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펀드 올 들어 2조8000억원 넘게 유입
수익률은 5% 대로 주요 테마형 펀드 대비 낮아
“일반 펀드와 차별화 필요···장기적 관점서 봐야” 목소리도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ESG(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가 대세 테마로 올 한해를 관통하고 있는 가운데 ESG를 내세운 펀드는 두드러진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자들의 관심에 자금 몰이에는 성공했지만 수익률은 기대에 못 미친 것이다. ESG의 특성상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필요가 있다면서도 일반 펀드와의 차별화도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30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29일 기준 ESG 주식형 펀드 43곳의 올해 평균 수익률은 5.33%로 집계됐다. 이는 국내 주식형 인덱스 펀드의 평균 수익률인 1.64% 보다 높지만 액티브 펀드의 평균 수익률인 5.58%에는 미치지 못한다. 인기 테마 펀드인 배당주 펀드(6.09%)와 공모주 펀드(5.92%), IT 펀드(10.08%) 대비로도 저조한 성과다.
ESG 채권형 펀드도 상황은 비슷하다. ESG 채권형 펀드 12곳의 올해 평균 수익률은 0.23%로 -0.13%인 국내 채권형 펀드 보다 높지만 유의미한 차이를 만들진 못했다. 단기 금융상품인 MMF(머니마켓펀드)의 수익률인 0.61%도 넘어서지 못했다.
ESG는 기업의 비재무적 요소인 환경과 사회, 지배구조를 일컫는 말로 이 같은 요소들을 강화할 때 지속 가능한 발전이 가능하다는 철학을 담고 있다. 이는 투자 시장의 관점에서도 적용되면서 ESG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기업에 대한 투자가 좋은 성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로 이어졌다.
실제 올해 ESG 관련 펀드에는 대규모 자금이 유입됐다. ESG 주식형 펀드의 경우 올 들어 9894억원의 자금이 모였다. ESG 채권형 펀드의 설정액은 올 들어 1조8955억원이 불었다. 이들의 총합은 2조8000억원을 넘어서는데 이는 테마형 펀드 중에서 공모주 펀드(3조6440억원)에 이어 가장 많은 자금이 유입된 것이다.
기대 대비 평균 수익률이 저조한 배경에는 올해 국내 증시의 부진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ESG 주식형 펀드는 국내외 중대형주를 담는 경우가 많아 국내외 증시 움직임과 연관성이 높은 편이다. 그런데 국내 증시가 부진하면서 국내 주식을 담은 ESG 펀드의 성과가 대체로 좋지 못했다. 미국 주식을 담은 ESG 펀드의 경우엔 증시 호조 영향에 성과가 좋았지만 그 수가 많지 않았다.
대표적으로 ESG가 높은 해외 기업에 투자하는 미래에셋자사운용의 ‘미래에셋글로벌ESG사회책임투자인덱스증권자투자신탁(주식)(UH)’은 올 들어 32.7% 상승했다. 포트폴리오 비중 상위에 속한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Corp), 테슬라(Tesla Inc) 등의 주가가 많이 오른 영향이었다. 이는 국내 주식을 담은 ESG 펀드와 비교되는 부분으로 그나마 국내 ESG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 중에서 좋은 성과를 낸 KTB자산운용의 ‘KTBESG1등주증권투자신탁[주식]’의 경우 올 들어 11%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다만 ESG가 단기 보다는 장기 성과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에서 평가는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있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ESG 펀드와 기존 펀드의 차별점이 크지 않다는 점은 앞으로 해결해야 할 부분으로 평가된다”면서도 “ESG의 철학이 단기가 아닌 장기적인 성장에 있는 만큼 시계열을 늘려서 성과를 볼 필요가 있다”라고 밝혔다.