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6월까지 혜택 연장···출범 이후 총 1700억원 비용 부담
순익 확대·경쟁사와의 고객 유치 경쟁 등 고려

자료=카카오뱅크/표=김은실 디자이너
자료=카카오뱅크/표=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이기욱 기자] 국내 1위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이하 카뱅)가 현금자동입출금기(ATM)수수료 면제 정책을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나가기로 결정했다. 출범 이후 지난 4년동안 카뱅이 대신 지급하고 있는 ATM수수료 비용은 점차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고객 이탈에 대한 우려 때문에 쉽게 수수료 부과 결정을 내리기는 힘든 상황이다. 케이뱅크와 토스뱅크 등 최근 급성장 중인 경쟁 인터넷전문은행들 역시 고객들에게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지 않아 카뱅의 ATM수수료면제 정책은 내년 이후까지 추가 연장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카뱅은 이날 ATM수수료 면제 혜택을 내년 6월 30일까지 연장한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카뱅 계좌개설 고객과 카카오뱅크 미니(mini) 고객은 내년에도 전국 편의점과 은행 등에 설치된 모든 ATM에서 출금·입금·이체 서비스를 수수료 없이 이용할 수 있게 됐다.

ATM수수료 면제 혜택은 지난 2017년 7월 카뱅이 출범한 이후 4년동안 이어져오며 카뱅의 성장에 큰 기여를 해왔다. ATM수수료 면제는 고객이 가장 직접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시중은행과의 차이점이기 때문에 특히 초기 고객 확보에 큰 도움을 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출범 한 달만에 100만 고객을 달성했던 카뱅은 약 6개월만에 500만 고객을 돌파했으며 2019년 1000만 고객, 2020년 1400만 고객을 달성하는 등 꾸준히 고객 수를 늘려왔다. 2017년 5조483억원이었던 수신액도 올해 3분기 기준 29조1000억원으로 증가했다.

다만 고객 및 수신액 규모와 함께 증가하는 수수료 비용은 카뱅에게 점차 부담이 되고 있다. 올해 3분기 말까지 카뱅이 고객들을 대신해 지급한 ATM수수료 비용은 1742억원에 달한다. 지난 3분기(7~9월) 카뱅의 CD·ATM지급수수료 비용은 141억원으로 지난해(127억원) 대비 11%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비용 증가 추세에도 카뱅이 ATM수수료 면제 정책을 내년까지 이어나갈 수 있는 가장 큰 배경으로는 카뱅의 순익 확대가 꼽히고 있다. 출범 초기인 지난 2017년과 2018년까지만해도 각각 1045억원, 210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던 카뱅은 2019년 137억원 흑자전환에 성공했으며 지난해 1136억원의 순익을 시현했다. 올해는 3분기만에 1679억원의 순익을 거두며 이미 지난해 전체 순익을 뛰어 넘었다. 지난해 동기(859억원) 대비 증가율은 95.46%에 달한다.

지난달 새롭게 출범한 토스뱅크, 최근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케이뱅크와의 고객 유치 경쟁 역시 카뱅의 주요 고려 사항 중 하나다. 토스뱅크와 케이뱅크 모두 현재 고객들에게 ATM수수료를 받지 않고 있기 때문에 카뱅만 유일하게 ATM수수료를 부과하게될 경우 자칫 고객 이탈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 토스뱅크는 출범과 동시에 고금리 수시입출금 통장을 내세워 100만명 이상의 고객을 확보했으며 케이뱅크 역시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와의 제휴에 힘입어 고객수를 약 700만명까지 늘렸다.

시중은행과의 차별성 확보 역시 여전히 카뱅의 주요 과제 중 하나기 때문에 내년 6월 이후에도 카뱅이 ATM수수료 면제 정책을 이어나갈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고객들에게 500~1500원 가량의 ATM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는 시중은행은 사업 구조상 쉽게 ATM수수료 면제 정책을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인터넷전문은행은 영업점이 없고 직원 수가 작아서 비용이 상대적으로 적게 들어가고 절감된 비용을 수수료 면제 혜택으로 돌릴 수 있다”며 “인터넷전문은행의 규모가 아무리 커졌다고 해도 시중은행들과 단순 비교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설명했다. 이어 “포기해야하는 수수료 수익의 크기 자체도 차이가 많이 난다”며 “인터넷전문은행들도 규모가 지금보다 훨씬 커지게되면 수수료 수익에 대해 고민을 해보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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