터 사업은 개인정보를 다룬기에 금융위로부터 엄격한 심사를 받는다. 10%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대주주가 형사소송이나 징계절차 등에 연루되면 마이데이터 심사가 중단된다.
삼성증권은 대주주인 삼성생명이 양병원 암보험 입원비 미지급 위반에 대해 금융당국으로부터 기관경고 등의 징계가 논의 중이고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재판도 끝나지 않은 상태다.
삼성증권의 마이데이터 사업진출이 당분간 여의치 않아지면서 일각에서는 삼성증권 WM 경쟁력에 열위가 생겼다는 분석도 나온다. 마이데이터 사업 허가를 받은 금융사들은 고객 동의하에 삼성증권 고객의 정보를 볼 수 있지만 삼성증권은 타사 고객들의 정보를 한 번에 파악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삼성증권은 자타가 인정하는 WM부문 국내 최대 증권사다. 2010년 예탁자산 30억 원 이상 초고액자산가를 대상으로 시작한 맞춤형 자산관리서비스인 'SNI'는 지난 7월 법인고객과 개인고객 예탁자산이 각각 100조원을 돌파했다.
삼성증권으로서는 마이데이터 사업 허가를 받지 않더라도 쿠콘 등 외주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들과 손을 잡는다면 제한적으로나마 마이데이터 서비스가 가능하다. 실제로 BNK금융그룹의 경우 주가 시세조작 등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어 마이데이터 허가를 받지 못하고 있는데 쿠콘과 손을 잡으면서 고객들에게 마이데이터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쿠콘의 마이데이터 제휴서비스는 삼성증권이 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쿠콘에서 제공하는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기에 한계가 있고 삼성증권이 원하는 데이터를 취합하기도 쉽지 않다는 단점이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삼성증권이 마이데이터 사업을 하지 못하더라도 타격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반론도 나온다. 마이데이터 서비스가 ‘큰 손’ 고객들보다는 비교적 소액 자산관리서비스에 치중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