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만배 부탁받고 하나은행에 영향력 행사한 혐의
‘직무 관련성’ 입증 쉽지 않아 뇌물 아닌 알선수재

국회 떠나는 무소속 곽상도 의원 / 사진=연합뉴스
국회를 떠나는 곽상도 전 의원.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대장동 개발업자들에게 도움을 주고 아들 퇴직금 명목으로 50억원을 수수한 의혹을 받는 곽상도 전 의원이 1일 구속심사에 출석했다.

곽 전 의원은 이날 오전 10시30분 열리는 서울중앙지법 서보민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되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알선수재) 등 혐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참석했다.

곽 전 의원은 취재진이 대기하던 장소를 피해 다른 통로로 법원에 들어갔다.

곽 전 의원은 2015년 대장동 개발 민간사업자 선정 직전 화천대유자산관리가 참여한 하나은행 컨소시엄이 무산될 위기를 막아주고 화천대유 직원이던 아들의 퇴직금 명목으로 50억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다른 컨소시엄에 자회사를 참여시킨 A건설사가 하나은행 측에 화천대유 컨소시엄을 깨고 함께 하자고 제안하자,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가 곽 전 의원에게 이를 막아달라고 부탁했고 곽 전 의원이 하나은행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검찰은 곽 전 의원이 하나은행 임직원에게 김씨의 요구를 전달했고, 2015년 6월 아들 병채씨를 화천대유에 입사시킨 뒤 지난해 3월 퇴직금 등의 명목으로 50억원을 받았다고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뇌물수수가 아닌 알선수재 혐의를 적용했다. 곽 전 의원이 2015년 당시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이었기 때문에 뇌물죄의 성립요건인 ‘직무 관련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고 알선 대상이 ‘금융기관’인 점을 고려했다.

검찰은 지난달 17일 곽 전 의원 주거지와 사무실, 하나은행 본점 등을 압수수색한 데 이어 27일에는 곽 전 의원을 직접 소환해 약 17시간 가량 조사했다. 검찰은 이틀 뒤인 지난 29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또 병채씨의 계좌 등에 대해 추징보전을 청구했고, 법원은 지난 10월 초 이를 인용했다.

곽 전 의원은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그는 입장문을 통해 “검찰의 구속영장 범죄 사실에 구체적으로 어떠한 부탁을 받고, 누구에게 어떤 청탁을 했는지 드러나 있지 않다”며 “청탁 등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앞으로도 검찰이 범죄 사실을 특정하지 못할 것이다. 무고함을 법정에서 밝히겠다”고 반박했다.

곽 전 의원에 대한 영장심사 결과는 이르면 이날 밤 나올 전망이다.

◇ 박영수·권순일·홍선근 등 '50억 클럽' 수사 확대 주목

곽 전 의원이 구속될 경우 대장동 사업의 최종 수익자를 찾는 로비 의혹 수사는 동력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지난 26일부터 이틀간 곽 전 의원을 포함해 박영수 전 특별검사, 권순일 전 대법관, 홍선근 머니투데이 회장 등 화천대유로부터 50억원을 약속받았다는 이른바 ‘50억 클럽’ 인사들을 중 4명을 불러 조사했다.

박 전 특검과 관련해서는 부산저축은행의 대장동 대출 건이 2011년 검찰 수사를 피해 가는데 역할을 했다는 의혹, 인척이 운영하는 회사가 대장동 세력과 100억원대 자금을 거래한 의혹, 딸이 화천대유 분양 아파트를 시세 절반 가격에 분양받은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박 전 특검은 “화천대유로부터 금품을 받은 사실이 없으며, 분양받은 아파트는 주택공급 관련 법령에 따른 절차에 따라, 회사로부터 법규에 따른 분양가격으로 정상 분양받았을 뿐이다”고 입장을 냈다.

권 전 대법관은 화천대유로부터 월 1500만원의 고문료를 받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상고심에서 무죄 의견을 냈다는 의혹으로 고발됐다.

홍 회장은 2019년 김만배씨로부터 여러 차례 차용증을 쓰고 수십억원대 돈거래를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양측은 대장동 사업과 무관한 정상적인 대여로, 전액 상환이 이뤄졌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시민단체인 사법시험준비생모임은 김씨와 홍씨를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반대로 곽 전 의원의 구속영장이 기각되면 ‘50억 클럽’ 인사에 대한 수사 동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비교적 혐의가 뚜렷한 곽 전 의원과 달리 나머지 인사들의 위법 행위나 정황을 특정하는 것도 수사팀의 과제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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